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북한의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의 국내 정착 사실이 '복수의 정보 관계자'를 통해 흘러나온 가운데, '보안(保安·Security)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바로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원칙이 무력화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인원 보안'과 직결된다.
'보안 문제'의 핵심 근원은 정보의 출처로 지목된 '복수의 정보 관계자', '여권 소식통' 등이다. 대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지난 6일 JTBC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조성길 주 이탈리아 대사대리는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복수의 정보 관계자가 조성길 전 대사가 한국행을 선택해 국내에 정착했다고 JTBC에 확인해준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에서도 이날 '여권 소식통과 복수의 정보 관계자'를 통해 "조 전 대사대리가 부인과 함께 제3국을 거쳐서 지난해 7월 국내에 들어왔다'는 보도가 등장했다. 관련 기사가 등장하자 '정보당국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는 내용도 함께 보도됐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왜 이같은 '정보 공개'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는 지난 4월 중순 불거진 '北 김정은 사망설' 당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비춰볼 수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5월13일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송봉선 前 양지회장을 직접 만나 '정보 출처'와 '보안 문제'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송 前 회장은 국가정보원 북한조사실 단장 및 해외 정보관(이집트대사관 영사관)을 역임한 인물로, 30년간 국정원에서 근무했던 '정보 전문가'다. 당시 그와의 인터뷰 내용 일부를 밝힌다.
-'北 김정은 사망설'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왜 국정원은 빠르게 밝히지 않았는지.
▲ 북한의 최고지도자에 대해 우리 측 정보를 쉽게 공개했다가는 오히려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공작원이 북한 측 보안기관에 의해 색출될 것이다. 그러잖아도 북한은 폐쇄적인데, 하물며 북한 지도자의 동정에 대해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과거 김정일 중병 시 ‘칫솔질’이라는 말이 정보기관에서 나온 적이 있는데 이 말이 유출되면 칫솔질을 볼 만큼 가까운 인물들을 조사하지 않겠나. 이렇게 되면 애써 만들어 놓은 첩보망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기관은 정확한 정보를 수집했더라도 긍정·부정도 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송 前 회장이 언급한 부분은 바로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원칙'이다. 이같은 원칙을 고수하는 데에는 '정보 출처 보호'를 위한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앞서 北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 씨는 국내 망명 이후 北 공작원에 의해 암살당하기도 했다. 北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언니 성혜랑의 아들이었던 이 씨는 지난 1982년 스위스에서 망명한 뒤 한국에 정착했다. 당시 그는 대외적으로 자주 노출됐는데, 1997년 2월 경기도 성남의 한 아파트에서 北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다.
그런데, 이한영 씨 암살 사건 등을 비롯해 송 前 회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권 소식통, 복수의 정보 관계자'를 통해 조성길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 정보가 흘러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23개월 동안 조성길 대사대리의 신변이 공개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는 '보안성 극대화'를 하기 위함인데, '여권 소식통, 복수의 정보 관계자' 등이 그가 국내 망명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그의 위치가 대략적으로라도 파악됐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의 우려와도 상통한다. 유 원장은 지난 4월30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국정원·국방부 등 우리나라 정보기관에서 생산된 유의미한 정보를 갖고 있는 정부도 대외적으로 밝힐 때에는 우리의 정보 역량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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