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제6조 근거 월북자 판단 ‘성급’ 임수경엔 ‘침묵’···‘내로남불’?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월북(越北) 감행 시 사살”이라는 신동근 최고위원의 발언(發言)으로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다. 이 발언은 지난달 22일 북한군에 의해 총살(銃殺) 당한 후 소각(燒却)된 우리나라 공무원 이 모씨를 두고 나왔는데, 정작 더불어민주당 19대 임수경 前 국회의원 또한 국가보안법 제6조(잠입·탈출) 위반 이력이 있어 신 위원이 자당 선배 의원을 저격한 모양새가 됐다. 게다가 피살당한 이 씨의 아들이 직접 작성한 편지까지 공개되면서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편, 일요서울은 신 최고위원의 발언을 통해 외교부가 숨긴 ‘임수경 방북 사건’을 추적했다.
 

일요서울은 최근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라고 알려진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후원사업회 엮음, 출판사 돌베개)'를 입수했다. [조주형 기자]
일요서울은 최근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라고 알려진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후원사업회 엮음, 출판사 돌베개)'를 입수했다. [조주형 기자]

 

-30년 전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

외교부(장관 강경화)는 지난 3월31일 ‘연례 외교문서공개제도’에 따라 25만여 쪽 총 1577권에 달하는 1989년 외교문서를 공개했는데, 정작 ‘임수경 무단 방북(訪北) 사건’은 비공개 처리됐다. 외교부가 비공개 사유로 내세운 명분은 ‘개인 관련 문서’인데, 문제는 국가보안법상 ‘반(反)국가단체 지배 하 지역으로의 잠입·탈출(제6조)’ 위반 사건을 외교부가 ‘개인 문서’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30년 전 작성됐던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를 입수, 그 진실을 쫓아봤다.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를 공개하기에 앞서 ‘임수경 무단 방북 사건’을 추적하게 된 경위는 바로 ‘국가보안법 제6조(잠입·탈출)’에 근거한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지령을 받거나 받기 위하여 또는 그 목적수행을 협의하거나 협의하기 위하여 잠입하거나 탈출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은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외교부가 비공개 사유로 내놓은 ‘개인 문서’라는 것과 ‘법원의 판결’ 중 무엇이 더 무거운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에게 남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최고위원은 북한에 의한 우리나라 공무원 피살사건이 터진 후인 지난달 29일 해경 브리핑을 근거로 ‘피격 공무원 월북으로 밝혀진 이상 쓸데없는 정치공세 중단해야’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월북은 반국가 중대범죄로···계속 감행 시 사살”이라는 그의 발언에서 ‘북한에 의한 우리나라 공무원 총살 사건’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일부 시선이 드러난다.

신 위원의 발언은 지난 19대 자당 국회의원이었던 임수경 前 의원에게 향한다. 임 前 의원은 지난 1989년 6월30일부터 그해 8월15일까지 47일간 해외를 거쳐 북한을 체류했고, 국가보안법상 제6조(잠입·탈출) 위반으로 투옥된 바 있다. 외교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임수경 무단 방북 사건’ 관련 외교 문서는 현재 법조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회장 김태훈)’에 의해 ‘정보공개요구’가 신청됐고, 지난달 18일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구체성의 범위’를 내세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이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를 입수, 그 내용 일부를 공개한다.
 

