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선 긋기...정의당이 달라졌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정의당의 대북 강경 발언이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2일 우리 공무원을 서해상에서 살해하고 소각했다. 그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통일전선부 통지문 형식을 통해 사건 3일후인 25일 사과와 유감을 뜻을 전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상무위원회의에서 국회에 ‘대북 규탄 결의안 합의’를 촉구했다. 나아가 김종대 정의당 한반도평화본부 본부장은 “우리 군이 면밀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면 우리 주민을 사살하고 불에 태운 그 함정을 격파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정의당의 이 같은 대북 강경 발언은 민주당과 노선 차별화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 ‘친북 프레임’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일요서울이 노선 차별화를 꾀하려는 정의당을 추적해 봤다. 

심상정 [뉴시스]
심상정 [뉴시스]

 

-심상정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하자”...여당 압박

정의당은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연동형비례대표제’ 통과를 위한 연대를 구축했다. ‘민주당 2중대’라는 야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총선에서 의석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정의당은 ‘조국사태’로 내홍에 휩싸였는데, 심 대표가 추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시키기 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온갖 비리의혹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연합하여 그의 임명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으로 알려진 진 전 동양대 교수도 이 사건을 계기로 정의당을 탈당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1월11일 SNS에 올린 글에서 “정의당이 의석수에 눈이 멀어 지켜야 할 그 자리를 떠난 거다”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지난해 12월27일 민주당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개정안 통과 당시 정의당은 정당득표 20%이상,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을 목표로 삼았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꼼수’, ‘가짜 정당’이라고 비판하며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여권 발(發) ‘1당을 뺏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비례연합정당’을 출범시키고 원외정당을 들러리로 세우며 정의당에 참여를 요청했다. 정의당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민주당에 선을 그었다. 장혜영 정의당 청년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3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정의당이 조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찬성한 데 대해 “반성한다”고 했다. 

의석수 확대를 노렸던 정의당은 지난 4.15총선에서 원내교섭답체 입성을 목표로 했으나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절반도 못 미치는 6석에 그쳤다. 정의당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다 잃고 말았다.  

정의당은 생존을 위해 ‘민주당 2중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정의당 상무위원회[뉴시스]
정의당 상무위원회[뉴시스]

 

정의당 혁신위 “민주당 2중대 극복해야”

지난 4월16일 정의당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심 대표는 “최선을 다한 당원들과 정의당의 홀로서기를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더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위해 이용만 당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정의당의 뒤늦은 ‘홀로서기’ 노력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정의당은 당 쇄신을 위해 지난 5월 혁신위원회를 출범했다. 이혁재 정의당 혁신위원은 지난 6월26일 열린 혁신위원 공개회의에서 “그동안 민주당 2중대로 비쳤던 모습을 철저히 극복해야 한다”며 “특히나 조국·윤미향 사태 당시 당이 원칙적 입장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은 비판 대상이었다”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3개월 가까운 논의 끝에 지난 8월13일 혁신 최종안을 발표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의당 혁신안에 ‘민주당 2중대’라는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한 당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의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민주당과 연합하여 ‘조국사태’에 대한 입장을 민주당과 같이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7월14일에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조문거부’ 소신을 밝혔다. 이로 인한 지지와 비판이 이어지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사과로 이를 무마하려다 또 민주당 2중대를 자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7월14일 SNS에 심 대표를 향해 “민주당 2중대 하다가 팽당했을 때 이미 정치적 판단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로써 이 분에 대해 가졌던 마지막 신뢰의 한 자락을 내다 버린다. 저 말 한마디로 피해자가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 절망했던 그 ‘위력’에 가담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의당이 혁신을 통해 민주당 2중대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크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김종대 [뉴시스]
김종대 [뉴시스]

 

조혜민 대변인 “정의당 소신 행보 자연히 민주당과 차별돼”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 친북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지난달 22일 북한이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사살하고 소각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상무위원회에서 “북한의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은 북한이 저지른 비인도적인 민간인 살인이기 때문에 절대 북한의 일방적인 해명과 사과로 끝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의 사과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 대표는 “저는 어제 서둘러 국회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자고 각 당에 제안드렸다”며 “우리 국민이 처참하게 살해된 사건을 앞에 두고 여야가 정치적 셈법을 앞세우지 말야 한다. 특히 여권 일각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보다 남북관계를 우선에 두는 듯한 시각은 교정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종대 정의당 한반도평화본부장은 지난달 2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합동참모본부가 상황을 기민하게 파악했다면 군 대응 원칙에 따라 우리 주민을 사살하고 불에 태운 그 함정을 격파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정의당의 발언이 민주당 2중대, 친북 프레임을 벗고 노선 차별화를 꾀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7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과 선을 긋기 위한 발언이 아니다”라며 “북한에 대한 여당의 소극적 반응에 대해 정의당은 분명하고 단호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대변인은 “분명하고 선명한 정의당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라며 “정의당의 소신 있는 행보 가운데 자연히 민주당과 차별화된 모습으로 비춰질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의당 당대표 선거에서 결선에 오른 김종철·배진교 후보도 모두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언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의당의 이 같은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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