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 전 인물인 ‘소크라테스’가 이번 추석 연휴에 대한민국으로 소환되었다. ‘테스형’은 가황(歌皇) 나훈아 씨가 추석특집 KBS 콘서트(9월 30일)에서 불러 화제가 된 노래다. ‘테스형’은 ‘소크라테스’를 말하는 것이다. 나훈아 씨는 “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렇고 세월은 또 왜 저러냐고 물어봤더니 테스형도 모른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말일 게다.

그런데 같은 날 김정은을 ‘계몽군주’ 같다고 해서 논란을 일으켰던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도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계몽군주 가지고 그렇게 떠드는 분들이 어떤 사람이냐 하면 2500년 전에 아테네에 태어났으면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을 그런 사람들이에요”라며 소크라테스를 언급했다.

우리 국민이 연평도 해역에서 북한군에게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죽임을 당하고 불태워진 상황에서 김정은을 ‘계몽군주’로 명명한 것을 비판한 사람들을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을 사람들이라고 말한 것은 소피스트의 궤변(詭辯)이다. 유 이사장은 조국 전 장관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이다”라고 주장한 전력이 있다. 이는 마치 ‘지록위마(指鹿爲馬)’로 권력을 결사옹위하기 위해 국민을 개·돼지로 낮추어보는 오만의 극치다.

나훈아 씨는 이날 자신의 노래 ‘공(空)’도 열창했다. ‘백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살지 말고, 살다보면 비운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노자(老子)의 철학에 기반을 둔 노랫말로 마음을 비우며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좀 더 살만한 세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이처럼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여야는 공히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해 진력했지만 도로 아미타불로 끝났다. 추석 민심 키워드는 힘들고 어지러운 세상에 국민들에게 큰 울림을 준 나훈아 씨의 특집 콘서트가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하지 않는 진보가 진짜 문제다”라고 일갈한 적이 있지만, 그 노선을 이어받은 좌파들이 집권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보수 야당은 보수개혁은 차치하고 제대로 싸울 줄 몰라서 문제다. 과거 민한당은 제11대 총선(1981년)에서 81석을 얻어 제1야당이 되었지만 여당인 민주정의당의 ‘2중대’라는 조롱을 받았다. 그 결과 1985년 신한민주당이 창당되고 치러진 제12대 총선 결과 35명(지역구 26명, 전국구 9명)이 당선되어 제2야당으로 전락했다. 이후 소속 의원들이 신한민주당으로 탈당하여 3석짜리 정당으로 전락했다가, 제13대 총선(1988년)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일각에서는 국민의힘당이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으로 민한당과 똑같은 ‘여당 2중대’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무소속 당선자들의 입당에 원칙이 없고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처절함이 없다는 경고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생계형 정치인들이 100석 넘는 제1야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보니 옥쇄를 각오하고 싸우는 투쟁력이 약하다는 우려다.

무릇 정당의 대표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기 때문에 대표 일인의 개인기로 당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 공(空)으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당 대표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모두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우리 당에 대권 주자가 누가 있나”고 당내 대선주자군을 폄훼한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그래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종인 대망론’이 회자되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스스로 사심을 줄여 대선 주자군이 설 정치적 공간을 넓혀줘야 한다.

이 천하무도(天下無道)의 난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이 ‘공성신퇴(功成身退)’의 자세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 당의 깃발을 올리고 정체성을 확실히 한 다음 변화와 개혁하는 보수정당의 참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면 민심이 돌아올 것이다.

최근에 당무감사를 통해 당협위원장들을 교체한다는 보도는 김 위원장 세력으로 당을 사당화(私黨化)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조직 재정비는 내년 4월에 선출되는 차기 당 대표가 하는 것이 순리다. 지금은 서울시장·부산시장 지망자들이 자유경쟁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급선무다. 아울러 보수 야권의 구심점 형성을 위해 대선주자군을 발굴·육성하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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