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연주 사장 체포영장 전격발부 시나리오


이명박 정권은 오는 8월15일 광복절을 건국 60주년 기념일 겸 ‘MB 리더십 복원’의 전기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특히 추락한 리더십을 복원하고 국정운영의 전기를 마련하는 변곡점을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감사원에 의해 고발된 KBS 정연주 사장 ‘긴급체포 시나리오’가 정치권에 힘을 얻고 있다. 노무현 정권 코드인사의 상징적 유물을 걷어 낸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단순히 방송장악 및 언론 길들이기로 보고 강경 저지에 나서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과거 정권 잔재 없애기와 차별화로 보는 시각이 대세다. 노무현 정권 ‘최대 잔재’인 KBS 정연주 사장의 교체는 이명박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고, 지지율 회복을 넘어 지지층 규합이라는 그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연주 KBS 사장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물러날 것인가.

또는 어떤 법적 대응이 진행될 것인가? 정연주 KBS 사장 퇴임 논란의 전모를 취재했다.

‘정연주 KBS 사장의 체포가 임박했다. 8월15일 전후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연주 체포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검찰 측에서도 ‘체포’를 실제로 검토하고 있는 모습이다.


감사원, 정연주 사장 해임안 제청 요구

우선, 정치권에서는 이 사건이 청와대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의견을 조율한 뒤 최 위원장이 나서서 KBS를 비롯한 방송장악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KBS 신태섭 이사의 퇴출은 이사회에서 보수성향의 이사 재적위원 과반수 획득을 위한 초석이며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조성, KBS 이사회의 해임안 결의, 대통령 재가 등이 다음 수순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 국세청, 감사원, 검찰 등이 총 동원됐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청와대의 배후설이 속속 힘을 얻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5일 감사결과를 통해 10여 가지의 KBS의 부실 방만 경영 사례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정연주 사장이 취임한 이래 KBS는 경영구조가 악화되고, 조직 내 갈등이 심화되는 등 성장과 발전을 위한 변화의 동력을 얻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공영방송으로 수익성 추구에 한계가 있고 수신료도 동결된 상황에서 과다한 지출예산 편성과 조직 인력의 방만한 운영으로 KBS를 적자
구조로 고착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정 사장의 비위가 현저하다고 판단해 감사원법에 따라 KBS 이사장에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용권자(대통령)에게 해임을 제청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밝힌 부실 방만 경영사례는 ▲예상 수입 부풀려 지출을 크게 늘린 점 ▲인건비 운용 방만 ▲법인세 환급 소송 졸속 및 부당처리 ▲공공기관 중 퇴직금누진제 유일하게 유지 ▲대학생 학자금 편법 지원 ▲과도한 유급휴가 ▲상위직 인력 과다 운용 ▲상위직 유휴인력 과다운용 ▲징계 형평성 미비 ▲실무인력 과다 운용 ▲원칙없는 특별 승격 ▲보직 근거 미비 ▲중계소 신설사업 부당 추진 ▲징계 내용 임의 변경 ▲별관 및 연구동 사업 불법 추진 ▲수원센터 파행운영 ▲수도권 정비계획법 위반 ▲국내영화 구매업무 부당 처리 등이다.

이중 검찰이 관여된 사안은 법인세 환급 소송 졸속·부당 처리 부분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KBS가 1999년 국세청을 상대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내 2004년 8월 행정법원에서 승소했으나, 2005년 8월 국세청과 협의해 ‘자진 납부한 법인세의 환급을 포기한다’는 조정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해 합의했다. 이 때문에 1996-2004년까지 자진납부한 법인세 816억 원을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됐다.


