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말이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지는 인사 행태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공공기관에서 문재인 정권과 어떤 식으로든 인연을 맺거나 맺었던 인사들이 공공기관 이사장은 물론 임원직을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공공기관과 정부 산하기관 임원 2727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466명이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른바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남기게 됐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에 따른 예산 신설 또는 증액과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이 기관장 자리를 차지하는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권의 낙하산 실태를 살펴봤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노조원들이 2019년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기업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청와대의 일방적인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고 있다. 뉴시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노조원들이 2019년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기업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청와대의 일방적인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고 있다. 뉴시스

캠프 인사 72명 친여성향 단체 83, 정권인사 311급증
코드인사 투하 과감해지고 예산도 빵빵하게~’

역대 정권마다 낙하산 인사를 해왔다. 여야는 번갈아 가며 낙하산 인사를 했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치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현재의 여당도, 야당도 역대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집중포화를 가했다. 그러나 그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여야가 문제 삼는 방식도 비슷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공공기관 친박 인명사전을 공개하며 박근혜 정부 출범 16개월 만에 132개 공공기관에서 기관장 60명을 포함해 205명의 친박 인사들이 포진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은 새누리당, 대선캠프, 대선지지활동 단체 출신이라고도 했다.

역대정부마다 낙하산 인사, 비교해 정권 심각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는 바른미래당이 “340개 공공기관에서 1651명의 임원이 새롭게 임명된 가운데 365명이 낙하산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이 재취업 창구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2019년에도 347개 공공기관 임원 3368명 중 515명이 낙하산 인사였던 것이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가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인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라고 말은 갈수록 무색해지고 있다. 2020년 국민의힘이 전수조사를 통해 공개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수치만 봐도 드러난다. 또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 취임 이후 예산 신설 또는 증가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역대 정권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보다 문재인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20209월까지, 문재인 정부 공공기관에 재직중인 낙하산 인사는 몇 명이나 될까. 지난 9월 기준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총 363곳의 공공기관이 있다. 이중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337개 공공기관 및 정부산하기관 임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상당수가 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등 이른바 캠코더 인사로, 현 정권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이 주요 이력과 프로필 등을 조사한 결과 466명이 정권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공개된 것보다 숫자는 비록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보다 2배 이상 많은 탓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박근혜 정부보다 심각하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임원에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인사들을 내리꽂는 것은 공공기관을 대선 승리의 전리품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역대 정부만 말뿐인 공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학력, 지연, 드러나지 않은 이력은 물론 제3자의 인사개입 여부까지 고려할 경우 실제 숫자는 높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기관에 캠프출신 72, 친여성향 시민단체 83

그렇다면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낙하산 인사들은 누가 있을까. 우선 국민의힘이 공개한 문재인정부 공공기관 코드인사 의심사례에 따르면 캠프 출신 인사는 61개 기관, 72명에 이른다. 실제 선대위 직능특보실 금융특보정무특보는 예금보험공사, 부산선대위 공동위원장부산선대위 대외협력단장국민주권 부산선대위 공동본부장은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감사비상임이사로 재직중이다.

육정책 담당은 한국교육개발원, 복지국가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법률지원팀장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공명선거본부 법률지원부단장 출신 2명은 한국법제연구원한국해양수산개발원 비상임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정무특보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SNS본부 부본부장 겸 가짜뉴스 대책단장은 한국정보화진흥원, 언론특보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부산선대위 정책단장은 지방공기업평가원 등에 소속돼 있다. 이들은 기관장은 물론 상임감사, 비상임감사 등 다양한 직책을 맡고 있다.

친여성향의 시민단체 출신은 558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해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한국관광공사 등의 임원이 명단에 올랐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에는 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5, 그랜드코리아레저한국토지주택공사 4명의 친여성향의 시민단체 출신이 재직 중이다. 또 민주당과 연관된 인사는 311명으로 분류됐다.

특히 지병문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박혜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공통된 이력이 있다. 또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해종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육동한 산업은행 이사, 이병화 한국가스공사 비상임이사 등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거나 예비후보로 나섰던 인물이다.

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한호연 소방산업공제조합 이사장, 손주석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 송기정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상임감사 등은 민주당 지역위원장 출신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코드 의심 인사 466명 중 108명은 기관장으로, 공공기관 3곳 중 한 곳이 이른바 캠코더인사가 임명됐다는 것이다.

낙하산의 폐해가 심각한 곳은 교육부 산하기관이다. 산하기관 25곳 중 절반이 넘는 13개 기관이 코드 인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위 소관 25개 공공기관 234명 중 78, 정무위 소관 40개 공공기관 220명 중 57, 기재위 소관 4개 공공기관 32명 중 7명 등도 낙하산 인사라는 게 국민의힘의 분석이다.

나아가 소방산업공제조합 이사장에는 민주당 지역위원장 출신이 맡고 있고,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출신이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에 오르면서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보은용 나눠먹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 공공기관, 예산 매년 증가하기도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에 대한 편향적 예산 지원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경우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대구경북 문화예술인지지 선언을 주도했던 김용락 이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738억원의 지원금이 지급됐지만 취임 후인 2020170억으로 급증했다.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국제방송)은 문재인 후보의 미디어특보단이었던 이승열 이사장이 20182월 취임한 후 25억원에서 201988, 2020175억원으로 두배 증가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문 후보를 지지했던 조재기 이사장이 2018년 취임후 90~120억원에 불과했던 지원금이 2018236억원, 2019260억원, 2020377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국민의힘은 또 보조금을 통해 시민단체를 길들이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홍보를 위한 사업에 예산을 집중 지원하고 있는 한국에너지공단은 재생에너지 민간단체 협력 사업 지원금을 신설해 20192020년 매년 5억원씩 2년간 총 11개의 시민단체를 지원하기도 했다.

반면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에 대한 국가보훈처 지원금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폐혜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의지는 물론,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헌법 개정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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