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정치평론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대권 꿈 접은 적 없어”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계몽군주’에 비유해 정치권 안팎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유 이사장의 ‘계몽군주’ 발언은 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을 논하던 중 나온 표현이어서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각에선 유 이사장이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달 유 이사장은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시즌3’로 방송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유 이사장의 정치적 포석이 깔린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요서울이 이를 추적해 봤다. 

유시민 [뉴시스]
유시민 [뉴시스]

 

-유시민, ‘알릴레오 시즌3’로 복귀...이번엔 도서 비평?

북한은 지난달 22일 우리 공무원을 서해상에서 살해하고 소각했다. 그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통일전선부 통지문 형식을 통해 사건 3일후인 25일 사과와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재단 공식 유튜브 토론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이전과는 다르다. 그 이면에 세계관, 역사를 보는 관점 등이 있을 것”이라며 “이 사람이 정말 계몽군주이고, 어떤 변화의 철학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 맞는데 입지가 갖는 어려움 때문에 템포 조절을 하는 거냐, 아닌 거냐(질문을 받는데) 내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유 이사장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계몽군주’ 발언을 두고 논란과 파장이 일어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SNS에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국회 차원에서 검토됐던 ‘국회 대북규탄결의안’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공유한 뒤 “북한은 계몽군주, 남한은 혼군”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가 유 이사장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계몽군주’ 발언을 꼬집은 것이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지난달 26일 자신의 SNS에 유 이사장의 ‘계몽군주’ 발언에 대해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땅을 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김정은은 계몽군주가 아니라 폭군이다”라며 “김정은은 고모부를 총살하고 이복형을 독살하고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한국의 민간인을 무참히 사살하고 훼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악의 폭군이 발뺌용으로 무늬만 사과를 했는데도, 원인행위는 사라지고 사과 생색만 추켜세우면서 김정은을 계몽군주로 호칭하면 김정은의 만행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며 “유시민 이사장이 김정은의 계몽군주화를 기대하는 건 자유지만, 현실은 똑바로 보셔야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이사장은 자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비꼬며 또 다른 논쟁을 촉발시켰다. 이런 논쟁은 유 이사장을 이슈의 중심에 서게 만들어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효과로 이어졌다. 

김정은 [뉴시스]
김정은 [뉴시스]

 

유시민, ‘김정은 계몽군주’ 비판에...“너무 고급스러운 비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계몽군주’ 표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내가 너무 고급스러운 비유를 했나보다”고 비꼬았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옛말에 식자우환(識字憂患-글자를 아는 것이 오히려 근심이 된다는 뜻). 배운 게 죄야”라며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 2세는 계몽군주라고 친다. 독재자였지만 교육을 중시했고 유대인을 너그럽게 대했다. 전제군주들은 안 했던 걸 한 군주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3대째 세습 탓에) 독재자지만 자기 뜻이 어디에 있건 상관없이 전제군주가 된 사람”이라며 “과거 계몽군주라는 사람들도 자기가 통치하는 제국을 조금 더 오래 잘 해먹으려고 개혁 조치들을 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에게는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취지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고무·선동할 목적”이었다면서 김 위원장의 행동이 달라진다면 “민족의 이익에 보탬되는 것 아니냐. 난 그렇게 생각하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 유 이사장은 “계몽군주 가지고 그렇게 떠는 분들이 어떤 사람이냐 하면, 2500년 전에 아테네에 태어났으면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을 사람들”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2일 유 이사장의 ‘계몽군주’ 발언 해명에 대해 자신의 SNS에 “유시민은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막장 소피스트”라며 “증거인멸을 증거보전이라 부르는 건 전형적인 소피스트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소피스트들도 최소한 저 수준은 아니었다”며 “저 바닥까지 내려간 것은 소피스트들 중에서 극히 일부였던 막장들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유 이사장의 해명 발언을 두고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이러다간 조국이 유죄 판결 받고 법정 구속되어도 십자가에 못박힌 고난의 예수를 소환할지도 모른다”며 “거짓 진보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절대선이라는 선악의 이분법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들은)거짓과 비리와 이중성의 자리에 역사까지 소환하며 자신이 절대선이라고 강변한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 속 위인들을 막무가내로 소환하는 그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아들을 비호하려고 안중근 의사를 소환한 그들, 김정은의 통지문을 칭송하기 위해 애꿎은 계몽군주를 소환하는 ‘깨시민’”이라며 “자신만의 동굴에 갇혀 자신만을 절대선으로 간주하는 그들”이라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논쟁 가운데 유 이사장은 이달부터 노무현 재단 유튜브 채널인 ‘알릴레오 시즌3’로 방송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 이사장이 정치 비평이 아닌 도서 비평으로 알릴레오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단 관계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4일 후인 지난달 25일 유 이사장은 ‘계몽군주’ 발언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일각에선 그의 이런 행보에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유 이사장의 정치적 포석이 깔린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의혹 해명된 듯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뉴시스]
청와대, 의혹 해명된 듯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뉴시스]

 

유시민, 대권 겨냥한 말과 행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계몽군주’ 발언으로 수일간 많은 언론의 주목과 함께 이슈의 중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달 유 이사장이 재개하는 유튜브 방송 채널인 ‘알릴레오 시즌3’는 100만이 넘는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그의 발언이 논란과 이슈를 던져준 걸 비춰봤을 때 방송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난 7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유시민 이사장은 단 한 번도 대권에 대한 꿈을 접은 적이 없다고 본다”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맹활약에 자극받아 함께 뛰기 시작한 분이 바로 유 이사장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유 이사장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180석 발언 논란의 책임을 지고 그만둔 유튜브 방송인 알릴레오를 재개하기로 했다”며 “정치 비평이 아닌 도서 비평은 국정에 관한 해박함을 알리는 데 효과적이다. 결국 대선후보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 이사장은 차기 대권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지율이 압도적인 1위라도 안 한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유 이사장의 말과 행보가 대권을 겨냥해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계속된다. 앞으로도 유 이사장의 말과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