일요서울은 최근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라고 알려진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후원사업회 엮음, 출판사 돌베개)'를 입수했다. 사진 속 모습은 '평양 순안비행장에 도착한 모습', '비행장 도착 직후 도착소감 발표' 및 '비행장 도착 직후 환영인파에 싸인 모습'이다.[조주형 기자]
일요서울은 최근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라고 알려진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후원사업회 엮음, 출판사 돌베개)'를 입수했다. 사진 속 모습은 '평양 순안비행장에 도착한 모습', '비행장 도착 직후 도착소감 발표' 및 '비행장 도착 직후 환영인파에 싸인 모습'이다.[조주형 기자]

 

임종석 “통일의 꽃, 누구도 꺾지 못할 것”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에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당시 의장 임종석 現 문재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발간사가 등장한다. ‘하나되기 46년 7월 어느 날 영등포 교도소에서’라는 문구와 함께 “여기 피어나는 통일의 꽃을 이제는 그 누구도 꺾지 못하리라!”라고 밝히는데, “백만 학도의 자랑 임수경 대표는 가깝고도 먼 길을 떠났습니다···마침내 북녘의 하늘 아래 통일의 꽃으로 활짝 피었습니다. 얼마나 뜨거운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라고 전한다. 30년 후인 지난 6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 이사장 인사말 중 일부인 “북방으로 가는 길을 과감히 열겠다”는 부분에서 그의 의지가 나타난다.

한편, 임수경 양은 지난 1989년 6월30일 오후 1시30분 ‘북녘 땅’에 첫발을 디뎠다. 임 양은 당시 소감으로 “그렇게도 그리던 형제들이여, 우리는 어찌하여 반백이라는 세월을 서로 미워하고 적대시하며 살아왔던가. 북녘의 학우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루어야 했던가···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땅, 동강난 반도의 북녘 땅, 다시는 헤어지지 않아야 할, 분단의 설움으로 살아온 우리들의 땅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을···”이라고 밝힌다.
 

일요서울은 최근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라고 알려진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후원사업회 엮음, 출판사 돌베개)'를 입수했다. 사진은 '전대협 깃발과 함께 개막식장에 단신 입장', '조국통일을 외치면서 개막식장으로 행진하는 모습'과 '축전마일 달리기를 마친 후 방송차량 위에서의 즉석 연설하는 모습' 등이다. [조주형 기자]
일요서울은 최근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라고 알려진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후원사업회 엮음, 출판사 돌베개)'를 입수했다. 사진은 '전대협 깃발과 함께 개막식장에 단신 입장', '조국통일을 외치면서 개막식장으로 행진하는 모습'과 '축전마일 달리기를 마친 후 방송차량 위에서의 즉석 연설하는 모습' 등이다. [조주형 기자]

 

“보통 할아버지 같은 인상의 김일성”?

임 양의 숙소는 ‘고려호텔 1동 33층 5호’였다. 이튿날은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 개막식’이 열리는 날이었으며, 임 양은 이날 오전 “인민문화궁전에 설치된 축전국제준비위원회를 방문해 전대협이 회원단체가 아님에도 초청·참가할 수 있도록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밝힌다. 임 양은 이날 오후 ‘주체탑 아래 대동강변 부지의 시가행진’에 참가, “전대협 깃발을 앞세우고 행진하는 나는 다시금 감격에 목이 메었다”고 전한다.

7월2일, 임 양은 ‘고려호텔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이동해 ‘잘 꾸며진 동산의 초가집’을 둘러보게 됐다. 바로 “김일성 주석의 생가”라는 ‘만경대’였다는 게 임 양의 설명이다. 그는 “그날 저녁 김일성 주석이 주최한 연회가 금수산 의사당에서 열렸다”면서 “보통 할아버지 같은 인상의 김일성 주석”이라고 밝힌다.

이어 “그 연회장에서 김일성 주석과 직접 대면했다···김 주석은 나에게 술잔을 건네주면서 잘 왔다는 인사와 함께 ‘통일을 위하여’라는 말로 건배를 했다. 보통 할아버지와 같은 인상이었다. 풍채가 상당히 좋았고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였고 얼굴에 계속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그 미소가 인상을 좋게 했다···적어도 흔히 이야기되는 것처럼 ‘붉은 악마’와 같은 인상은 아니었다”라고 말한다.
 

