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23일 오후 청와대를 관람중인 이효재 경신사회복지연구소 소장을 만나 녹지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10.23. (사진=청와대 제공) / (오른쪽)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옥중 방북백서(임수경 후원사업회, 출판사 돌베게)'
(왼쪽)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23일 오후 청와대를 관람중인 이효재 경신사회복지연구소 소장을 만나 녹지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10.23. (사진=청와대 제공) / (오른쪽)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옥중 방북백서(임수경 후원사업회, 출판사 돌베개)'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이효재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의 부고(訃告) 소식에 애도를 표하면서 이 교수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이 교수가 누구길래 대통령이 직접 애도를 표한 것일까.

이 교수는 이날 오후 향년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958년 미국에서 사회학을 공부했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사장 및 상임대표로 있던 정의기억연대(과거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등)의 창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분단사회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1990년대 초 남북 여성들의 교류의 장 구성에 관여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지난 2017년 10월23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당시 이 교수는 문 대통령에게 "우리 민주주의가 다시 회복됐으니 이제 통일에 힘써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교수가 문 대통령에게 밝힌 '통일에 대한 관심'은 어떤 것일까. 일요서울은 외교부(강경화 장관)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1989년 임수경 양 평양축전 방북 사건'을 통해 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일요서울은 지난 4월1일 기사([안기부 수사 결과 전문] 외교부가 비공개한 임수경 무단 방북(訪北) 사건은?)를 통해 '임수경 양 평양축전 방북 사건'의 일부를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일요서울은 최근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라고 알려진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후원사업회, 출판사 돌베개)'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이효재'로 이름을 올린 추천사를 확인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해당 서적을 입수, 그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추천사 일부 내용을 독자들에게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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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23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을 관람중인 이효재 경신사회복지연구소 소장을 만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2017.10.23.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23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을 관람중인 이효재 경신사회복지연구소 소장을 만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2017.10.23.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분단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어머니들에게 외치는 절규]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 이것은 우리의 딸 수경이의 절규이다. 아니, 그가 대표하는 우리 자녀들, 모든 젊은 세대의 절규이다.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어머니들에게 외치는 절규이다. 38선의 장벽처럼 굳어진 기성세대의 둔감한 민족적 양심을 불러일으키는 절규이다.

분단구조는 어머니 아버지가 된 못난 분단세대가 우리 자녀들에게 물려준 죄악의 유산이다. 한반도에 태어난 한겨레로서 하나가 되어 백두산과 한라산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며 젊은이들의 기백을 키우고자 하는 그 요구, 이 땅과 이 역사의 참주인이 되어 21세기를 향한 새 통일사회를 건설하며 세계평화와 새로운 인류문화창조에 당당하게 참여하려는 젊은 세대의 그 인간적 희망과 용기를 꺾고 억누르는 분단구조이기에 이것은 비인간적인 죄악의 유산이다.

수경이와 그 세대는 민족의 분노와 분단의 수치를 자신들의 것으로 통감하며 민족의 고뇌를 자신들의 고뇌로 삼아 아파한다. 그들은 핵전쟁기지로 위협받는 국토와 분단의식에 지배당한 병든 상태에 경종을 울리며 몸부림치며 동강난 국토를 하나되게 하기 위해 통일의 선봉대로 나선 것이다.

우리 어머니들은 이제 자녀들의 이 절규와 희생적 몸부림을 억누르거나 말리려고만 할 것이 아니다. 그들의 짐을 덜고 희생을 막아주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잠든 양심을 일깨우며 미래를 향한 희망의 횃불을 자녀들을 위해 밝혀야 한다. 이 못난 우리 어른들 앞에 수경이의 통일을 위한 불꽃은 타오르고 있다.
 

'전대협 동우회'가 발간한 '불패의 신화-전대협 이야기 6년사(두리)'(왼쪽) / '임수경 후원사업회'가 엮은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돌베개) (오른쪽) [조주형 기자]
'전대협 동우회'가 발간한 '불패의 신화-전대협 이야기 6년사(두리)'(왼쪽) / '임수경 후원사업회'가 엮은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돌베개) (오른쪽) [조주형 기자]

 

이 책은 참으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민족의 양심을 나타내고 있다. 6·25의 동족살상에 의해 말삼되어버린 민족정기와 겨레사랑을 일깨우며 불붙게 하는 생명을 지닌 책이다. 22살 어린 사이에 전대협 대표로 '무서운 동토의 왕국'에서 개최하는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그는 "수많은 번민과 인간적인 고뇌를 거듭하면서 통일조국을 향한 확신···"으로 단신참가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갔다. 그는 조국과 민족 앞에 굳은 맹세를 하였다. "분단된 조국의 청년학도로서 외세에 억압받는 이 땅의 자주와 독재자의 폭압에 신음하는 민주와 허리 잘려 고통받는 겨레의 하나됨을 위하여···민족의 제단 앞에" 그 몸을 바친다는 맹세였다. 그는 그것을 몸소 실천하였다

