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침묵 속에서도 남한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던 북한이 지난 6월 느닷없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여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민족 대명절을 앞두고 북한은 또다시 침묵 속 바다 한가운데서 우리 국민을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는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사건을 저지르고 말았다.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천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 나갈것입니다” 2년전 9월19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선 최초로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문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앞에서 연설하면서 이른바 ‘9.19 평양 공동 선언문’을 합의 서명한 날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9월23일에도 유엔 화상 연설을 통해 남북 간 ‘종전선언’을 촉구하면서 남북 ‘화해 협력의 시계’를 다시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속 의지를 천명했지만, 그 전날인 9월22일에 북한군은 해상에서 월북 추정 공무원을 잡고 표류 경위와 월북 관련 진술을 듣고도 해상 총살과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희생된 당사자의 월북 의사 여부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현장 총살 의도 ▶북한 최고지도자의 인지, 지시 여부 ▶민간인 표류 및 북한군 총살 전후 우리 군의 초기 대응 문제, 문 대통령에 대한 최초 보고 및 초기 대응 문제 등 제기되고 있는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아직까지 북의 ‘침묵 이유와 의도’ 역시 추후 확인돼야 할 일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 때의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과 지난여름 남북연락 사무소 전격 폭파 사건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이번 사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분석과 대응이 긴요한 시점이다.

북한은 이미 하노이회담 결렬과 美 대선 본격화 이후 전략적으로 남북, 북미 관계의 진전은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지 오래다. 미국이 자신들에게 당장 줄 것이 없음을 확인한 이상 남북관계는 ‘종속변수’이기에 남측이 아무리 대화를 애걸복걸(?)해도 시간만 낭비라는 점을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서 보여준 것이다. 

이번 사건 역시 그 연장 선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더구나 북한은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전 국경 지역에서 ‘엄중한 조치’를 예고해 왔고, 향후 북한이 ‘유감 표명’을 할 가능성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책임 소재’는 남한에 떠넘길 것이기에 이 사건이 ‘남북 대화’로 연결될 여지는 희박하다. 

우리 국민들의 대북감정은 당분간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금강산 피살 박왕자 씨는 시신이라도 수습했지만, 이번엔 아예 현장 총살과 잔인하게 불로 태워버리기까지 했으니 반인륜적이고 ‘악랄한 적대행위’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 고도화 작업을 지금도 여전히 순항시키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의 對美,對南 대결주의와 전략적, 군사적 위협행위가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에 대규모 열병식에서 ‘새로운 전략 전술 무기 퍼레이드’를 통해 변곡점을 이룰 것이란 전망과 분석을 내놓기도 한 때이다.

지금 우리 스스로가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긴 쉽지 않지만, 이젠 북한의 의도와 거듭된 ‘대결’과 ‘생존방식의 속셈’들이 드러난 이상, 우리의 대북전략도 ‘숨 고르기’를 해야 할 때이다. 유행 지난 레코드판 틀 듯이 남북의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려야 한다는 ‘당위론’만 가지고 북을 대응하기엔 너무 철없어 보일 수 있다. 복잡해지는 미국의 대선 국면에서 볼 때도 미국이 해 줄 게 지금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남북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학수고대하는 국민들에게 ‘연락사무소 폭파 쇼’를 하고 바다 한가운데서 구해 달라고 했을 민간인에게 잔인한 총질에도 모자라 분노하란 듯이 시신을 불태우기까지 한 의도는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저들은 지금 ‘우리는 대화가 필요 없다’. ‘우리는 더 단호해지고 더 위협적일 수 있다’ 그리고 자신들과의 ‘공존’을 위해선 더 많은 것들을 ‘양보’하고 내놓으라는 것이다. 문대통령과 현 정부가 두고두고 ‘평화’와 ‘안보’ 어젠다를 놓고 시달릴 대형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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