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 공무원 중 93%, ‘현지어 못하는 외교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2020년 국감이 시작되면서 ‘해외에 있는 한국 외교관이 해당 국가의 현지어를 할 줄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현지어 못하는 외교관’이 한국 외교성과의 부진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이 같은 지적에 외교부의 입장은 어떨까. 일요서울이 집중 취재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보편적인 외국어를 제외한 ‘현지어’로 업무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외교관은 전체 1335명 중 95명으로 7%에도 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지난 5일 외교부로부터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 받은 ‘재외공관 외무공무원 현지어 등급 소지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현지어 등급 소지 외교관이 근무하는 재외공관은 전체 166곳 중 56곳에 불과했다. 재외공관 10곳 중 7곳은 행정직원이나 현지인 통역에 의존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안 의원은 “외교 역량 강화를 위해 ▲인사평가 반영 ▲수당 확대 ▲현지어 학습 지원 정책 강화 등 외교관들의 현지어 구사를 독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국감 때도 수 차례 지적 

‘외교부 재외공관 외교공무원들의 현지어 구사 역량’에 대한 지적은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몇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국감 자료에 의하면 현지어 구사자가 없는 재외공관은 전체 155개 중 43개였다. 이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 국감 자료에서도 재외공관 총 108개 중 63%인 63개 공관은 현지어 가능 외교관이 한 사람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공무원들의 현지어 구사 역량 지적은 9년이 지난 현재에도 개선되지 못하고 ‘외교부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외교부는 현지어 습득 장려를 위해 2006년부터 재외근무수당 가산금을 지급 규칙에 따라 외무공무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재외근무수당 가산금은 국립외교원이 인정하는 특수 외국어 시험 3등급 이상 자격을 소지한 자에 한해 ▲제1종 언어인 불어·독일어에 200~300달러 ▲불어·독일어를 제외한 제2종 언어에 450~900달러가 지급된다. 
실제로 2018년 약 5.6억 원, 2019년에 약 6.2억 원을 들여 재외근무수당 가산금을 지급했지만, 올해 9월을 기준으로 약 4400만 원의 가산금을 지급했다. 억대 지급액이 수천만 원대로 떨어질 만큼 현지어 가능한 외교공무원이 줄었다고도 볼 수 있다. 
미미한 성과로 인해 해당국과 영사 업무 등 각종 외교업무는 현지에서 고용된 행정원들이 담당하는 실정이다. 

현지어 역량 확대 “외교부도 공감”

일요서울 취재 결과, 외교부에서도 ‘외무공무원들의 현지어 역량 확대’ 지적에 공감하며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6일 외교부 외국어교육과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현지어 교육 예산이 3억8000만 원정도인데, 올해 4억5000만 원으로 증액했다”고 말했다. 이는 외교부에서도 어느 정도 현지어 교육에 부족한 부분을 확충해가겠다는 뜻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관계자는 “국격이 올라가면서 해외에 있는 우리 국민들이 많아졌다. 이에 영사 업무도 늘어나면서 현지어 구사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현지어 교육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역량 강화를 수치화해 가시적으로 관리해 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관계자는 “영어가 기본적으로 통용되지만, 기본적인 현지어 구사는 현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외교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대비해 현지어 교육과 관련해서 재외공관에 있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외국에 나갈 준비 중인 공무원들이 국내에서 현지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복된 외통의 지적에도 현지어 구사가 가능한 외무공무원의 수는 9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올해 들어서야 교육 예산을 증액한 것만으로는 현실적으로 문제를 개선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예산 확대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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