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연임 위해 측근 배치 중” vs “채용규정에 따라 절차 진행”

이석행 한국폴리텍 이사장. [뉴시스]
이석행 한국폴리텍 이사장.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과거부터 일명 ‘낙하산 왕국’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던 한국폴리텍대학(이하 폴리텍) 내부에서 또다시 수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폴리텍 내부 사정을 잘 안다는 A씨(익명 요구)는 지난 2017년 12월 취임한 이석행 이사장(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인사 전횡’으로 그동안 쌓아 온 폴리텍 명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폴리텍 측은 제기된 모든 의혹을 두고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지난 6월에 올라온 운영이사 공개 초빙 공고’···아직도 이어지는 까닭은

특정인 승진위해 승진예정인원 임의 조정하다 감사서 들통

A씨는 지난 2017년 12월 취임한 이석행 이사장의 인사 전횡으로 폴리텍 명성이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제기한 의혹의 골자는 오는 12월 임기가 끝나는(임기 3년) 이 이사장이 연임을 위해 자신의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앉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

특히 폴리텍의 전반적인 경영관리(조직, 인사‧노무, 시설‧자산, 계약 등)를 책임질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진 ‘운영이사’ 공개 초빙 건을 두고 이 이사장이 인천시 노동특보 시절부터 같이 일하며 관계를 이어온 김월용(전 인천시 교육특보) 폴리텍 인천캠퍼스 학장을 이미 운영이사로 내정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현재 이 자리에는 양대웅 운영이사가 앉아 있는데, 이미 임기는 끝난 상태다. 폴리텍 ‘운영이사 공개 초빙’ 문건 등에 따르면 운영이사의 임기는 임용일로부터 2년이다. 양 운영이사는 지난 2018년 6월1일에 임용, 2020년 5월31일에 임기가 끝났지만 아직까지 신규 운영이사가 뽑히지 않은 탓에 운영이사 직을 이어가고 있다. 폴리텍 측은 지난 6월10일 홈페이지에 ‘운영이사 공개 초빙 공고’를 올린 상태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A씨는 이를 두고 “폴리텍 운영이사 공개 초빙 건은 석 달이 지나가고 있는 현재도 적임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그 이유는 이 이사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무리수를 쓰고 있기 때문”이라며 “신임 운영이사 임명 건을 둘러싸고 청와대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이사장이 자신이 추천한 김 학장이 임명되지 않을 경우 면접 점수가 최하위인 여당 측 인물(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라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 이사장이 오는 12월로 자신의 3년 임기가 종료됨에도 불구, 연임을 성사시키려고 해 만 65세라는 고령의 김 학장을 운영이사로 선임하려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면서 “김 학장은 송영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인천시장 시절 교육특보를 지낸 건설업자이며, 그 당시 노동특보를 지낸 이 이사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는(김 학장) 지난 2015년 인천대학교 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송 의원의 외압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김 학장과 이 이사장은 인천시에서는 물론, 민주당 활동도 함께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이 이사장은 지난 1~2년간 측근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합법적(?) 자기 사람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용기를 내어 고발한다”면서 “이석행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가신그룹의 전횡과 부정을 그대로 놔두면 대한민국의 기능기술인력 전당인 폴리텍이 그동안 쌓아 온 명성이 훼손되고, 제조 강국으로의 도약이 실패할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폴리텍 측은 일요서울에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이사 선임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자 중 차기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한다”고 반박했다.

또 폴리텍 측은 이 이사장이 운영이사 후보인 여당 측 인물(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에 대한 폭로를 하겠다고 말했다는 A씨의 주장을 두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향후 감사원 조치 주목

A씨는 이 이사장의 인사 전횡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부임 이후 계속돼 온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A씨는 최근 발표된 감사원의 폴리텍 기관운영감사 결과가 핵심 근거이며, 이 이사장 인사 전횡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감사원은 지난 3월 폴리텍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공개 발표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특정인의 승진을 위해 승진예정인원을 임의로 초과 산정하고 인사위원회의 심의 전에 승진 대상자를 내정, 인사위원회의 심의‧추천 권한을 침해하는 등 부당하게 인사 업무를 진행한 점이 드러났다.

‘2019년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2급인 B씨를 부당하게 1급으로 승진시키려 했다는 점이 핵심 문제다.

인사 계열 3급 C씨와 운영 계열 1급 D씨가 인사 업무를 포함한 운영지원 업무 등을 총괄하고 있는데, ‘2019년 하반기 정기인사 일정(안)’을 이 이사장에게 보고하는 시점에 이 이사장으로부터 “B씨를 포함하여 잘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

이 이사장은 B씨의 능력‧실적이 탁월해 고용노동부 차관에게 특별 승진을 요청했으나 실제로는 반영되지 못한 점 등을 감안, 발탁 승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B씨를 언급했다고 진술했다. 또 C씨와 D씨는 이 이사장의 지시가 B씨를 승진시키라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결과적으로 승진예정인원을 임의로 조정, B씨를 승진 대상자로 내정하는 등 승진임용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인사책임자와 담당자를 징계 처분(경징계 이상)하라고 감사원은 폴리텍에 통보했다.

A씨는 “승진임용 업무 부당 처리 건이 이 이사장의 전횡과 측근 비리 등 제반 문제들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B씨는 이 이사장 부임 이후 고속승진할 정도로 이 이사장의 ‘최순실’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라며 “요직에 대한 측근 인사는 이 이사장 부임 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임원추천위원회를 자신(이 이사장)과 가까운 인물들로 구성, 측근을 주요 보직에 앉히고 2019년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B씨를 부당 승진임용하려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일요서울이 입수한 폴리텍의 ‘징계처분요구사항 조치결과 통보’ 문건을 살펴보면, 폴리텍은 감사원에게 징계처분을 요구받은 C씨와 D씨에 대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징계 의결을 하지 아니한다”고 결론 내렸다. A씨는 “감사원의 징계권고에도 불구, B씨의 승진을 위한 제반 위법 조치를 이 이사장이 지시하거나 인지했기 때문에 이 이사장은 본인의 지시에 따라 부당한 인사 조치를 실행한 징계예정자들을 자신이 실제로 징계 처분할 수 없었다”면서 “이러한 이유로 감사원 지적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들은 폴리텍의 징계의결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폴리텍 측은 “관련 규정에 의해 구성된 중앙사무직원징계위원회(위원장-양대웅 운영이사 / 내‧외부 6명 구성)에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은 극명히 갈리고 있다. A씨는 “이 이사장의 인사 전횡을 끊어내야 한다”며 여러 의혹을 제기하는 입장이고, 폴리텍 측은 “사실 무근”, “정당한 채용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며 반박하는 상황. 향후 감사원의 조치와 신임 운영이사 공개 초빙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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