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대표
김대진 대표

현지 시각으로 지난 18일, 미국 버지니아, 미네소타 등 4개 주가 사전투표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역대 59번째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사전투표를 시작한 버지니아 주 페어펙스 카운티 정부센터에는 유권자가 몰리며, 수백 미터의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2016년 대선과 비교하면, 약 5배 늘어난 수치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관심도도 한몫했겠지만, 선거 당일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전투표 증가와 함께, 코로나19로 달라진 美 대선 풍토는 우편 투표 제도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이번 대선에서 미국 50개 주 중 43개 주는 유권자에게 우편투표의 권리를 부여했다. 수도 워싱턴 DC와 캘리포니아·뉴저지 등 9개 주는 신청 절차 없이 유권자 모두에게 우편 투표용지를 전달하기로 결정했고, 미시간·오하이오 등 36개 주는 신청만 하면, 우편 투표가 가능하도록 했다. 반면 뉴욕·텍사스 등 5개 주는 분명한 사유가 있어야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상황이다. 약 1억 6200명, 전체 유권자의 78%에게 우편 투표의 기회를 부여한 셈이다.

투표권을 비대면 투표로 보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동시에 투표지 유실, 중복투표에 따른 무효표 증가 등에 따른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6월 예비선거 당시 조지아 주는 1000여 명의 중복 투표가 확인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여기에 워싱턴 DC와 17개 주는 대선 당일 이후 최장 17일까지 우편투표를 집계한다고 밝혀, 선거 당일이 아닌 11월 20일 이후에나 최종 집계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검증되지 않은 투표 방식에 따른 혼선과 잠재적 사기로 인해 선거일에 어마어마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우편 투표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주지사들을 향해서도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선거판을 만든 정치꾼들”이라 비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지난 15일 NBC 방송의 자회사인 NBCLX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공동으로 실시한 결과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65%, 공화당 지지층의 40%, 무당층의 49%가 우편투표를 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대선 당일 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는 결과가 나타났다 하더라도 우편투표가 포함된 최종 개표에서는 바이든에게 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결국 우편 투표가 미국 대선의 판도를 가를 키스톤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 투표를 “민주당이 저지르고 있는 사기”라고 말하며, 신임 연방대법관 선임을 서두르고 있다.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확산도 최소화해야 하고, 투표권도 보장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현시점에서 우편 투표 외의 선택지는 없는 상황이다. 결국 우편투표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로 바이든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일 NBC 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공동 발표한 결과에서는 바이든 51%, 트럼프 43%로 나타났고, 애리조나, 플로리다 등 경합 주 12곳에서도 바이든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4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했던 라스무센이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 47%, 바이든 후보 46%의 결과를 발표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끝날 때 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 말했던 미국 메이저리거 요기 베라의 명언처럼 미국 대선은 결국 끝까지 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수성의 트럼프가 될지, 탈환의 바이든이 될지, 미국 대선 판도를 가를 우편투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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