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정리인가 소액주주 죽이기인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포스코플랜텍을 유암코에 넘기는 과정에서 또 한 번 포스코의 헐값 매각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포스코플랜텍]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포스코플랜텍을 유암코에 넘기는 과정에서 또 한 번 포스코의 헐값 매각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포스코플랜텍]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이 73%의 대주주로 있던 포스코플랜텍이 산업은행과 6대 시중은행 등이 주요주주로 참여 중인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 유암코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총 지분율은 71.9%.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은 23%를 넘어가던 지분율이 4% 수준으로 내려서면서 큰 손실을 맞게 됐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특히 협의 과정에서 신주 발행가로 결정된 500원이 납득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유암코 600억 원으로 최대주주 올라섰는데
포스코는 왜 600억 원 추가 출자 포기했나

각고의 노력 끝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포스코플랜텍이 워크아웃 종료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9월 대주주 포스코는 추가 출자를 포기했다. 이에 산업은행이 중심이 된 포스코플랜텍 채권단은 인수 대상자 물색에 나섰다. 외부투자자유치에 앞장선 산업은행은 스스로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자산관리기업 유암코를 우선협의대상으로 결정하고 인수 과정을 진행했다.

사실 포스코플랜텍은 포스코 관계 기업 가운데서도 재무구조에 어려움이 없는 건전한 기업이었다. 이와 관련 취재진을 찾은 A씨는 “앞서 포스코가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을 합병하던 과정에서부터 이미 잘못된 길을 간 것”이라며 “다 망해버린 회사(성진지오텍)를 인수해 건실한 기업(포스코플랜텍)을 붙여놓으면서 함께 죽였다”고 말했다. 

부실 기업 ‘성진지오텍’ 인수 왜?

A씨는 1990년 초 포스코플랜텍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포스코플랜텍은 1982년부터 국가 1급 보안 시설에 해당하던 포항제철소(포스코)의 내부 정비사업을 독점으로 담당하는 가장 건실한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고 A씨는 회상했다. 

그런데 2010년 포스코는 무슨 이유에선지 실적악화와 부채 더미로 무너져 가는 성진지오텍 인수를 밝혔다. 부채율이 무려 1600%에 달하는 성진지오텍을 무려 1600억 원이나 주고 인수했다. 당시 성진지오텍 오너였던 전정도 회장과 정권과의 유착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채권자였던 산업은행은 2010년 3월 전정도 회장에게 성진지오텍의 주식을 9620원에 매각했고 불과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포스코는 전정도 회장의 보유 주식을 무려 1.7배를 주고 인수했다. 

부실기업이 대기업, 포스코에 인수됐다고 해서 회생할 방법은 없었다. 포스코는 2013년 성진지오텍을 포스코플랜텍과 합병시키고 그해 말 700억 원, 이듬해 2900억 원의 증자지원까지 단행했다. 하지만 포스코플랜텍 소액주주들에 따르면 포스코플랜텍은 성진지오텍과 흡수합병하던 2013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2014년, 2015년 연속으로 1000억 원대의 영업적자가 났고 자본잠식 등을 이유로 2015년 9월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포스코플랜텍은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흑자경영으로 돌아섰다. 이 기간 동안 A씨를 비롯한 일부 임직원들은 회사를 나오게 됐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2015년 기준 5200억 원의 차입금이 4년 만인 지난해 9월 기준 3900억 원까지 줄었다. 업계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정상 궤도에 올라설 것이라 예측하며 유가시장 재상장도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워크아웃 종료를 앞두고 포스코는 추가 출자 포기를 선언했다. 이에 채권단은 무상감자를 제안했고, 포스코가 이를 수용했다. 무상감자와 외부투자자 유치에 의한 신주 발행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극에 달했다. 

소액주주 지분율 23%에서 4%로 떨어져

포스코플랜텍이 1:6의 감자를 실행하면서 발행주식이 약 1억8000만 주에서 3000만 주로 줄었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총 1476억 원 규모의 채권을 주당 8850원으로 출자전환하면서 포스코플랜텍의 주식은 다시 4682만 주로 늘었다. 이후 우선협상 대상이던 자산관리회사 ‘유암코’는 유상증자에 따른 600억 원을 추가 투입하면서 주당 500원에 1억2000만 주를 교부받았다. 총 71.9%의 지분율로 최대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총 23.09%에서 4.14%로 낮아지게 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두고 포스코플랜텍 측은 “만약 투자유치를 통해 워크아웃을 졸업하지 못했었다면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회사의 지속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게 됐을 것”이라고 전해왔다. 

포스코플랜텍은 “특히 워크아웃 중 주요 경영사항은 채권단에서 결정하며, 이번 신주발행도 채권단이 외부투자자 유치를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 방안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소액주주뿐 아니라 포스코도 6:1의 감자를, 채권단도 1476억 원(주당 8850원)의 대규모 출자전환에 합의하며 손해를 감수했기에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의 손실은 안타까우나 자본 잠식된 워크아웃 기업은 회사로부터 배분 받을 재산이 없어 그 지분가치는 ‘0’원 이었다”며 “결과적으로 워크아웃 졸업을 통해 현재 포스코플랜텍은 재무건전성을 확보했으며 주식의 가치는 워크아웃 중이었던 ‘0’원 보다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플랜텍, 흑자전환 ‘인정’ 하지만 미래 ‘불투명’

최근 4년간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으로 정상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던 상황에 단행된 이번 사안을 두고는 포스코플랜텍이 부실사업 정리 등을 통해 흑자로 전환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를 상환할 여력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무 상환 불이행에 따른 파산이 불가피했기에 외부투자 유치에 따른 워크아웃 졸업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포스코 측은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플랜텍의 지분을 매각하지도 않았고, 2015년 워크아웃 이후 포스코플랜텍의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무상감자와 출자전환, 신주 유상증자 등의 과정에서 포스코와 포스코플랜텍 측은 투자유치라 주장하지만 여전히 헐값 매각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유암코가 투입한 금액과 동일한 600억 원 수준의 증자지원에만 나섰더라도 회생 및 정상화도 가능했겠지만 투자유치를 결정한 것은 과거의 경영실패에 대한 ‘꼬리 자르기 차원’이었다는 풀이도 뒤따랐다. 

한편 포스코플랜텍 소액주주들의 법무 대리인은 “신주발행의 위법성과 유암코에 불공정 특혜를 준 정황 등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감자전후 주식가치에 변동이 있을 수 있으나 주당 500원이란 가격은 납득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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