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가끔 대중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는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지지도가 80% 이상을 기록하던 정권 초기 소위 친문 성향이 강한 단체구성원을 상대로 강의를 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준의 대통령 역할은 삼척동자도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을 결코 자랑으로 생각하지 말고, 국민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강의 후에 한 여성분이 오셔서 하는 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삼척동자에 비교한 것은 좀 과하지 않았느냐’며 항의성 의견을 완곡하게 전달하였다. 친문 성향의 단체라 생각하여 아마도 조금은 평정심을 잃은 상태였던 것 같은데, 의외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싸는 의견이어서 조금은 놀랐다. 그 뒤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삼척동자와 비교하는 강의는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고마운 분이었다. 피선거권이 없는 삼척동자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한 것은 확실히 필자의 잘못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 강의에서 필자가 제일 강조하여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하지 말고,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를 정확히 읽고 그에 부응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경고이자 권고였는데, 그러한 필자의 뜻을 수강생들이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아 1년 반 남짓 남았다. 작년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때부터 시작된 레임덕(lame duck)은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에서 치러진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반전을 이루는가 싶더니 총선 후광효과는 100일을 넘기지 못했다.

부동산 문제, 정부여당의 내로남불, 코로나19는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3대 악재다. 물론 그 외의 악재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호재 또한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호재가 정권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보다는 악재가 정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을 더 경계해야 한다.

방역당국으로서는 다가오는 한가위 연휴가 반갑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코로나19에 지배당하는 생활을 원치 않는다.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 코로나19 국면을 돌파해야 한다. 올해는 한가위 이전과 한가위 이후가 전혀 다른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같이 이동이 자유로워 고향을 찾고, 성묘를 하고, 일가친척들을 만나는 것이 한가위 풍경이라면 차례상에 올라갈 정치적 이슈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을 시기이다. 그러나 올해는 그러한 한가위 차례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유능한 정치인이라면 이번 한가위 연휴를 국민들의 삶을 보듬는 정치적 구상을 가다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한가위 연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첫 번째 맞이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추도사에서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며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3년이 더 지난 지금 국민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고, 국민들과 소통하지도 못하고 있으며, 설득은 더더욱 못하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절대 국민보다 앞서가면 안 된다. 반보만 앞서가라’고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겨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반보 앞서 있을 뿐이다.

한가위 연휴 이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훨씬 앞서가는 방법, 앞서가는 국민들을 빨리 쫓아가는 방법을 터득하여 자신의 레임덕도 극복하고, 국민들의 삶도 평안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말은 문재인 정권에게는 어울릴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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