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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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올 추석 연휴 직후엔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추미애 의혹, 공수처 등을 둘러싼 여론의 향방이 정국의 물줄기를 갈라놓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추석연휴 기간 민심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선전전에 전력을 기울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추풍'과 '북풍'을 잠재우는 한편, 문재인 정권 개혁의 화룡점정과도 같은 공수처 출범을 위한 준비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현 정권의 실정을 중점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추석 이후 국감 정국에서도 여론을 등에 업고 대여 공세 수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북한 군의 해수부 공무원 총격 사건을 바라보는 여야 간 시각차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사과 뜻을 표명한 통지문을 보내오면서 본격적으로 갈리기 시작해 추석연휴가 끝난 뒤로도 접점을 찾기 힘들어 한동안 냉기류가 감돌 전망이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사과를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북한에 날을 세우는 대신 남북 공동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과 함께 더 나아가 냉전시대의 남북 대결구도를 청산하기 위해 종전선언을 추진함으로써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대국민 사과 입장을 표명한 만큼 추석 연휴 이후에는 야권의 공세에 역공으로 적극 맞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북한의 우리 국민 학살 만행 규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28.[뉴시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북한의 우리 국민 학살 만행 규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28.[뉴시스]

 

반면 국민의힘은 북한과 우리 국방부의 발표를 비교해보면 해수부 공무원의 자진 월북, 시신 훼손 여부 등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처에도 문제가 많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견줘 문 대통령의 '47시간'도 분, 초 단위로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형국이다.

여야는 당초 추석 전 본회의에서 대북규탄결의안을 채택할 계획이었으나 결의문 문구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무산됐다. 추석 연휴가 끝난 후에도 성사되긴 힘들어 보인다. 국민의힘은 10월6일 대정부 긴급현안질의를 재차 요구하는 한편,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등 가능한 수단을 최대한 동원해 대여 압박과 동시에 진상 규명에 나설 방침이라 냉각기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9월 한 달 동안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 문제는 법정 공방을 피하게 되면서 여권은 안도의 숨을 쉬고 반격이 가능해졌다. 민주당은 추 장관과 아들에 대한 관련 수사가 종결되고 검찰이 불기소 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관계도 일단락됐다고 판단, 야당의 정치 공세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정국 주도권을 되찾는 데 당력을 쏟을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추미애 장관 아들 병가 의혹’과 관련해 군 간부와의 면담 일지 등이 포함된 대응 문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10.[뉴시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추미애 장관 아들 병가 의혹’과 관련해 군 간부와의 면담 일지 등이 포함된 대응 문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10.[뉴시스]

 

반면 야권에서는 검철의 뒷북 압수수색 등 수사 '짜맞추기' 비판이 일었던 데다, 무엇보다 추 장관이 아들 휴가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보좌관과 관련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난 만큼 '거짓말'을 물고 늘어지며 '추미애 정국'을 2라운드로 몰고 갈 기세다.

특히 추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보좌관의 휴가 연장 문의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보좌관에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거가 나온 데 대해서도 나름 성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에게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준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특검 도입의 당위성을 홍보할 것으로 보여 '추미애 특검론'이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낮지 않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제는 정기국회의 판을 뒤흔들 메가톤급 뇌관이다.

공수처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공수처장 추천 방식과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이다.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을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된 공수처장 추천위를 놓고 민주당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국회 몫 4명을 여야 구분 없이 추천이 가능하게끔 법 개정에 나섰다.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도 기존 10년 이상 변호사에서 5년 이상으로 완화한 점도 논란이다.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 [뉴시스]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 [뉴시스]

 

민주당은 지난 7월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두달여 만인 9월에 접어들어 '연내 출범'으로 방향타를 고정했다. 문 대통령이 9월 말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공수처는 입법과 행정적인 설립 준비가 이미 다 끝난 상태인데도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며 조속한 출범을 당부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이를 기점으로 민주당은 "더 이상 시간 끌기는 통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하면서 공수처 출범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으로 수세에 몰렸던 추 장관이 사실상 판정승을 받은 만큼 이를 동력으로 삼아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공수처 출범을 위한 여론의 반전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여진다.

국민의힘은 공수처 협상 '지연술'로 일관했던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 절차를 밟기로 가닥을 잡은 것도 여당이 밀어붙이는 공수처법 개정을 막기 위한 작전상 후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공수처장 추천 등에서 야당과의 협력을 당부한 데다 야당을 패싱하고 출범을 강행할 경우 반쪽 공수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여론 악화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여권의 공수처 드라이브에 속도 조절로 맞설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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