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지난 10월3일 개천절 광화문 일대는 살벌했다. 경찰은 보수단체의 집회를 막기 위해 수송버스 300대로 차벽을 만들어 광장을 원천봉쇄했다. 또한 광화문으로 가는 주요 길목에 90개소 검문소를 설치했고 경찰 병력 800명을 투입해 길목마다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8.15 광복절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로 코로나가 확산되자 문재인 정부는 재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여권에서는 이를 ‘방어의 벽’이라며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재인산성’이라고 명명하면서 공격하고 있다. ‘재인산성’이란 과거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해 2008년 6월10일 6.10민주화 항쟁 21주년을 맞아 ‘100만 촛불 대행진’ 등장한 ‘명박산성’을 빗댄 조어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집회를 막기 위해 세종대로 한복판에 컨테이너 구조물 60여 개를 벽돌 쌓듯 설치해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을 차단했다. 이로 인해 ‘명박산성’이라는 조어가 생겼고 이명박정부는 이 컨테이너 벽으로 집회의 자유를 침범해 독재자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일어 민심을 크게 잃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명박산성’과 ‘재인산성’은 태생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은 “‘명박산성’이 막은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였다. 그러나 어제 설치된 광장의 차벽은 코로나19를 막은 것으로 분명히 다르다”고 했다. 같은 당 황희 의원은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세워졌던 ‘명박산성’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것인 반면, 이번 광화문 광장 차벽은 코로나19 확산을 막아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목적으로서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국민의 건강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불통의 이명박 정부를 지탄해 열린 광우병 촛불집회와는 달리 이번에는 국민의 건강을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감안해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일단 ‘무조건 막고 보자’는 행정편의주의 발상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까지 철저하게 막았어야 했느냐는 점이다. 

집회.시위.표현의 자유는 언론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언론은 소위 ‘와치견’(경비견)으로 불린다. 그 이유가 의혹이 있거나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지면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아무리 집주인이라도 한밤중에 정문을 놔두고 담장을 넘어오면 짖는 게 당연하다. 주인인지 강도인지는 사법부에서 할 일이다. 

집회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코로나 정국에 보수단체의 집회가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기본권을 보장하면서 방역을 철저하게 하는 게 맞다. 헌법에 ‘집회.시위 결사의 자유’가 명시된 이유다. 그런 연후에 법을 어겼을 때 사법적 처벌을 내리면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가짜뉴스가 아닌 이상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다.  

옳지 않은 사람들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목소리마저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비민주적인 처사다. ‘명박산성’이 출연한 지 12년이 흘렀다. 여권은 ‘재인산성’은 무조건 선이라는 선민 의식과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왜냐면 언론 기사와는 달리 가짜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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