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구도가 물밑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구도로 좁혀진 상황이지만 김경수 경남지사의 진입으로 3파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20223월까지 남은 기간은 대략 1년 반이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의 진검승부가 지속되는 가운데 제3의 주자가 부상하지 않는다면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는 이 대표와 이 지사 중 한 명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다만 이 대표나 이 지사의 경우 문재인정부 핵심으로 분류되는 친문진영의 적자가 아니다. 뒤집으면 대선후보 경선 통과를 100% 장담할 수 없다.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요동치는 한국적 정치현실을 고려할 때 이들이 여권 차기 레이스에서 마지막까지 순항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크고작은 돌발악재 한 방에 정치적 주가가 급락하는 과거 사례또한 적지 않았다.

김경수  지사, 뉴시스
김경수 지사, 뉴시스

- 양강구도속 친문 적자(嫡子) 김경수, 사법족쇄 풀경우 차기 도전
- 서자(庶子) 김두관.정세균 친문 대체재떠오를 가능성 제기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부 의원은 물론 친문이 대다수인 당원들 사이에서는 친문적자가 차기 대선 재집권에 성공해야 한다는 열망이 강하다. 뚜렷한 후보가 없는 가운데 급부상 중인 정치인이 바로 김경수 경남지사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차기 잠룡으로 분류됐지만 이른바 드루킹 댓글재판사건이 발목을 잡았다. 김 지사가 무죄를 받으면 이재명 지사와 마찬가지로 차기 주자로서의 급부상은 예정된 코스다. 다만 재판 결과가 나쁠 경우 친문진영은 차기집권을 위해 또다른 선택지를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친문서자로 불리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두관 전 경남지시가 대표적이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 등 비문주자가 앞선 상황에서 친문주자들의 차기 레이스 도전 가능성과 파괴력을 짚어봤다.

비문이낙연과 이재명의 본질적 한계김경수 대안론

이 대표와 이 지사는 차기 레이스 구도를 쌍끌이로 주도하고 있다. 범여권 차기 레이스에는 확고부동한 양강구도를 굳혔다. 민주당 밖으로 국민의힘, 국민의당 등 야권 상황을 둘러봐도 적수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이 대표와 이 지사는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지지율에서는 20%대 초·중반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오차범위 이내의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의 정치적 경륜과 안정감, 이 지사의 정치적 돌파력과 이슈파이팅 능력에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대표나 이 지사의 경우 2% 부족하다. 이 대표는 호남 대통령 탄생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하고 이 지사는 친문진영과의 앙금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다. 특히 이 대표의 경우 취임 이후 크고작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윤미향 의원의 검찰 기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의원 제명, 이스타항공 논란의 주인공인 이상직 의원 탈당 등 크고작은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당 대표로서 각종 악재를 돌파해 나가야 하는 정치적 시험대에 선 것이다. 아울러 호남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대선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지사의 경우 지난 20175월 대선에 앞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과 20186월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친문진영과의 감정적 앙금도 여전하다. 잡초같은 정치적 생명력으로 부활해 차기 주자로 우뚝 섰지만 친문진영과의 갈등해결에 끝내 실패할 경우 차기 레이스를 장담할 수 없다.

당의 대주주인 친문당원들로서는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때 호남 기반 민주당에서 영남 주자를 낼 경우 대선승리가 가능해진다는 정치적 속설 때문에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움직임을 주목하기도 했지만 4월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향후 정치적 재기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친문진영에서는 사실상 차기 대선에서 내세울 만한 마땅한 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온갖 추측이 난무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오래 전에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차기 도전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 이른바 김경수 경남지사 대망론이 서서히 불고 있다. 전제는 드루킹 댓글재판을 통해 사법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김 지사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11월초로 예정돼 있다. 아울러 대법원 최종 판결 역시 내년 상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만일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온다면 대법원의 진보성향을 고려할 때 결과가 뒤집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 지사로서는 향후 정치적 활동이 보다 자유로워진다.

