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교수
신용한 교수

‘펭하’, ‘눈치 챙겨’. 한국에서 슈퍼스타가 되고 싶어서 남극에서부터 헤엄쳐 온 펭귄인 펭수가 남긴 수많은 히트 단어들이다. 그런데 ‘아니 펭수가 왜 국정감사장에?’ 모바일 단체 대화방에 누군가 국회 국정감사 일정표를 올려놓은 것을 보고 필자도 처음에는 의아했다. 국회 국정감사장에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최고 인기 캐릭터인 펭수가 나온다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EBS 국감 관련 참고인으로 펭수를, 정확히는 펭수 캐릭터 연기자를 채택했다. 물론, 펭수는 참고인이기에 출석할 의무는 없고 실제 국감장에 출석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요즘 검색도 공부도 유튜브를 통해서 한다고 할 정도로 유튜브 채널이 대세다. 지난해 초 EBS 유튜브 채널인 ‘자이언트 펭TV’를 통해 데뷔한 펭수는 현재 구독자 수 200만을 넘긴 슈퍼스타다. 한국에서 슈퍼스타 꿈을 이룬 펭수가 작년 말부터 9개월 동안 벌어들인 매출은 100억 원이 넘는다. 그런 펭수를 참고인으로 채택한 이유는 EBS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질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즉, 어른이(어른과 어린이의 합성어)들의 꿈과 희망인 펭수가 혹시 부당노동행위를 당하거나 노동착취를 당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동화작가 백희나 씨는 2004년 어린이가 구름빵을 먹고 하늘을 올라간다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가족 동화책 ‘구름빵’을 만들었다. ‘구름빵’은 전 세계를 통틀어 40만 부 이상 팔리고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부가적인 판권을 통해 4천억 원이 넘는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그런데 정작 ‘구름빵’ 작가의 인세 수익은 2천만 원도 안 된다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출판업계의 오랜 관행인 소위 ‘매절 계약(저작물 이용료를 권당 일시불로 지급하는 방법)’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해리 포터(Harry Potter)’ 작가인 조앤 롤링(Joan K. Rowling)과 비교되면서 우리를 더 화나게 하고 더 허탈하게 만든다. 롤링은 무명작가 시절 쓴 ‘해리 포터’를 저작권 대행 업체를 통해 계약하면서 저작권을 자신이 보유하고 판매에 따른 인세를 받기로 했다. 이후 롤링이 벌어들인 수익은 인세와 각종 상품 로열티를 합하여 1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37번이나 사용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아마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카투사 군 복무 중 특혜 의혹 및 소위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등에서 연달아 제기된 청년층의 ‘불공정’ 이슈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악화된 2030 청년층의 민심을 다독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

“때로는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기도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가 한편에선 기회의 문을 닫는 것처럼 여겨졌다.”는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공정과 불공정 사이의 불균형 속에서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그 때마다 제자리를 찾으려는 작용과 반작용의 자력이 작동되어 왔다.

이러한 공정 이슈의 갈등 양상은 최근에 가장 뜨겁게 부상한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같은 커다란 이슈에서도 경영계의 걱정을 ‘엄살’로 치부하기도 하고, 개정안의 주된 내용을 과거 여당이었던 지금의 야당도 제기하지 않았느냐는 식의 논쟁으로 끊임없이 투영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연평도 공무원 사살 만행 같은 군사외교적 문제부터 공정경제 3법이나 병역, 입학 특혜, 채용 비리, 부동산값 폭등 문제 등 커다란 국민적 관심사에 이르기까지 공정 이슈는 구호가 아니라 이제는 실천의 문제로 수면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현재의 집권 여당과 집권 세력이 ‘촛불혁명의 정신’이라고 강조하는 공정! 

“다 이루지 못할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는 대통령의 말 그대로 정당한 수익 배분이 이뤄지고 있는지, 표준근로계약서는 잘 지켜지고 있는지 등 생활 속 작은 ‘갑질’ 이슈부터 꼼꼼히 챙기고 어느 한 진영에게만 유리한 ‘치우친 공정’이 되지 않도록 하여 이제 더 이상은 펭수와 구름빵의 눈물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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