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면초가 ‘해결사’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MB)의 국정 장악능력이 상실됐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연이어 터진 외교 사건을 비롯해 정보 부재에다 청와대 내부의 지역별 계파별 권력 쟁탈전까지 이 대통령을 연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를 ‘아마추어 정권’이라고 비판했던 청와대가 역풍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북측의 금강산 피격사건 이후 박희태 당 대표의 ‘대북 특사’ 제안을 청와대가 일축하면서 당·청간의 소통 부재까지 나타나면서 총체적인 난맥상을 노출했다. 무엇보다 청와대 컨트롤 타워 부재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이상득-정두언 쌍두마차는 지난 소장파의 반란 이후 권력 핵심에서 한발 떨어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재오 조기 귀국설’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이 전 최고의 정무특보 기용설까지 나오고 있어 그 배경을 추적했다.

이재오 정무특보 기용설이 나오는 배경에는 정무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기 때문이다.


정무담당 인사 여의도 두문불출

현재 3선의 맹형규 전 의원이 정무수석을 맡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정무팀 인사들을 볼 수가 없다고 푸념하고 있다. 친이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정무팀이 국회에 온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정무팀 인사들을 다 아는데 얼굴을 볼 수가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친이 의원실 관계자는 “정무수석이 새롭게 바뀐 후 딱 한번 청와대 정무팀 인사가 방을 찾아 왔다”며 “그런데 사전 의원과 약속을 하지 않고 와 차 한 잔 하고 갔다”고 전했다. 친박 의원실 인사들은 청와대로부터 홀대를 더 받고 있다.

친박 인사인 서상기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친이 인사들은 자기편으로 생각하고 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친박 의원들 방에는 더 자주 와서 얘기를 들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일절 찾아오지 않는 것에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청와대 정무팀이 여의도에 온다는 말만 무성하고 실제로 모습이 보이질 않고 있어 ‘밀실 정치’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질타도 이어졌다. 오히려 청와대는 내부 권력 다툼으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단 청와대 내부에서 다툼을 벌였던 민정팀과 정무팀 갈등이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떠난 이후 소강 상태였던 두 부처 간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왕비서관’으로 통했던 박 전 비서관의 빈자리를 두고 이동관 대변인과 소장파 박형준 홍보 기획관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 대변인은 박 기획관이 청와대 본청이 아닌 삼청동 별관에 머물고 있는 것과 관련 배후 인사로 지목 받고 있다. 한편 박 기획관이 본청이 아닌 별관에 머물고 있는 것과 관련 청와대측에서는 ‘자리가 없어서’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TK·PK 지역별 다툼까지 번지면서 ‘국정운영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 한 핵심관계자는 “청와대에 들어간 인사를 만나보니 위에서 아래까지 모두 관심이 ‘동아줄 잡기’와 ‘상대방 아킬레스 잡기’가 유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국정운영을 어떻게 해야 될 지를 고민하는 사람 찾기 힘들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 당직자 뿐 아니라 몇 몇 보좌관들에게 청와대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거부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며 내부 권력 다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또한 그는 “청와대 근무하는 사람들 100명이면 100명 모두 갖고 있는 두 가지 생각이 있다”며 “하나는 언제까지 근무할 거냐와 두 번째는 나와서 무엇을 할 거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 운영에 대한 고민과는 먼 얘기다.

청와대 내 권력 다툼은 자연스럽게 자리보전으로 이어지고 권력 핵심부에 줄을 서게 만드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상대방 아킬레스건을 잡아 정적을 제거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폐해를 낳고 있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인사 역시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듯 “청와대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전혀 관심이 없다”며 “조용하게 있다가 나갈 것”이라고 몸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청와대 본연의 기능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방향 역시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또한 외교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내부적으로는 정무 기능이 마비되는 악순환의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와대 내 문제점과 헤이해진 기강을 바로 잡아야할 장정길 대통령 비서실장은 ‘그림자론’을 내세워 몸을 사리고 있다. 한나라당내에서조차 ‘수행비서’ 역할만 하고 있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비서실장 중량감이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 아직도 권력 암투(?)

