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언제부턴가 정치권에서는 정치인의 극렬 지지층들이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며 정치 흐름을 주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노사모)로 대표되는 노빠들이 있었고,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극렬 지지자층도 있다.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인 문파(文派, 문빠)’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들은 강력한 세를 형성하며 더불어민주당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이들은 반대 의견을 용인하지 않고 아군이 아닌 상대방을 모두 적으로 규정하며 문자 폭탄 등의 방식으로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들의 공격은 때로는 정치권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열성적인 지지층은 정당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동시에 극심한 정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문파의 빛과 그림자, ‘문재인 대통령 사수대인가 공격대인가
- 문파의 소신파 공격, 정치인 넘어 일반인까지 향하며 논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오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시민들과 함께하는 개표방송에 참석해 지지자들의 손을 잡고 있다. 2017.05.10.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오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시민들과 함께하는 개표방송에 참석해 지지자들의 손을 잡고 있다. 2017.05.10.뉴시스


강력한 팬덤을 통해 형성된 문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했던 지지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졌다. 문파의 심리 밑바탕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집권세력과 보수 기득권층의 모함 때문이고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감정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감정이 문 대통령 수호로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강력한 문 대통령의 수호자로 활동하고 있다.

문파는 지난해 조국 사태로 문재인 정부가 수세에 몰리자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모여 조국 수호 집회를 대대적으로 열며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문파, ‘지도부 구성부터 대선주자 낙점까지

친문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문파가 지도부 구성까지 쥐락펴락하고 있다.지난 8·29 전당대회는 국민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 전국대의원 투표 45%, 권리당원 투표 4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친문이 주류인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비율은 합해 85%에 달하고 국민여론조사는 1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전대 후보들은 친문, 특히 입김이 강한 문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번 전대의 당대표 경선 최종 득표율은 이낙연 대표 60.77%, 김부겸 전 의원 21.37%, 박주민 의원 17.85%였다. 이 대표는 친문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전국대의원 투표에서 57.20%,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63.73%를 득표했다. 김 전 의원의 경우는 ‘3위 같은 2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의원은 유일하게 가중치가 높은 대의원 투표에서는 29.29%를 얻어 박 의원(13.51%)을 앞질렀다. 그러나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친문의 지지를 받은 박주민 의원(21.51%)이 김 전 의원(14.76%)을 눌렀다.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도 김 전 의원은(18.05%) 박주민 의원(19.15%)에게 뒤졌다. 이는 문파의 힘에 의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문파는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에도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친문의 지지를 받아야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문파는 민주당의 대선 경쟁 구도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문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당정청이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방침을 정하자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었다. 이 지사는 그러나 자신의 발언이 여권과의 갈등으로 해석되자 정부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며 이는 변함없는 저의 충정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지사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주자는 자신의 주장을 수용 않는다고 문 대통령을 저주했다가 친문 지지자들의 비난을 받고 곧바로 태도가 돌변했다아무리 친문의 위세가 무섭다고 해도 대권주자란 분의 발언이 새털처럼 가벼워서야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이낙연 대표는 문파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인사들을 향해 공격을 퍼붓는 것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열성 지지자들의 움직임이 당내에 다양한 의견을 만드는데 저해가 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하자 강성 지지자들이라고 해서 특별한 분들이 아니라 매우 상식적인 분들일 수도 있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어떤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끊임없이 당의 대처나 당의 지향을 감시하는 감시자의 역할도 되기 때문에, 그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발전적으로 활용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파의 전방위적 공격, 일반시민에게까지 화살

그러나 이 대표의 이 같은 두둔에도 불구하고 문파의 아군과 적군 구별에 따른 공격 행태는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주요 정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쓴소리를 하는 인사들을 향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권리당원 게시판, 문자 폭탄 등의 수단을 이용해 공격을 퍼붓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들의 무차별 공격은 민주당 내 소신 발언을 막는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라고 불린 민주당 내 소신파 의원들이 문파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됐다. 이들은 소신 발언을 할 때마다 문파로부터 내부총질 할거면 국민의힘으로 가라는 공격을 받아왔다.

금태섭 전 의원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학벌이나 출신과 달리 진보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언행 불일치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라며 조 전 장관을 비판했다가 1천개가 넘는 문자 폭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 전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던진 것도 문파의 심기를 건드렸다. 정봉주 전 의원은 금 전 의원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당색인 빨간 점퍼를 입은 민주당 의원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결국 금 전 의원은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서울 강서구갑 민주당 경선에서 정치신인에게 밀려 탈락했다.

박용진 의원은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의혹에 대해 청년들이 갖는 허탈함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가 문파의 집중 표적이 됐다. 박 의원은 지난 23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최근 저에게는 문자 폭탄, 의원실로는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지금도, 전에도 정치인의 자세에 대한 제 생각은 똑같다. 정치인은 정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해볼 게 뻔해도, 비난 받고, 외면당하더라도 정직하게 할 말을 하고 할 일을 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소신 발언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반대표를 던진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향해서도 문파의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용 의원은 민주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 소수정당 몫으로 공천을 받아 당선된 뒤 총선이 끝난 뒤 기본소득당으로 복당했다. 문파들은 지난 총선 공천 책임자인 이해찬 전 대표까지 거론하면서 용 의원을 비난했다. 한 당원은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용 의원은) 이해찬이 싸지른 X덩어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용혜인, 기본소득당으로 먹튀(먹고 튀었다) 후 이러고 있다고 공격했다.

문파의 화살은 일반 시민에까지 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충남 아산의 한 시장을 방문했을 때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50A씨는 문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 같아요라고 말했다가 문파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문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은 직접 가게로 찾아와 욕을 하기도했고, 휴대전화로 발신번호 표시제한전화가 수차례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양념두둔... ‘문파, 태극기부대 비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파 라이브 에이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토크쇼를 지켜보고 있다. 2019.01.05.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파 라이브 에이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토크쇼를 지켜보고 있다. 2019.01.05.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강성 지지층의 댓글·문자 폭탄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2018년 신년기자회견에서는 한 기자가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에 지지자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생각이 같든 다르든 유권자인 국민들의 의사표시라고 받아들인다기자분들께서도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나 싶다. 너무 예민하실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파의 행태는 정당 정치에 활력을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인 태극기 부대처럼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정치는 일반 당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지지자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문제는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떼거리가 돼서 막말성에 가까운 공격을 퍼부으며 정치적 위력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아스팔트 태극기 부대들의 도가 넘은 행위로 인해서 그 부메랑을 맞아서 박 전 대통령이 몰락하게 된 계기가 됐다문빠들도 자신들의 지나친 언행, 막말, 집단적 위력 행사가 해가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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