특히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성적표에 따라 여권 내부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지사 역시 향후 정치적 결단에 나설 수 있다. 차기 레이스에서 이 대표와 용호상박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 지사 역시 사법족쇄를 벗은 뒤로 정치적 주가가 급상승한 바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김경수 지사의 경우 중앙정치에서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여전히 장외 블루칩으로 볼 수 있다이재명 경기지사가 사법족쇄를 벗어던진 이후 차기 지지율 경쟁에서 반사이익을 본 것처럼 김 지사 역시 드루킹재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얻게 되면 차기 도전은 당연한 수순이다. 본인이 고사해도 당원들이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현·문재인을 잇는다친문적자 김경수 부상

현 여권인 민주당의 주류는 과거 친노을 거쳐 현재 친문으로 장악돼 있다. 김 지사의 정치적 혈통은 만점 수준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이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마지막 비서관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문재인 대통령의 2012년 대선실패와 2017년 대선 당선 등 크고작은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면서 단결력을 과시해온 친문 주류 당원들의 입장에서는 김 지사야말로 최상의 후보다.

문제는 김 지사의 정치적 발목을 잡고 있는 드루킹 재판이다. 이때문인지 김 지사의 중앙정치 행보는 눈에 띄는 게 없다. 같은 광역단체장인 이재명 지사가 지역화폐 논쟁,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공격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내는 것과는 달리 중앙정계의 현안에는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러던 김 지사가 최근 달라졌다. 주요 현안에 대해서 정치적 소신을 서서히 밝히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게 만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 논란에 대해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김 지사는 여야간 논란이 한창이던 9월 중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야당에서 반대하고, 국민 일부에서도 비판적인 여론이 있다면 통신비 2만원 지급에 들어가는 예산 9000억원으로 전국에 무료 와이파이망 확대 사업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의 통신비 중 많은 부분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이터 사용을 감당하는 데 들어가고 있다일회성 통신비를 지급하는 대신에 학교를 비롯한 공공장소와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경로당 등에 무료 와이파이망을 대폭 확대한다면 통신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표가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통신비 2만원 지원을 제안하고 라이벌인 이 지사는 반대했다는 점에서 김 지사의 의견 표명을 이낙연 견제라는 관측까지 낳았다. 김 지사는 아울러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두면서도 도내 싱크탱크인 경남연구원에 인재를 영입하며 정책준비에 나서는 등 사실상의 차기행보를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두관 의원, 뉴시스
김두관 의원, 뉴시스

 

김 지사의 정치적 주가가 급등할 조짐을 보이면서 여권 안팎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친노 좌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전 대표의 평가는 매우 상징적이다. 이 전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지사의 차기 경쟁력과 관련해 김 지사가 동안이라 그렇지 대선 때 55세면 어리지도 않다. 이재명 경기지사하고 별 차이도 안 난다일단 (드루킹)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지켜봐야 할 주자는 맞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차기 구도 절대 중립을 선언할 수 밖에 없는 문심(文心)도 주목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917일 스마트그린 산업단지로 조성 중인 경남 창원 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해 김 지사와 공식석상에서 대면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다짐하는 자리였지만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김 지사가 참석하면서 정치적 설왕설래도 없지 않았다. ‘이낙연 vs 이재명양강구도로 정리되고 있는 차기구도의 활성화를 위해 김 지사에 힘을 실어줬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정세균·김두관 우리도 있다친문서자 반전은?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세균 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움직임을 주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김 지사가 드루킹 재판에서 기대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차기 레이스에서 사실상 탈락할 경우 친문진영의 차기 대체재로서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당장 유력 차기주로의 급부상은 쉽지 않겠지만 수십여년의 정치역정을 이어온 정세균 총리와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정치적 내공을 간단히 볼 수 없다차기 주자로 많을수록 좋은 다다익선이다. 내년 상반기를 전후로 정치지형이 요동칠 경우 이들의 정치적 행보를 예의주시해봐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세균 총리, 뉴시스
정세균 총리, 뉴시스

정 총리는 장관, 당 대표, 국회의장까지 지낸 정치 거물이다. 이낙연 대표에 이어 현 정부 두 번째 총리로 활약 중이다. 특히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야전사령관으로 내년 상반기를 전후로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차기 레이스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 총리의 권력의지와 대권을 향한 열망은 정치권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직 총리로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적정한 시점에서는 차기 레이스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 의원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김 의원은 2010년 경남지사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바 있다. 민주당 불모지에서 당선되는 저력으로 차기 주자로 우뚝 섰지만 이후 2012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면서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정치인생 내내 큰 그림을 그려온 김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승부수를 던졌다. 안정적인 당선이 보장됐던 수도권 지역구를 버리고 경남 양산을을 선택해 본인의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다. 김 의원의 경우 과거 경남지사 선거전 승리와 더불어 이번 총선에서의 승리로 영남지역에서 표의 확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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