교원 선발 개정안 속 ‘교육감 자율권’ 기습···교육부 저의(底意) 무엇?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이 교원 선발 과정에 적극 반영될 경우, 교육 현장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을까? 아니면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인가? 교육부는 지난 5월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세상에 공개했다. 개정 취지는 “교사의 신규채용을 위한 공개전형에서 시·도 자율권을 확대하고, 교원 부적격자 판정을 위한 근거 조항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의 시·도 교육감이 각 지방자치단체 단위 교육 정책 방향을 이끌기 때문에,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이 교육에 투영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편파성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일요서울이 이를 집중 취재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뉴시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뉴시스]

 

-靑 국민 청원 게시판 속 “특정 권력 입 맞추라는 것이냐”···‘우려’

교육부(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가 내놓은 ‘교원 선발 과정 개정안’이 ‘편파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로 ‘교육감에 의한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데에는 ‘교육부공고 제2020-156호(2020. 5. 11.) 부령(일부개정)’이 단초가 됐는데, 특히 “교원 임용시험에서 제2차 시험 방법 및 최종합격자 결정에 대한 시·도 자율권 확대”라는 조항이 논란이 됐다.

교육부가 밝힌 개정령 안에는 “최종합격자 결정 기준은 시험실시기관에서 자율적으로 결정(제17조 제3항, 제4항 개정)”이라는 항목도 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약칭 교육자치법)’ 제18조에 따르면 ‘시·도 교육감은 시·도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 집행기관’으로 명시됐는데, 교육부 개정령 안을 풀이하면 ‘시·도 교육감이 교원 임용 선발 과정에서 최종합격자 결정 기준을 자율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결국 시·도 교육감이 교원 임용의 ‘최종권자’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 교원 임용 선발 과정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행 교원 임용 시험은 지방자치단체의 수급 현황에 따라 교육청 별로 인력이 수급되는데, 정량 평가의 성격을 가진 1차 필기시험과 정성 평가의 성격을 가진 2차 면접·논술·실기·수업시연 평가가 교과별 전국 단위로 실시된다. 즉, 지역별 인력 획득 요구에 앞서 ‘교육공무원 임용절차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규율이 필요한 국가사무’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9일 오후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공간혁신 학교인 천일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있다. 2019.01.09.  [뉴시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9일 오후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공간혁신 학교인 천일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있다. 2019.01.09. [뉴시스]

 

그런데 ‘국가사무’인 ‘교원 선발 과정’에 대해 시·도 교육감이 자율권을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경우, 교육공무원법·교육공무원임용령 등 상위법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공무원법 제11조(교사 신규채용) 항목에 따르면 ‘교사의 신규채용은···필요 자격요건과 공개 전형의 절차·방법·평가 요소 등 필요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1조(공개전형 방법 등)에는 ‘필기·실기·면접 시험 등의 방법 등 필요사항은 교육부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개정령 안이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부분이다. 게다가 시험 실시기관인 지방자치교육단체장인 시·도 교육감에 의해 실질적인 국가사무가 지방자치 사무처럼 운영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교육부가 내놓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개정령 안에 대해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일요서울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소속 조성철 대변인과 나눈 대화 일부를 밝힌다.

시·도 교육감 교원 선발 ‘자율권’, 위헌(違憲) 소지 있어
 

한국교원총연합회는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규칙(교육부공고 제2020-156호) 개정령(안) 철회 요구 건의서'를 교육부에 제출한 상태.[조주형 기자]
한국교원총연합회는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규칙(교육부공고 제2020-156호) 개정령(안) 철회 요구 건의서'를 교육부에 제출한 상태.[조주형 기자]

 

