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이미 깨졌다···국민들 정신 차려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임청근 총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임청근 총재.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2007년 오랜 한‧미동맹 역사에도 불구, 정부가 공식적인 외교 라인이 해결하지 못하는 현안에 대해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비공식 라인’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미 대사관 국정감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당시 한국 대통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면담 시도는 물론, 우리 정부 고위당국자의 대미 공식외교에도 이러한 ‘비공식 라인’이 동원되는 것으로 밝혀져 대미 외교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비공식 라인, 즉 한미 간의 가교 역할을 한 주인공은 바로 한미동맹협의회 임청근(Chuck Rheem) 총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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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총재는 리처드 닉슨(37대), 제럴드 포드(38대), 로널드 레이건(40대), 조지 H. W. 부시(41대), 조지 W. 부시(43대) 전 대통령 등과 두터운 친분을 맺으며 미국 공화당 대통령 고문을 지내 온 인물이다. 현재 트럼프(45대) 대통령까지 약 50년간 총 6명의 미국 공화당 대통령 자문위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한미관계에 대해 “이미 깨졌다”, “심각하다”고 표현했다.

일요서울은 미국에 거주 중인 임 총재와 지난 10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해 한미동맹의 현주소, 외교 비사 등을 집중적으로 들어봤다. 다음은 임 총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한미동맹의 현실은 어떠한가.

▲ 한미동맹은 이미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미국은 깨졌다고 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 누구나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면 할 말, 못 할 말을 다한다. 한국 정부가 막다른 골목에 굉장히 가까워 있다. 그러니까 이제 이판사판이다 하고 막말들을 하는 거다. 명을 단축하는 행동인데, 함부로 저러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중국에게 억압 받고, 조공을 바치고, 이런 식으로 살아왔는가. 일본한테도 마찬가지고. 한국의 오랜 역사를 그들이 쥐고 흔들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정치적‧경제적으로 대립 중이다. 그런데 한국이 또 다시 중국한테 가서 붙겠다는 건 뭔가. 중국의 눈치를 위해 미국을 홀대하는 정권들이 유지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도 그렇다. 유엔군사령관이 한미연합군사령관을 겸하고 있으나, 혹시 몰라서 캐나다에 있는 중장 별 3개짜리를 갖다가 유엔군부사령관(현재는 호주)으로 한국에 내보냈지 않은가. 한국에 알려주기 위해서. 근데 한국 정부는 전작권을 받으면 자기 멋대로 할 수 있는 줄 알고 있다. 그게 아니거든. 유엔에서 하는 거다. 주사파들이 저렇게 무식한 짓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 2007년 주미 대사관 국정감사를 통해 한미 외교 비공식 라인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때 일화를 좀 들려주신다면.

▲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통령 후보가 통일부 장관 때 미국에 왔다. 근데 일주일 동안 아무도 못 만나는 거다. 나는 아내가 환자라서 LA에 왔는데, 밤 11시15분쯤? 전화가 한 통 왔다. 보니까 이태식 (주미)대사다. ‘지금 몇 시인데 전화를 하냐’고 했더니 2시15분이라는 거다. 워싱턴은 새벽이니까 그렇게 되지. ‘왜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하냐’고 했더니 정 장관 얘기를 하더라. 정 장관이 미국에서 일주일 동안 아무도 못 만나고 내일이면 한국에 간다더라.

근데 문제가 정 장관이 한국에 가서 자기 체면을 세우기 위해 (주미)대사를 욕할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대사는 ‘대사가 무능해서 (주요 인물) 하나도 못 만났다고 얘기할 거 아닙니까’ 이러더라. 이 대사는 ‘이제 정 장관 문제가 아니라 내게 문제가 생겼습니다’라고 말하더라. 그러니 이 대사를 도와야지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서 이 대사에게 ‘결론만 얘기해라. 누구 만나려고 하냐’고 말했다. 라이스 안보보좌관 등을 얘기해서 ‘알겠으니 이제 자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 대사는 ‘잠을 어떻게 잡니까’ 하더라. 그래서 내가 ‘아니 지금 다 잘 텐데 어디에다 전화를 하겠냐. 내일 아침에 출근하면 그때 조치할 테니 전화 쓰지 말고 딱 붙어있으라’고 했다. 이후 내가 조치를 해서 정 장관이 미 행정부 내 주요 인사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당시 방송, 신문 등에 다 나오고 난리가 났다.

근데 이 대사를 도와줄 때 내가 ‘내가 도와줬다는 걸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했다. 이 대사는 ‘몽땅 다 도와주셨는데 어떻게 그러냐’고 하더라. 나는 ‘그래야 너의 명이 길다’고 말했다. 도와줄 거면 확실하게 도와줘야지. 다만 만일에 내가 도왔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오면 관계가 끝나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모두 이 대사가 한 줄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국 국정감사에 이 대사가 나온 것이다. 그때 특파원들도 다 그 자리에 있었다. 그때 김무성(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이 대사에게 질문을 한 거다.