일요서울은 최근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라고 알려진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후원사업회 엮음, 출판사 돌베개)'를 입수했다. 사진은 '남북청년학생 공동선언문 발표'와 '대성산 민속놀이장, 김책공업종합대학 방문 사진'이다. [조주형 기자]
일요서울은 최근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라고 알려진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후원사업회 엮음, 출판사 돌베개)'를 입수했다. 사진은 '남북청년학생 공동선언문 발표'와 '대성산 민속놀이장, 김책공업종합대학 방문 사진', '만경대 학생소년궁전 및 김일성종합대학 방문 사진'이다. [조주형 기자]

 

“北 옥류관 평양냉면 먹었다”

임 양은 그해 7월3일, ‘평화로운 21세기로의 축전마일 달리기’에 참가해 ‘도착지점인 김일성광장’에서 ‘전대협 진군가를 힘차게 불렀다’고 회고한다. 그는 이곳에서 “1988년 6·10과 8·15의 남북학생회담 성사투쟁 당시의 북측 대표단 일원을 만나게 됐다···단장이었던 남북학생회담 성사투쟁 당시의 북측 대표단 일원을 만나게 됐다”면서 “7월5일 옥류관에서, 그 유명한 평양냉면으로 점심식사를 가졌다”고 밝힌다.
 
‘北 평양의 옥류관’은 지난 2018년 9월 남북공동선언을 앞두고 北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던 곳으로, 당시 문 대통령 또한 ‘평양냉면’을 맛봤다. 하지만, ‘옥류관의 평양냉면’도 우리나라 공무원을 총살 후 소각해 버린 북한의 만행을 막지 않았다.
 

일요서울은 최근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라고 알려진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후원사업회 엮음, 출판사 돌베개)'를 입수했다. 사진은 '만경대 학생소년궁전 및 김일성종합대학 모습'. [조주형 기자]
일요서울은 최근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라고 알려진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후원사업회 엮음, 출판사 돌베개)'를 입수했다. 사진은 '백두산 천지에서 국제평화대행진 출정선언 발표 및 평양에 도착한 국제평화대행진대 모습'. [조주형 기자]

 

“미국과 대한민국 정부, 부당하게 판문점 가로막아”

그해 8월12일, 임 양은 “대성산 기슭에 있는 혁명열사릉에 갔다”고 밝힌다. ‘혁명열사릉’에는 ‘조선인민혁명군·조선혁명군·정치공작원’ 등이 묻힌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임 양이 ‘정전(停戰)협정’을 바라보는 시선도 나타난다. 그는 “상대방의 강력한 불허방침에도 정전협정을 위반한다면 거기에 초래하는 엄청난 불이익 때문에 북쪽에서도 보낼 수가 없었던 것···그것이 나의 발길을 막는 거대한 정전협정”이라고 밝힌다.

또한 판문점에서 “미국과 대한민국 정부가···부당하게 판문점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나는 끝내 남녘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판문점에 주저앉아 항의와 호소의 표시로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결국 임 양은 그해 8월15일, “그것을 넘기까지 얼마나 어렵고 많은 시간들을 보내야 했는가”라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고, 이 사건은 세상을 뒤흔들었다.

한편, ‘임수경 양 평양축전 방북 사건’에 대한 외교부와 ‘한변’의 두 번째 변론기일은 오는 30일이다. 외교부가 비공개 중인 ‘임수경 방북 사건’에 대한 외교 문서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요서울은 최근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라고 알려진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후원사업회 엮음, 출판사 돌베개)'를 입수했다. 사진은 '판문점 귀환 직전 북녘동포들에게 작별인사 및 안전 귀환보장요구 단식농성, 그리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임수경 양의 모습. [일요서울]
일요서울은 최근 '임수경 옥중 방북백서'라고 알려진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임수경 후원사업회 엮음, 출판사 돌베개)'를 입수했다. 사진은 '판문점 귀환 직전 북녘동포들에게 작별인사 및 안전 귀환보장요구 단식농성, 그리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임수경 양의 모습. [일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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