- 교원 임용 과정에서 교육감이 교원 선발 자율권 확보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 ‘공정성’이 우려된다. 기존에는 교원 임용 평가 시험에서 1차 필기, 2차에서 면접시험과 실기시험, 논술을 통해 교과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다. 1차 시험이 ‘정량 평가’라면, 2차 시험은 ‘정성 평가’로서 기능한다. 정량 평가와 정성 평가를 통해 최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었는데, 그 근거는 교육공무원법 임용 시험령에 근거한다. 그런데 교육감이 교원 선발의 자율권을 남용하게 되면 앞서 언급한 법적 근거를 무시하는 모양새가 된다.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 이를테면, 2차 시험 방식의 비중을 수정할 수 있게 된다고 보면 된다. 기존 형태의 교원 임용 시험 과정에서 합격자의 결정 기준을 ‘정성 평가’로 무게를 둘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정량 평가의 비중을 줄일 경우 교과 객관성은 보장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런데, 교육감이 최종 합격자에 대한 결정권을 발휘하게 되면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 등이 반영되지 않겠는가.

- 교원 평가 과정 중 2차 시험은 정성 평가의 성격을 띠는데, 면접관이나 출제자의 ‘객관성’에 문제도 있는지?
▲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1차 시험(필기 평가)’을 축소하고 면접의 비중이 높아지면, 당연히 출제자의 의중을 담아낼 면접관의 ‘주관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교육감이 시·도 교육청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면접관은 당연히 교육감의 정책 방향에 대한 질의를 하지 않겠나. 교육감의 교육 철학이나 이념 등이 투영된 면접 문제나 논술 문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객관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 교육감이 교원 선발 과정에 ‘권한’을 행사하게 될 경우, ‘공정성 담보’가 힘들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14개 시·도 교육감이 진보 성향의 전국교원노동조합(전교조) 쪽으로 기울어진 형국이라 ‘교원 평가 과정 등에 대한 자율권 확대’를 추구한다. 그런 상황에서 교육감이 자율권 확대를 명분으로 교원 평가 과정에 관여했을 때 어떻게 공정한 평가가 될 것이며, ‘정치적 중립성’을 교육감이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지···심지어 일선 현장의 선생님들도 굉장히 우려하고 계신다. 안타까운 일이다.

-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추진 중인 것은 무엇인지?
▲ 실무부서인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에 ‘행정 소송 예고 공문’까지 보냈다. 철회를 요청하는 건의문까지 보냈는데, 그래도 계속 강행 시 행정 소송을 불사할 예정이다. 법적 자문도 받은 상태다. 시·도 교육감이 상위법령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은 채 국가사무인 ‘교육공무원 선발’ 결정권을 갖게 되는데, 이는 헌법상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 및 교원지위 법정주의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하지 않다고 한다. 바로 위헌(違憲) 소지까지 있는 부분이다.
 

7일 오후 충북 청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교육자치 콘퍼런스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전북 교육감)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08.07. [뉴시스]
7일 오후 충북 청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교육자치 콘퍼런스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전북 교육감)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08.07. [뉴시스]

 

靑 청원 “교육감 좌지우지 악법 철회하라”

교육부가 ‘시·도 교육감에게 교원 선발 과정에서 자율권을 부여하겠다’는 개정령 안건을 내놓은 배경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주장과 연결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일명 ‘교육 자율권 확대’ 등을 계속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어떨까.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지난 14일 ‘교육감에게 교사선발권 부여하는 규정 철회를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이 등장했는데, 불과 1주일 만인 25일 0시48분 기준 8만7천여 명을 넘어섰다. 청원자는 청원 이유에 대해 “교사 실력보다 사상·이념 중심으로 교원 선발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며 “현재 문제없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교원임용시험이 대체 무슨 문제가 있기에 이리 성급히 몰래 선발과정을 바꾸려 하는지 교육부의 저의가 의심된다”라고 밝힌다. 그러면서 “특정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교사임용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정권의 사상에 부합하는 사람만 교사가 될 것”이라며 “교육감에 의해 교원선발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악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발표를 마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9.11.07. [뉴시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발표를 마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9.11.07.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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