40여 년간의 보복과 대립, 증오와 불신에 쌓인 남북의 겨레가 한핏줄, 한 형제임을 확인하기 위해 평양으로 갔다. 그리고 미군에 의해 국토의 허리를 잘린 이 땅의 참주인임을 세계에 선언하며 평화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젊은 세대의 결의를 천명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어왔다. 그 어린 딸에게 북녘땅은 '적의 나라', '동토의 나라'가 아니었다. 그는 그 여린 몸으로 동포들의 환영과 인정을 흠뻑 체험하면서 "동강난 반도의 북녘땅, 다시는 헤어지지 않아야 할 분단의 설움으로 살아온 우리들의 땅"을 껴안았던 것이다.

수경이는 백두산 천지의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한반도의 신음소리와 겨레의 고난을 뼈저리게 느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졌다. "천지의 푸른 물결은 무엇을 간직하고 있을까. 한반도의 최정상에서 우리 민족의 삶을 지켜온 백두산, 온갖 시련과 고난으로 점철된 우리의 역사···천지는 모든 설움과 분노를 간직한 듯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파아란 천지의 물결처럼 이기심과 탐욕으로 분단을 유지해온 우리네들의 마음도 파아랗게 될 수는 없을까···" 수경이의 민족적 양심은 천지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그대로 반사시켜주고 있다.

나는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에서 만든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수경이와 문 신부의 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 1989년 8월15일, 그 한여름날의 강렬한 햇빛 아래 민족의 원한이 사무친 군사분계선을 미군의 긴장된 감시망 속에서 문 신부와 함께 걸어서 넘어오는 평화스러운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군사분계선을 딛고 선 문 신부의 간절한 기도와 수경이의 성 프란체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문은 세계의 냉전구조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그 엄청난 무력의 대결지점에서 낭랑하게 울려퍼졌다.

그 살벌한 미군막사들 사이를 두 사람은 경쾌하게 걸어오는 모습이었다. 미군막사를 돌아가서 수경이는 몸을 뒤로 돌려 북쪽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었으며 "민족 통일 만세"를 부르는 듯하였다. 냉전구조에 얽매인 분단을 넘어서는 승리의 몸짓이었다. 그 승리의 환희는 곧 국가보안법의 현실과 공안정국에 의해 왜곡되고 억압당하고 말았지만 수경이는 승리의 확신에 차 있다.

그런데서 그는 2심 최후진술에서 무거운 징역형을 기쁘게 받는다고 하였다. "저희 청년학생들의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통일에 대한 의지와 통일운동의 역사적 의미가 올바르게 평가되고 또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일에 보잘 것 없는 제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고 믿기에 저는 징역 10년형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어떠한 형이라도 기쁘게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라며 겸손하지만 신념에 차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어린 딸과 그들의 젊은 세대들에게 내려지는 국가보안법의 형벌과 공안정국의 심판은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물려준 분단의 유산이며 분단조국의 철조망인 것이다. 40년이 지나도록 기성세대는 이 유산을 청산하기 위한 노력을 피해왔으며 분단현실에 무관심해 왔다. 더욱이 젊은이들의 자주통일 요구와 분단극복 노력을 북한추종세력으로 몰아 탄압해오고 있다. 민족현실을 외면하는 부모들의 무관심이나 탄압이 이들로 하여금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과 반항을 지니도록 더욱 자극해온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젊은 세대가 어머니와 기성세대에 요구하는 참된 자식 사랑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다시 깨닫게 될 것이다.

자녀들의 민족을 위한 확신에 찬 통일 노력과 겨레를 위한 불꽃 같은 사랑의 진실 앞에서 우리 어머니들은 이제 민족의 어머니로 다시 거듭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통일은 결국 어머니들의 과제임을 일깨우고 있다. 남북으로 갈라지고 반목하는 자식들을 화해시키며, 사랑으로 하나되게, 기득권을 저버리며 가진 것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공동체로 변화시키는 자녀들에 대한 사랑을 지닌 민족의 어머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수경이는 "하나된 조국의 딸"이 되고자 법정과 철창 속에서도 남북이 하나임을 외치며, 민족을 위한 어머니가 될 것을 모든 어머니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수경이는 이 책을 통해 이 땅의 여성들이 통일운동의 주체임을 천명하고 있다.

통일염원 46년 6월 25일.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이효재.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을 관람중인 이효재 경신사회복지연구소 소장을 만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2017.10.23.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을 관람중인 이효재 경신사회복지연구소 소장을 만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2017.10.23. (사진=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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