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박람회 '케이펫페어 서울 2020' 현장 [뉴시스]
반려동물 박람회 '케이펫페어 서울 2020' 현장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구는 2015년 무렵 이미 1천만 명 시대를 넘어섰다. 여기에 애견 및 애묘 등 반려상품과 관련된 상표 출원 증가율도 지난 5년간 연평균 12% 이상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다(2014년 7546건->2019년 1만3256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5조8100억 원, 펫푸드 시장 규모는 1조5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국내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인 또는 2인 가구가 증가하고,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는 ‘펫콕족’이 늘어남에 따라 반려동물 시장은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다음달 15일부터 시작되는 ‘2020 인구주택 총조사’에 반려동물 관련 문항이 신설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인구주택 총조사는 통계청이 5년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0% 표본을 선정해 실시하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올해 처음으로 조사 중 반려동물 여부를 묻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반려동물이 단순히 ‘애완동물’을 넘어 ‘가족’의 범위 안에 포함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셈이다. 국내 반려동물 문화가 점차 진화하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일요서울은 최근 국내 ‘펫코노미(Petconomy)’ 시장에서 대두되고 있는 각종 이슈들을 점검해 봤다. [편집자 주]


맹견 책임 보험 가입
‘특약’에서 ‘의무’로


반려동물의 건강과 밀접한 상품들도 펫코노미 업계의 뜨거운 화젯거리다. 특히 내년 2월부터 맹견 소유자의 맹견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펫보험’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현재 반려견이 다른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힌 경우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은 펫보험 중 특약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부분 보장금액이 500만 원 선으로 낮을 뿐 만아니라 대형견이나 맹견의 경우 보험 가입 자체가 거부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개 물림 사고 발생 시 처벌조항이 도입됐지만 이와 별도로 사고 피해자에 대한 피해보상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해 사고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의 역할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기대감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은 보험 가입 시기를 맹견을 소유한 날 또는 책임보험의 만료일 이내로 정했다. 기존 맹견 소유자는 내년 2월12일(개정법 시행일)까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맹견 월령이 3개월 이하인 경우는 3개월이 됐을 때 가입해야 한다. 가입을 하지 않을 경우 시·군·구청장이 1차 위반은 100만 원, 2차는 200만 원, 3차는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시행규칙 개정안에서는 보험의 보상한도를 정했다.

맹견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사망하거나 후유장애 시 8000만 원, 부상당하는 경우 1500만 원, 다른 동물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200만 원 이상을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는 다른 의무 보험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개 물림 사고 시 평균 치료비용을 고려해 실손해액을 보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개 물림 사고의 평균 치료비용은 165만 원 수준이다. 맹견 사고의 경우 치료 비용 상위 10%는 726만 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려 동물 건강 보험
가입율↓...실효성 ‘글쎄’


맹견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시행 소식이 알려지자 그간 가입율 저조 등의 문제로 논란이 되던 펫보험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는 모양새다. 펫보험은 보험업계의 떠오르는 신사업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펫보험 시장은 정부가 동물병원 표준진료제 등 정책적 지원을 약속하며 상품개발을 독려해 현재 10개 보험사가 펫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펫보험 가입율은 저조한 편이다. 펫보험 가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업계는 차별화된 상품 출시와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는 등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가입률은 0.1~0.3% 수준이다. 스웨덴 40%를 비롯해 영국 25%, 노르웨이 14% 등과 비교해 봐도 큰 차이가 있다.


- 맹견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유망 산업 꼽히던 ‘펫보험’ 가입율 저조
- ‘펫보험’ ‘펫저축’ 비교 사례 많아...동물병원 ‘진료수가’ 체계화 주장도



실제로 반려동물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여전히 펫보험에 대한 의견차가 극명히 갈리는 상황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펫보험 가입 후 꾸준히 납입한 덕에 반려동물 치료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고 소개하는 반면, 보장받을 수 있는 범위가 좁고 지급 과정이 까다로워 사실상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는 의견도 있다. 이렇다 보니 ‘펫보험’과 ‘펫저축’ 등을 비교하며 효율성을 따져보는 사례를 찾는 일도 어렵지 않다. B씨는 “펫보험을 가입하려고 알아봤지만 피해사례가 적지 않다보니 선뜻 가입을 망설이게 되는 게 사실”이라며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보험사가 지급을 미루거나 보험사기로 의심하며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례를 접한 만큼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보험과 적금을 비교하던 중 유명 보험사의 펫보험은 보험금을 지급받고 나면 보험료가 무척 올라 재가입을 거절했다는 사례를 접한 적 있다”며 “게다가 중성화 수술을 비롯해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진료항목들이 적지 않아 효율성에 대해 의구심이 남는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야심찬 반려동물 전용 보험 상품 출시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성적이 이어지자 업계 내부에서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동물병원의 진료수가를 체계화하고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분위기다. 쉽게 말해 천차만별인 동물병원 진료 비용에 대한 체계화된 급여 항목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수가제는 동물병원간 자율경쟁을 통해 진료비를 낮추려는 취지로 1999년 폐지된 바 있지만, 이후 진료비 담합 문제나 진료비 편차가 과도하게 차이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반려인 10명 중 9명이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반려동물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동물병원 진료비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 외에도 인터넷 검색 방식을 꼽았다. 당시 조사에서 응답자 일부는 진료비를 사전에 고지 받지 못한 점을 비롯해 과잉진료, 과다청구, 진료비 편차 등을 불만사항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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