상황이 이렇다보니 참여정부 전 실세들까지 나서 국정운영에 조언을 아끼질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친이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참여정부 요직에 있던 인사가 만나자고 해서 욕을 하려고 만나자는 줄 알았는데 국정 운영에 도움을 주고자 만나자고 해 놀랐다”며 “참여정부 인사들마저 ‘이대로 두면 나라가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조언을 아끼질 않았다”고 위기 상황을 전했다.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청와대와 당 안팎으로 ‘이재오 역할론’이 탄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이상득-정두언 두 최측근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과 독대해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미국에서 체류하고 있는 이 전 최고위원뿐이 없다는 얘기다.

이 최고가 들어와서 청와대 내부를 단속하고 당과 청의 가교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전 최고 측근들은 의견이 분분하게 나뉘고 있다.

이 전 최고를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한 인사는 “정권을 만들어 놓고 타지에 있으려니 답답한 심경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 전 최고가 국내에 들어온다면 친박 진영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이 전 최고를 두고 당 대표 재출마설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운운하는 것은 이 전 최고를 모르고 하는 말이자 두 번 죽이는 꼴”이라며 “미국에 간지도 2달밖에 안된 상황이라 국내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이 전 최고 역시 “이 전 최고가 답답하더라도 참아야 큰 정치인이 된다”며 “귀국하더라도 최소 6개월은 지나 연말 개각 때 쯤 맞춰서 들어와야 명분이 선다”고 강조했다.


이재오 ‘자기정치’냐 ‘살신성인’이냐

하지만 이재오 조기 귀국에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친이 측 한 인사는 “지금 이 전 최고가 아니면 청와대 뿐 아니라 친이 진영이 와해될 수도 있다”며 “친박계의 반발이 두려워 조기 귀국을 미루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조기 복귀 명분 관련해서 그는 “지금은 청와대 뿐 아니라 당·정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대통령이 직접 ‘복귀 명령’을 내리면 된다”며 “이 전 최고 역시 이명박 정부 탄생에 책임이 있는 이상 ‘자기 정치’보다 살신성인하는 모습으로 국내에 들어온다면 오히려 주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이 전 최고의 정치 스타일상 비서실장보다는 정무 특보 형식으로 이뤄질 공산이 높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 전 최고가 들어올 경우 외교 안보라인 외에 경제 수장,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전현직 고위 인사 등 청와대와 정부 시스템에 전폭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이재오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청와대 보안점검은 몇 점?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침이 오히려 역풍을 가져와 실무자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초 청와대 내 사무실을 순시하다 사무실 공간을 나눈 ‘칸막이’를 보고 “이래서 일을 하겠어?”라고 질타를 했다. 이에 청와대 모든 사무실의 칸막이가 일제히 철거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대통령의 갑작스런 한 마디에 청와대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부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사무실이 오픈형으로 바뀌면서 서로 대화가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정무팀이나 민정팀의 경우 업무 특성상 같은 동료일지라도 보안이 필요한데 전화 한 통화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지역에 이르렀다.

이에 보안이 필요한 중요 전화일 경우 흡연 구역에 가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했다. 업무를 책상에서 보지 못하고 외부에서 해야 하니 제약이 많이 따를 수밖에 없다.

청와대 한 인사는 “어차피 청와대 내 일반전화는 모두 도청이 이뤄지기 때문에 민감한 통화는 휴대폰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칸막이까지 사라져 보안을 유지하는 데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대통령에게 ‘칸막이 폐쇄’에 대한 부작용을 말하는 참모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소식을 접한 한나라당 한 보좌관은 “보안이 필수적인 청와대에 칸막이를 없앤 것은 직원들을 경직시킬 수밖에 없다”며 “정보를 공유해도 무관한 부처가 있고 아닌 부서가 있는데 부처 특성을 감안했어야 했고 직을 걸고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가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점심시간 소등문제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는 말이 나왔다. 청와대는 고유가 시대를 맞이해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청와대 형광등을 전원 강제 소등시키고 있다. 점심시간을 활용한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인데 이 역시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업무라는 게 점심시간 되면 업무를 중단하고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닌데다 오후에 회의가 잡혀 있을 경우 점심 한 끼 굶는 것은 예삿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창문이 아예 없는 사무실이나 요즘 같이 장맛비가 내려 흐린 날씨 속에 소등할 경우 사무실 내부가 너무 어두워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제 소등 후 보고서나 회의자료를 준비해야하는 부처는 ‘손전등’을 들고 보고서를 검토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CEO식 경영 방침을 정치에 그대로 접목하려고 하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진행해야 한다”며 “기업경영처럼 일방적으로 예외 없이 적용한다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고언을 아끼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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