김 의원은 임청근이라는 사람 알아보니까 그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고 아무 인물도 아니라는데, 어떻게 대사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에게 ‘살려달라’해서 정 장관을 미국 주요 인사들과 만나게 해줬냐고 질문했다. 그때 이 대사는 지금 얘기 안 하면 임 총재가 사기꾼이 되게 생겼고, 말하자니 큰일 나게 생겼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당연히 김 의원은 나에 대해 모를 것이다. 30년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는데. 내 가족도 미국에 와서야 내 본명을 알았다. 결국 이 대사가 실토했다. ‘그분(임 총재)은 공화당의 원로며 실력자다’ 이렇게만 얘기했던 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 보수 야당 대표의 도움 요청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 2017년에 홍준표 전 대표가 국회의원들을 데리고 워싱턴에 왔다. 비서실장도 데리고 오고. 존 매케인(2018년 8월25일 사망)을 만나게 해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기왕 왔으면 내가 얘기해 놓을 테니 대통령을 만나라고 했다. 그래서 오후 6시에 저녁을 먹기로 하고 두 사람까지 들어오게 해줄테니까 오라고 했다. 근데 뭐라고 답이 왔냐면 ‘대통령은 나중에 만나고 존 매케인부터 먼저 만나게 해 달라’고 하더라. 아 이 사람 아무개 사수 받고 왔구나 생각했다. 그때 존 매케인은 죽을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을 때다. 바로 존 매케인에게 연락해서 접견 거부하라고 했다. 야당 대표라고 하면 미국 대통령을 만나지 못해서 안달인데, 기껏 해 줬더니 이렇게 행동하더라.

황교안 전 대표도 그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문에 미국 상원 회의 때 내가 얘기했다. 박 전 대통령을 좋아하진 않지만 대통령을 탄압하는 것은 잘못됐다, 이걸 가만히 놔두면 안 좋은 전례가 생기니까 우리(미국)가 고쳐 줘야 한다고 얘기했다. 거기서 브리핑을 다 하고, 권한대행이 될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전부하려고 했다. 미국서 긴밀히 논의, 한국 내 상황을 뒤집을 시나리오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상원의원(제임스 랭크포드)과 둘이 한국에 갔다. 미국 상원 대표 격으로 간 것이다. 근데 황 전 대표가 만남을 차일피일 미뤘다. 기가 막혀서 미국에 다시 가려고 했더니 황 전 대표하고 가장 가깝다는 인물이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더라. 결국은 황 전 대표를 못 만났다. 11일 동안. 상원의원은 대통령과 같아서 어디 가서 오래 못 있는다. 있어도 하루 이틀이지. 그러다가 황 전 대표가 권한대행이 된 것이다.

이후 황교안이 당대표가 된 후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간다더라. 미국에서 어떤 여자가 와서 미국 대통령하고 자신이 가깝다며 만나게 해 줬다고 하더라. 만나길 뭘 만나냐. 야당에서도 언제 갈 거라고 대대적으로 알려 놓고 망신만 당했다. 그러고 황 전 대표 비서실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제가 야당 대표 황 대표의 비서실장입니다. 황 대표가 미국에 가는데 상원의원 좀 만나게 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좀 전에 뭐라 그랬어?’ 했다. ‘지금 야당이라 그랬냐. 대한민국에 야당이 어딨냐’ 그랬더니 비서실장이라는 사람이 우물우물하길래 내가 끊어버렸다. 그러고 황 전 대표에게 10분 만에 전화가 왔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미국에 정식으로 접견을 요청했다고 하더라. 나는 ‘잘해 보라’고 하고 끊어버렸다.

이후에도 황 전 대표 측에서 여러 인맥을 동원해 나에게 ‘상원의원을 만나게 해 달라’, ‘미국 대통령을 만나게 해 달라’ 사정을 했다. 그래서 상원의원들, 미국 대통령-부통령 식사 일정을 각각 잡았는데 황 전 대표가 모두 핑계를 대면서 안 왔다. 미국 대통령이고 상원 의원이고 다 황 전 대표를 미워하게 됐다. 나와 상원의원이 한국에 갔다가 허탕치기도 했고. 황 전 대표를 정말 사람으로 안 봤다.

이후 내가 지난해 한국에 가서 일정을 소화하는데 황 전 대표가 왔더라. 와서 앉아 있길래 내가 ‘당신 얼굴 오늘 처음 보는데 XXX, XXX’라고 아주 욕을 했다. 그런데 어린애 마냥 ‘도움 주셔서 고마웠다’고 하더라고. 그러더니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래. 이틀 뒤 3시간만 내달라 해서 저녁을 같이 먹으며 대화를 해보니 아주 초등학교 1학년생이더라. 2학년도 아니고. 정말 행정일이나 해야 할 사람이더라. 결과적으로 한국에 나갔을 때 한미동맹협의회 일정에서 ‘홍준표가 있는 한 야당은 없다’, ‘황교안이 있는 한 야당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전 대표도 있는 자리였다.

-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수뇌부들이 한국 여당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한가. 여당이 미국에 연줄이 있다고 보는가.

▲ 아무것도 없다. 미국에서는 지금 한국 정부, 여당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미 외교가 최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한국이 토사구팽 당할 수 있다. 겉으로는 당연히 잘한다고 해준다.

임청근 박사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조선일보]
임청근 박사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조선일보]

-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우리 대한민국은 한미동맹 덕에 지금까지 평화롭게 살아왔다. 그게 아니었으면 벌써 전쟁이 났거나 큰일이 났다. 거지꼴이었던 우리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도와주고 해서 한국이 경제 대국이 됐는데 이제 와서 한미동맹을 깨뜨리고, 한국에서 미국 나가라고 내쫓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죽겠다는 건가. 우리 한미동맹, 영원히 피로 맺은 동맹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쟁 속에서 죽어나갔는가. 지금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미군이 많다. 눈이 있으면 보라 이거다. 그런데 이제 배가 불렀다고 갑자기 돈이 생긴 줄 알고, 갑자기 부자가 된 걸로 알고, 공산당이 밥값 대준 줄 알고. 미국을 배척하겠다는 얘기, 아주 잘못됐다.

한국인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젊은 사람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한미동맹이 깨지게 되면 미국하고는 적이 된다. 한미동맹이 깨지면 미국은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한국을 점령할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해 ‘한미동맹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린 죽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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