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후암동 ‘후암가록’

무료 갤러리 '후암가록' 전경 [사진=신수정 기자]
무료 갤러리 '후암가록' 전경 [사진=신수정 기자]
'후암가록' 입구 문패 [사진=신수정 기자]
'후암가록' 입구 문패 [사진=신수정 기자]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서울에는 다양한 명소‧장인, 독특한 지역 상권 등이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상권을 만들고, 지역 특색을 가꿔 온 가게들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하나둘씩 문을 닫는 추세다. 역사적 배경이 있는 공간과 이를 지켜 온 인물들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지역을 떠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서울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명소‧인물, 그리고 각 지역의 전문가와 독특한 지역 상권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다섯 번째로 서울특별시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후암가록’과 후암가록을 운영하는 도시공감협동조합건축사사무소 이준형 실장을 만나 본다. 

남산 자락에 도심 속 옛스러움이 남아 있는 동네 후암동. 굴곡진 길 위 주택가 사이를 걷다가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 푸른 남산, 서울시 랜드마크 남산타워를 발견하면, 이내 서울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동네다. 

'후암가록' 내부 공간 [사진=신수정 기자]
'후암가록' 내부 공간 [사진=신수정 기자]
후암동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박종평 기자]
후암동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박종평 기자]

“후암동 사람들의 기록”
마을 아카이빙 프로젝트

후암동은 서울역 인근 남산 주변 일대로 서울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과거 일본군 주둔지(현 용산미군부대) 인근으로 일제강점기 시대 용산역과 일본군 주둔지가 인접해 일본군들의 거주지로 개발됐다. 과거에는 일본 상인들과 군속들, 성공한 조선인들이 살았다. 

해방이후 일본군의 시설을 미군이 점령하면서 이태원, 해방촌 못잖게 미군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로도 알려졌다. 해방 전에 일식 풍의 가옥들이 지어졌다면, 해방 이후 1960년대에는 다가구 단독주택, 다세대 빌라형 주택들이 지어졌다. 이 때문에 빨간 벽돌집들부터 과거 일본 저택이 보이기도 한다. 

후암동에 매료된 도시공감협동조합건축사사무소는 후암동에 사무공간을 마련해 후암동 일대 주택들을 기록하고 있다. 2016년 6월에 후암동에 처음 발 들인 직후부터 4년째 지역 주민과 함께 후암동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 공간을 만들어가는 ‘후암동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이준형 실장은 “사무소의 사무공간을 알아보다가 후암동으로 동네를 정했다. 건축가면서도 마을과 동네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초반에 막연히 후암동 동네 집들을 기록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스레 사라지고 새로운 집이 생기고 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누군가는 이 변화를 목격하고 기록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동네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 후암동 주민들의 삶이 담긴 공간을 탐구해 온 것이 어느새 후암동 주민들과의 소통 매개체로 발전했다. 그렇게 탄생한 곳은 무료 전시공간이자 마을의 쉼터인 ‘후암가록’이다. 

전시된 사진 일부 [사진=신수정 기자]
전시된 사진 일부 [사진=신수정 기자]
[사진=신수정 기자]
[사진=신수정 기자]

“익숙한 공간을 특별하게”
후암동의 추억

이준형 실장이 후암가록을 통해 현재까지 기록한 집은 18채다. 이는 18명의 삶을 들여다본 것이기도 하다. 후암동 사람들은 조용한 동네에 살아서 좋았던 사람, 조부모 때부터 살았던 손녀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 후암동 특유의 오래됨과 느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실상 익숙한 동네를 주민들의 이야기와 주택을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관찰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후암가록에 전시된 동네 일대 사진들, 건축 도면, 마을 주민들이 직접 그린 후암동 그림들. 각각의 추억과 사연을 담은 채 매일 지나쳐가는 익숙한 동네에서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다.

이준형 실장은 후암동을 추억하는 주민들 중 마을을 떠나며 한평생 지냈던 집의 기록을 선물 받으신 할머니를 떠올렸다. 할머니께 집의 건축 기록은 먼 곳에서도 후암동을 추억할 수 있는 매개체다. 어디서도 받아 볼 수 없는 ‘후암동의 추억’을 선물 받은 것이다. 
적당한 상업시설들, 차분하고 조용한 삶터가 어우러진 골목과 집들. 후암동 주민들은 후암가록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우리 집, 우리 동네를 추억할 수 있게 됐다. 

후암가록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두텁바위로 53-4(후암동 19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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