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처남 사기혐의로 목사에 피소 직면

미국 은행에서 발행한 개인 가계수표. A목사는 DJ처남 이성호씨에게 가계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줬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막내동생 이성호씨(77세)가 현직 목사에게 사기혐의로 고소당할 처지에 놓였다.

대한기독교 감리회 00교회 A목사는 <일요서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공사 수주 등을 도와주겠다는 이성호씨의 말을 믿고 지난 2001년과 2002년 건설 관련업을 하는 지인들의 돈 2억여원을 끌어들였지만, 이씨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잠적하는 바람에 사기꾼으로 몰렸다”고 주장했다.

A목사는 이성호씨에게 돈을 건넬 때 미국은행이 발행한 이씨 명의의 개인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방식을 취했다면서, 우선 수표에 제시된 액수만큼 A목사의 통장으로 입금 받은 후 이를 다시 이씨 통장으로 송금했다. 때문에 이씨의 잠적으로 이씨에게 건너간 돈은 모두 A목사의 채무가 됐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A목사에게 상환을 요구했고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은 A목사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A목사는 결국 자신의 돈으로 일부 변제했지만 아직도 채무관계가 완전히 청산되지 않은 실정이다. A목사는 이 과정에서 개인부채로 인해 교회마저 강제집행을 당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A목사는 자신이 사기범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 이희호 여사의 막내 동생 이성호씨를 고소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놓였다.

2002년 2월초 서울 종로구 경복궁 부근 지하 레스토랑에서 A목사는 이희호 여사의 막내동생 이성호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김00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함께 했다. 이성호씨는 이 자리에서 김 실장에게 “목사님 잘 챙겨드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리고 A목사는 이성호씨로부터 청와대 문양과 이희호 여사의 이름이 새겨진 탁상시계 여러 개를 선물로 받아 지인들에게 나눠줬다.


미국은행 발행 개인가계수표 현금 교환방식으로 돈 받아

A목사와 이성호씨, 그리고 김00실장이 자리를 함께 한 것은 이성호씨와 A목사 지인들과의 돈 관계 때문이었다.

A목사는 공사 수주 등 각종 이권을 챙겨주겠다는 이성호씨의 말을 믿고 지인들로부터 돈을 받아 이씨에게 건넸지만 약속이 미뤄졌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성호씨가 발행한 수표를 활용해 돈을 빌리는 형식을 취했지만 대가성 있는 거래였다.

이와 관련 A목사는 “개인적 친분이 있던 이성호씨가 2001년 중순경부터 저에게 공사 관련 이권을 챙겨주겠으니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며 “이씨는 그냥 빌려달란 것이 아니라 미국은행이 발행한 개인가계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목사는 이성호씨가 사용한 개인가계수표 가운데 퍼시픽 유니온 뱅크 발행 수표 3장과 나라뱅크 발행 수표 1장을 증거 자료로 제시했다.

퍼시픽 유니온 발행 수표는 각 ‘지급금액 5만, 3만, 2만 달러’, ‘지급기일은 각 2002년 3월 3일, 2월 5일, 8월14일’, 발행인은 모두 ‘캘리포니아 토렌스 거주 이성호’였다.

그리고 나라뱅크 발행 수표는 역시 같은 주소의 2만5천 달러짜리로 지급기일은 2002년 2월 28일이었다.

A목사는 이씨의 말과 이씨가 발행한 이 같은 가계수표를 믿고 건설업자 강모씨에게 액면금액 3만 달러가 기재된 수표를 지급하고 2001년 12월 28일 현금 3600만원을 A씨의 통장에 입금 받아 이 돈을 이성호씨에게 송금했다.

A목사는 이후에도 광고업에 종사하는 엄모씨와 전기업을 하는 박 모씨 등 여러 사람들로부터 같은 방법으로 2만 달러와 5만 달러, 2만 5천 달러짜리 수표 등을 지급하고 모두 20여만 달러를 이성호씨에게 건냈다.

A목사는 “제가 그렇게 했던 것은 이성호씨가 예배를 보러와 독실한 신앙심을 보인데다 이희호 여사의 막내 동생이라 더욱 믿음이 갔기 때문”이라며 “이씨가 공사 수주 등을 도와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A목사는 특히 “청와대 제1부속실장까지 만나고 보니 더욱 믿게 됐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경북궁 앞 레스토랑에서 만난 사람이 혹시 제2부속실장이 아니었느냐?”고 묻자 “1부속실장 김00이었다”고 답변했다.


공사수주 약속 무소식, 가게수표 지급기일도 어겨

그러나 공사 수주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화가 난 A목사의 지인들이 지급기일에 가게수표를 은행에 제출했지만 지급거절로 나왔다.

A목사가 이성호씨에게 따졌지만 그에겐 현금 지급능력이 없었다.

이씨는 ‘6월말까지 돈을 구할 테니 기다려달라’고 부탁하며 LA에 있는 자신의 집을 담보로 제공했다.

A목사는 우선 변제해야 할 1억1천4백만원을 대신 갚기로 하면서 이씨와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성호씨가 이 돈을 변제하지 못할 때 미국 집을 A목사에게 넘긴다는 합의서도 만들었다. A목사는 목회자인 신분 때문에 양수인은 A목사와 가까운 이모 감사의 명의로 했다.

이모 감사는 이와 관련 “A목사의 위임을 받아 이성호씨에게 지불각서확인과 변제를 못할 시 미국의 집을 인수하는 것으로 하고 매매 계약을 한 사실이 있고, 미국의 집이 대출되어 있는 것도 함께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목사가 계약 체결 후 피해자들에게 단계적으로 자신의 돈으로 변제하던 중 갑자기 이성호씨와 연락이 두절됐다.

이모 감사는 “미국 집의 명의이전 시점인 6월말 이성호씨의 연락이 없어 미국에 소유한 집을 열람한 결과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 이전이 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피해자 가운데 강모씨가 A목사를 사기죄로 울산 남부경찰서에 고소했다.

A목사는 “피해자들에게 일부 변제한 돈도 모두 제 돈이었다”며 “이씨가 종적을 감춘 후 나머지 돈을 상환하지 않자 피해자 가운데 한 사람이 저를 사기죄로 고소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목사는 이어 “목회자란 신분과 이성호씨에 대한 일말의 믿음 때문에 결국 내 돈 3600만원으로 고소사건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A목사는 그 동안 교회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이 연체되면서 지난달 말 교회가 강제집행 당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A목사를 고소했던 강모씨도 “피해액 전액을 A목사로부터 변제받고 합의했다”며 “그때 A 목사의 경제적 사정도 알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A목사는 “목사가 송사에 휘말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 동안 참고 있었다”며 이성호씨에게 지금이라도 사죄를 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해줄 것을 요구했다.

A목사는 “이성호씨는 DJ정부 초창기에 돈을 펑펑 쓰다가 권력 말기가 되면서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돈이 떨어지니깐 사기행각을 벌인 것 같다”면서 이씨의 처지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A목사는 그러면서도 아직 변제하지 못한 돈이 있어 추가 고소가 우려된다면서 “내가 돈이 있으면 대신 갚겠지만 나도 어려운 실정이라 사기범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내가 이성호씨를 고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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