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아빠찬스’, 추미애 ‘엄마찬스’...전 현직 법무부 장관의 ‘데칼코마니’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휴가 특혜 의혹’으로 정국이 들끓고 있다. 추 장관 이전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조국 전 장관도 ‘자녀 입시 비리’의혹을 비롯해 여러 구설수로 결국 지난해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지난해 조 전 장관을 임명했다. 대권 후보에도 올랐던 그는 연일 터져 나오는 의혹을 부인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그런 장면이 추 장관에게도 비슷하게 연출되고 있다. 추 장관은 자신의 아들에 대한 병역의혹이 제기 되었을 때 “소설 쓰시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자신감을 들어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아들의 병역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과 증거들이 쏟아져 나와 궁지에 몰려있는 형국이다. 일요서울은 두 전 현직 법무부장관의 행보를 비교해봤다. 

법무부 [뉴시스]
법무부 [뉴시스]

 

-이종훈 정치평론가 “조국·추미애 정치적 뜻 있어 쉽게 사과 안 할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녀의 ‘병역 휴가 특혜 의혹’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추 장관 직전 ‘자녀 입시 비리’의혹을 비롯한 각종 논란과 함께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행보와 비슷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그가 임명 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족 펀드 의혹, 자녀 입시 비리 논란, 웅동학원 비리 의혹 등이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논란들 중 국민 정서를 가장 크게 자극한 것은 자녀 입시 비리 의혹에 관한 논란이었다. 국민 정서상 입시에 대한 문제는 가장 민감한 부분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8월19일 조 전 장관의 딸 조모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낙제한 다음 학기부터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이어 조모 씨는 고교 재학시절 영어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과 어머니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표창장을 입시를 위해 위조했다는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 같은 논란과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열기는 꺾이지 않았다. 결국 조 전 장관은 많은 논란과 의혹 끝에 한 달 만에 장관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런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지난 1월 임명됐다. 하지만 추 장관도 인사청문회 당시 자신의 아들인 서씨의 병역 휴가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 딸의 입시 의혹에 이어 추 장관 아들의 병역 휴가 특혜 의혹은 ‘입시’와 ‘병역’이라는 주제에 민감한 국민정서를 또 뒤흔들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서씨가 2017년 카투사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복귀하지 않았으나 추 장관이 외압을 행사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외압을 행사할 이유도 없고 하지도 않았다”며 부인했지만 야당은 추 장관을 대검찰청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근무이탈죄의 방조범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대검은 이 사건을 동부지검 형사1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검찰 수사는 수개월 넘게 별다른 진척 없이 더디게 진행됐다.

실제로 검찰은 고발 시점부터 4개월여가 지나고 나서야 제보자와 군 관련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군 관계자의 진술 일부를 조서에서 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수사의 공정성에 의심을 받았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도 중간에 교체되어 수사의 공정성에 계속되는 의문을 자아냈다. 지난달에는 서씨의 자대 배치와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과 관련한 청탁과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까지 새롭게 제기됐다. 병역 휴가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씨와 그와 관련한 추 장관의 전 보좌관, 군 관계자들에 대한 야당의 추가 고발이 이뤄졌다. 그러나 검찰은 결국 지난달 28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추 장관과 서씨 등 주요 관련자들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리고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추 장관의 거짓말 논란은 계속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추 장관은 서씨의 휴가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보좌관과 휴가 연장에 관한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들어났다. 검찰은 “추 장관의 전 보좌관 휴대전화를 모바일 포렌식 한 결과, 서씨의 병가 연장 등과 관련해 추 장관과 2일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이용해 연락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추 장관이 청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추 장관이 국회에 출석했을 때 서씨의 휴가 연장 질의와 관련해 “그런 사실이 있지 않다”, “보좌관에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던 추 장관의 발언과 배치되는 증거다. 정치권 안팎에선 추 장관이 사법적 문제와 별개로 거짓말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 현직 법무부 장관의 자녀가 국민정서상 예민한 ‘입시’와 ‘병역’으로 공분을 산 것도 비슷한 상황이라 볼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자세와 ‘대처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공판 출석하며 발언하는 조국[뉴시스]
공판 출석하며 발언하는 조국[뉴시스]

 

조국·추미애의 ‘내로남불’

조국과 추미애 전 현직 법무부 장관은 자신들이 받고 있는 의혹과 논란에 대한 내로남불식 자세로 일관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은 보수 유튜브 매체에서 자신과 가족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출연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지난 8월 제기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소송의 이유 중 하나로 “자녀들은 공적 지위를 가진 공인이 아님에도 방송 내용으로 광범위한 사회적 낙인이 찍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조 전 장관이 과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자녀 정유라 씨를 실명 비판한 사실을 지적했다.  

추 장관은 2002년 이회창 전 의원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자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의혹을 국정조사 하자”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 아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추 장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 운전병 특혜 논란이 터졌을 때도 ‘명백한 특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 전 장관과 추 장관의 이런 이중 잣대를 비꼬는 의미로 정치권에선 ‘조로남불’, ‘추로남불’이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시스]

 

30대 A씨 “너무 뻔뻔한 자세...배경 없는 내가 잘못한줄”

특히 조국 추미애 전 현직 법무부 장관의 사안 그 자체도 의혹과 논란이 있지만 그에 대처하는 방식에 실망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일부 여당 정치인의 도를 넘는 감싸기는 같은 진영에 있는 사람들도 비판적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그동안 진보진영을 지지해 왔다는 30대 A씨는 지난달 28일 “이전 정치인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논란과 의혹에 대해 고개 숙여 국민에게 사죄를 했다”며 그러나 “두 분은(조 전 장관과 추 장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너무 뻔뻔한 자세로 일관해 오히려 부모님 배경 없이 태어난 내가 잘못한 거 같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지난달 24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대선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조 전 장관과 지방선거에 뜻이 있어 보이는 추 장관이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힘들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그 두 사람은 일관되게 자신의 의혹과 논란에 대해 부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 평론가의 지적처럼 두 전 현직 장관은 앞으로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들에 대해 조 전 장관과 추 장관이 어떻게 돌파해 자신들의 뜻을 이루어 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