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쇠의증조부는 처음엔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의 거시기가 작아서 그런가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벌판은 더 넓었고, 거시기가 허공을 헤매었던 것이다.‘대관절 이 무슨 해괴한 조화인고. 내 일찍부터 여인의 옥문을 두루 섭렵하였기로 이렇게 황당한 적이 있었던가. 도대체 이 옥문의 깊이와 넓이가 어느 지경에까지 이른단 말인가.“신랑은 불만도 불만이었지만 치미는 호기심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거시기에 헝겊을 둘둘 만 다음, 그위에 어렵사리 양피껍질까지 구해 덧씌우고 다시금 신부의 옥문을 밀고 들어갔다. 아니 밀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이번에도 그냥 무사통과였던 것이다.

“허허 이거야 원, 여전히 만주벌판이 아닌가. 내 물건의 두 배가 넘게 키웠는데, 어쩌면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이때부터 강쇠 증조부의 한이 시작되었던 것이다.집안의 과거지사를 털어놓으며 강쇠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절세미인이라 얼씨구나 좋다고 장가를 들었는데 막상 그곳이 허하니 증조부님의 실망이 얼마나 컸겠어.”“저런. 어쩌면 제 증조모와 완전히 딴판일 수가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어떻게 되긴. 증조부께선 그때부터 증조모의 옥문을 좁히려고 갖은 애를 다 쓰셨지. 그랬는데도 허사로 돌아가자, 그토록 절세미인이던 증조모가 미워지기 시작했어. 그때부터 다른 여자를 찾아 나선 거야.”교오코가 안됐다는 듯 쯧쯧 혀를 차며 대꾸했다.“제 생각엔 강쇠씨 증조부님보다 증조모님이 더 안됐어요. 같은 여자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불쌍해요. 그 분도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그건 그래. 하지만 증조부의 처지에서 보면, 해도 하는 것 같지 않으니 어쩌겠어. 그런데 희한한 일은 그뒤부터 벌어졌어. 동침하는 여자마다 한결같이 그곳이 허허벌판인 거야. 증조부님으로선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지. 그러다 결국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임종 직전에 간곡한 유언을 남기셨어. ‘아들아 너는 꼭 철밥통 같은 여자를 찾아라. 얼굴 예쁜 건 아무 소용없다. 얼굴이 밟아놓은 메주 같아도 외면하지 말고 반드시 천하 일품의 명기를 찾아 부부의 행복을 이루고, 이 아비의 한을 풀어다오.’하고 당부하셨다는 거야.”“이해가 가네요. 오죽했으면 그런 유언까지 남기셨을까. 하지만 밟아놓은 메주는 좀 심했어요. 아무리 천하 제일의 명기라 해도 얼굴이 밟아놓은 메주 같다면 어찌 그거 할 기분이 나겠어요.”“모르는 소리. 내 할아버지의 한 맺힌 유언을 들으면 교오코가 자기 말을 취소할지 몰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할아버지께선 그 유언을 받들지 못했어. 딴엔 기를 쓰고 명기를 찾아 삼천리 방방곡곡을 헤맸지만, 어떻게 된 건지 증조부님처럼 만나는 여자마다 허당이었어. 그건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어. 아버지께선 2대에 걸친 유언을 달성하고자 불철주야 명기를 찾아다녔지만, 기묘하게도 만나는 여자마다 항아리형이었어. 그래선지 아버지의 일기장에는 명기를 못 만난데 대한 한탄과 항아리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차 있더군. 어때 교오코, 3대에 걸친 업보치곤 참으로 기가 찬 노릇 아니니?”강쇠가 탄식하며 털어놓자, 교오코는 예쁜 입술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

“그래요. 사연을 다 듣고 나니 강쇠씨의 심정을 알 것 같군요. 하지만 강쇠씨. 이젠 교오코라는 명기를 만났으니 마침내 유언을 이뤘어요. 지하에 계신 조상님들도 이젠 고이 눈을 감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제발 딴 여자 찾으러 떠나지 말아요 네?”“뭔 소리야. 교오코 한 여자로 그분들이 만족하실 것 같아. 나는 더 많은 명기를 만나야 해.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으뜸가는 명기를 만나 고인의 넋을 위로해드려야 해. 내 거시기가 이렇게 우람한 것도, 또 절륜한 정력을 갖고 태어난 것도 그게 다 조상님의 원력이 작용한 때문이야. 때문에 나는 임무를 결코 중단할 수가 없어.”그러자안달복달하던 교오코의 얼굴이 싹 달라지며 소리쳤다.“좋아요. 갈 테면 가세요. 강쇠씨는 자기 물건이 최고인 줄 아나본데, 더 큰 남자도 많아요. 난 당장 그런 남잘 찾아갈 거예요. 아시겠어요?”그 말에 강쇠가 당황하며 황급히 물었다.

