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확산 방지 위해 벌초 대행 늘고 온라인 성묘로 대체
“서로의 건강을 생각해 안 가는 게 효도”

▲영락공원묘역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추석 성묘 자제'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안애영 기자)
▲영락공원묘역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추석 성묘 자제'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안애영 기자)

[일요서울ㅣ광주 안애영 기자] 민족 대명절 추석 연휴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이번 추석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최고 위험요인으로 꼽으면서 귀향과 여행 등의 이동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지방자치 단체들도 가급적 고향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하고 나서면서 사상 초유의 비대면 명절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추석 풍경들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이동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반영하듯 지난 17~19일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 업체 4개 사에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전국지표조사(NBSㆍNational Barometer Survey)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비대면 명절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86%에 달했다. 국민 5명 중 4명가량은 정부의 비대면 명절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이렇게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모여서 벌초하는 풍경이 많이 사라지고 벌초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25일 기준 광주 전남 벌초 대행 서비스 예약 기수는 8,256기로 지난해 6,062기(추석 전일까지 합계) 대비 36%가 증가했다. 추석 전일까지 아직 날짜가 5일가량 남아있어 예약 기수가 더 늘어날 여지가 있어 40%까지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뿐 아니라 광주·전남의 대부분의 추모 시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성묘 자제를 당부하며 'e 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추모·성묘를 권장하고 있다. 온라인 추모·성묘는 온라인상에 영정 사진 등을 포함한 차례상 이미지를 만들어 가족들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로 보건복지부 장사 지원센터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관계자에 따르면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21일 첫날에 만(오후 5시 기준) 700명이 회원가입을 하고 6,500명이 사이트를 다녀갔으며 문의 전화가 계속되고 있다.

명절이면 반복되던 대규모 귀성길 행렬도 이번 추석 명절엔 예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명절 대규모 인구 이동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2017년 추석부터 면제돼온 명절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유료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한국 철도는 승객 간 거리 두기를 위해 추석 승차권 예매 기간에 창가 좌석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했으며 입석 발매도 중단했다.

▲광주 광산구 송정역 인근에 '추석 귀향 자제'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안애영 기자)
▲광주 광산구 송정역 인근에 '추석 귀향 자제'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안애영 기자)

지방자치 단체들도 추석 연휴를 목전에 두고 코로나19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곳곳에서 고향방문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 “보고 싶다, 어서 와라” 등의 환영문구 대신 방문 자제를 촉구하는 재치 있는 문구의 현수막들이 곳곳에 내걸리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청양의 재치 있는 현수막을 비롯해 광주 송정리역 인근에도 “오메 아가! 코로나가 보고 싶으면 내려와 블고 우리가 보고 싶으면 집에 있어브러라”라는 정감 있는 지역어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이처럼 자녀들과 떨어져 사는 부모들도 가족 간 안전을 먼저 걱정해 추석 연휴에 내려오지 말라며 먼저 연락을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아들을 둔 A 씨(북구 68세)는 “아들이 서울에 홀로 살다 보니 여유 있게 쉬는 날이면 집으로 내려오고 싶어 한다. 근데 자기 차를 타고 내려오는 것도 아니고, 수도권 쪽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태여서 아들에게 이번에는 서울에서 보내라고 먼저 전화를 했다”며 “결혼한 딸들에게도 보고 싶긴 하지만 명절 지나서 좀 안정되면 오라고 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명절이면 여러 친지들이 모였던 추석의 풍경 역시 이번엔 예외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광주권이 시댁이라는 B 씨(남구 38세)는 “시댁이 큰 집이라 다른 지역에서 친척분들이 오시는 게 걱정된다. 시어머니께 이번엔 우리 식구끼리만 보내는 걸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어르신이라 그러신지 아쉬워하는 기색이셨다”며 “아쉬워하시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무증상에 감염 경로도 모르는 확진자가 늘고 있어서 추석 이후에 더 심각한 상황이 올까 봐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광주 생활권 내에 위치해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담양군 역시 명절 대비 이동 자제 권고와 방역 분위기 조성 및 확산을 위해 각종 현수막과 sns, 재난 문자 등을 활용한 캠페인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담양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 밖에도 “공직자 핸드폰이나 사무실 전화번호에 이동 최소화와 안전한 집에 머물러 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컬러링 서비스를 시행 중이며, 읍·면에서는 이장회의나 주민자치회를 통해 타지역에 거주하는 가족이나 친지의 방문, 특히 자녀들의 귀성 자제를 유도할 수 있게 적극으로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절 귀성과 관련해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18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고향에 있는 거주 인구의 대부분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만약 추석 연휴 귀향하신다면 코로나19의 위험에 노출돼있는 인구가 고위험군을 찾아가는 형상이 되는 것”이라 지적하며 “올해 추석은 고향에 가지 않고 비대면으로 지내는 것이 진정한 효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동병원 호흡기안심진료센터 심은희 과장은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모습이 변화하고 있다”며 “도시 간 이동이나 소규모 모임은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부모님이나 친척들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아쉬운 마음보다 앞으로의 건강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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