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 확진 속 폼페이오 7일 방한
美, EPN·쿼드 플러스 참여 압박할지 주목
왕이, 반중 노선 참여 견제하며 협력 확인

폼페이오 [뉴시스]
폼페이오 [뉴시스]

 

[일요서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이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달 초 한국을 잇따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을 놓고 양국의 외교전이 심화되면서 우리 정부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폼페이오 장관의 공식 방한은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수행한 후 1년4개월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6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처음 한국을 방문한 데 이어 석 달 만에 고위급 인사의 방한이기도 하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30일 폼페이오 장관이 오는 4~8일 일본과 몽골, 한국 등 아시아를 순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방한 일정에 차질이 우려됐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크로아티아에서 아시아 순방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확정된 가운데 한중은 왕이 부장의 방한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만에 한국을 찾는 것으로 코로나19 확산 후에는 처음이다. 특히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지난 8월 방한한 지 두 달 만에 고위급 인사가 또 방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한중 간 각각 다양한 현안이 있지만 최대 관심사는 미중 전략 경쟁 속 한국을 향한 동참 압박이 심화될지에 쏠린다. 미중은 코로나19 책임론에 이어 홍콩 국가보안법와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때리기'에 적극 나서면서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한에서 오는 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기지 반환 문제 등 한미 동맹 현안과 한반도 정세 등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오는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계기로 방한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반도 현안보다는 반중 연대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달 31일 쿼드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사한 수준으로 공식화하는 구상을 거론하면서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와 4개국이 참여한 '쿼드 플러스(+)' 구상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폼페이오 장관이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와 함께 '쿼드 플러스' 구상에 대한 동참을 언급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강 장관은 최근 '아시아 소사이어티' 화상 대담에서 쿼드 플러스에 가입할지를 묻는 질문에 요청이 없었다며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역내 협력에서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 국제규범 준수 등 원칙을 중요시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 대선 전에 확실히 반중 전선을 만들어야 외교 정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함께 반중 전선에 서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이 적극적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얘기할 수 있는 중요한 방한인 만큼 왕이 부장까지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중·아세안 외교장관 화상 회의서 발언하는 왕이 위원 [뉴시스]
중·아세안 외교장관 화상 회의서 발언하는 왕이 위원 [뉴시스]

 

왕이 부장 역시 일본을 방문하는 계기에 한국을 방문해 한중 협력을 재확인하면서 반중 연대 동참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는 물론 올해 한국에서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리커창(李克强) 국무총리 참석 문제도 한중 협력을 강화하는 연장선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중견국 지위를 가진 한국이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는 중립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중국의 부담이 완화되기를 희망할 가능성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이 EPN은 물론 쿼드 플러스를 통해 한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한국에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배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에 중국은 적극적으로 한국이 반중 전선에 서지 못하도록 설득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협력적인 국가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중 갈등 전선이 경제, 무역, 외교안보, 군사, 인권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미중 외교수장이 한국을 방문하며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열린 3차 외교전략 조정회의에서 안보는 한미 동맹, 경제는 공정·개방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현안별 세부 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김 교수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대중 정책의 실질적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고,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결정될 것"이라며 "미중 전략적 대결 속에서 선택의 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국가들이 양자, 다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국제 질서를 만드는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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