정연주 사장 퇴진 법적 공방

정 사장은 당해 연도 적자를 피하기 위해 국세청과 서둘러 합의하고 환급금만 받아내 결국 회사에 손실을 끼쳤고, 이 사안에 대해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받아야 함에도 형식적인 사후보고만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 “소 취하는 왜 했는지, 경제적 손실은 왜 끼쳤는지, 사장직을 지키기 위해 방어차원에서 조정한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 발표에 대해 야권 관계자는 “시정 권고의 수준이며, 감사원법에 적시된 명백한 비위(개인비리, 배임행위 등)와 관계가 없다”며 “그런 정도로 해임을 권고한 사례가 있는지 감사원에 오히려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 사장의 퇴진 시나리오와 관련, 법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관련법에 따르면 KBS 이사회는 정연주 사장의 해임을 의결할 수 없고, 또 대통령에게도 정 사장을 해임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법 해석을 두고 여야간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 측은 “정치권 일각에서 유언비어 수준으로 정연주 사장 퇴진 시나리오가 나돌았으나,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분명히 위법인데도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KBS를 장악한 뒤 국가기간방송법을 통과시켜 영국 BBC를 모델로 한 국영방송을 만들어 방송을 정권의 시녀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여당의 견해는 다르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 측은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물러나는 것은 암묵적인 관행이었고 지금까지 그래 왔다”면서 “기본적인 신사협정을 정 사장이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으면 해임까지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사회 결의를 통한 대통령 재가는 전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가 KBS 지분을 100% 갖고 있어 현재 국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국영으로 바꾸기 위해 관련법을 처리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퇴진 시나리오의 법 해석을 떠나, 정 사장과 관련해 야당은 분명히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위해 정부와 여당은 기획안을 갖고, 교육부, 국세청, 감사원, 검찰 등을 총동원해 조종하고 있으며, KBS이사회가 해임건의안을 의결하면 대통령이 해임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당 관계자는 “정 사장의 강제 구인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면서 “그 시점은 대통령한테 건의안이 올라가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빠르면 다음주, 늦어도 그 다음 주 중에는 정 사장의 ‘체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오는 15일 광복절을 건국 60주년 기념일겸 ‘MB리더십 복원’의 전기로 삼는다는 여권의 ‘복안’과도 맞아 떨어진다. 광복절 전후로 ‘체포’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정계의 시각이다.


정연주 사장 체포 날짜 놓고 이견

정 사장의 ‘체포’에 대해 검찰 측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는 정치권에 나도는 시나리오와는 완전히 무관하다”면서 “정연주 사장의 자진출석을 통한 조사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고, 강제구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체포영장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현재까지 정황에 정치권 및 검찰의 시각까지 조합해 볼 때, 정 사장의 체포는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오는 건국 60주년을 리더십 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는 ‘MB 정권’에 정 사장의 체포가 어느 정도 득이 될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연주 KBS 사장 누구인가

‘조중동’ 신조어 만든 ‘노무현 코드’

현 정권으로부터 거센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정연주 KBS 사장은 누구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표적 코드인사로 지적돼 온 정 사장은 한마디로 한나라당과 현 정권, 보수 언론 등의 미움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라 말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15, 16대 대선 패배를 방송사 때문이라 여기는 경향이 많으며,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정 사장의 KBS가 탄핵 반대여론을 조성해 17대 총선에 참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KBS가 지난 대선 때는 BBK 주가조작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집중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정권의 기반이 되는 한나라당 외에 사실상 현 정권의 디딤돌이라 할 수 있는 소위 조중동이 봐도 정 사장은 눈 밖에 난 인물이다.

정 사장이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으로 있던 시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통칭하는 ‘조중동’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했고, ‘조폭 언론’이라며 족벌 언론권력의 폐해를 싸잡아 비난했기 때문이다.

조중동에 대한 거부감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정 사장 두 아들의 미국 국적 및 병역기피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언론인 해직사태로 미국으로 망명했기에 취득한 것이라 하자가 없다’는 해명이 논란의 뒤를 잇고 있다.

정 사장은 경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뒤 1970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그 뒤 1974년 ‘10·24 자유언론실천운동’으로 해직된 뒤 1977년 씨알의 소리 편집장을 거쳐 1989년부터 한겨레 신문 기자로 활동했다.

2000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에 이어 2001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이사를 마지막으로 한겨레신문을 떠난 뒤 2003년 KBS 사장에 취임했고, 2006년 재임한 뒤 2007년 제14대 한국방송협회 회장 등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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