“교오코. 그 말 사실이야? 나보다 더 큰 남자가 있다구? 교오코가 직접 본 거야?”“보다마다요. 어디 그뿐인가. 강쇠씨 물건은 거기 비하면 애들 물총 장난감 수준에 불과해요. 흐흐.”“농담이 지나치군. 내 것이 애들 장난감이라면 도대체 얼마나 크다는 거야. 엉?”“호호호. 등잔불이 어둡다고, 강쇠씨가 한국에선 최고일지 몰라도 여기선 어림도 없어요. 왜요. 못 믿겠어요? 그렇담 저와 같이 가시겠어요. 엄청난 대물을 구경시켜 드리죠.” 교오코가 정색을 하고 장담하자, 강쇠가 아연실색해 물었다.“도대체 누구지. 그런 엄청난 대물의 소유자가. 혹시 몸무게가 2백kg씩이나 나간다는 스모 선수들인가?”“아뇨. 스모 선수들이라고 해봤자, 덩치만 컸지 물건들은 막상 별로예요. 대부분의 일본 남자들이 그렇듯이 허접스런 편이죠.”“그렇다면 누구야. 혹시 남창 비슷한 자인가.”“남창은 무슨. 어서 가요. 도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만 가면 요코스카 항이 나오죠. 거기 가면 대물들이 우글우글해요.”교오코가 일어서자, 강쇠의 몸이 자석처럼 따라 일어났다. 대물이 하나도 아니고 우글거린다니, 궁금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방문을 열고 나오자, 마침 대근이 마사코와 함께 복도로 나왔다.

대근이 슬쩍 둘을 째려보며 내뱉었다.“뭐야. 밤새도록 난리를 떨어 제대로 걷지도 못할 줄 알았더니 멀쩡하네. 과연 변강쇠와 옹녀로군. 그래, 이제부터 둘이 어딜 가려고?”강쇠가 ‘요코스카 항!’ 하고 외치며 달려가자, 대근과 마사코도 부리나케 뒤따랐다. 넷은 신칸센을 타고 도쿄까지 간 뒤 다시 전철을 갈아타고 요코스카 항에 도착했다. 항구에는 제복을 입은 군인들 일색이었다. 그런데 군인들은 모두 백인 아니면 흑인이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던 강쇠의 눈에 특이한 광경이 목격되었다. 바로 일본 여성들이었다. 여자들은 한결같이 요염한 차림이었다. 아슬아슬 팬티가 엿보일 정도로 초미니스커트, 반쯤 젖가슴을 드러낸 노브라 차림의 여자들이 흘낏거리며 군인들 사이를 배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여자들 왜 저러지? 혹시 군바리들 상대로 몸을 파는 여자들인가?”강쇠가 묻자, 교오코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뇨. 잘못 봤어요. 창부가 아니라 흑인 남자와 즐기려고 동경에서 이곳 요코스카 미군기지까지 달려온 여대생과 OL들이죠. 저 중에는 흑인 성기가 크다는 소문을 듣고 호기심으로 온 여자도 있고, 노골적으로 흑인과 정사를 즐기려고 온 여자도 있는데, 대부분 후자 쪽이에요. 어때요. 여길 왜 오자고 했는지 이제 이해가 되나요?”“일본 여자들이 꽤나 밝힌다더니 정말 그렇군. 그러니까 일본 남자의 작은 고추로는 만족을 못해, 대물로 정평이 나 있는 흑인을 찾아나섰다 이거지.”강쇠의 말에 옆에 있던 대근이 의구심에 찬 표정으로 한마디하고 나섰다.“과연 그렇군. 일본 여자들은 정말 못 말려. 어느 유명 교수가 쓴 책에서 보니 일본인들이 축소지향적이라던데, 그거 당장 고쳐 써야겠어. 다른 건 몰라도 섹스에 관해서만은 확대 지향적인게 분명하잖아.”이에 교오코는 추호의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맞받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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