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20일 '로베레토 자유의 종'을 들고 있는 조성길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 [뉴시스]
지난해 3월20일 '로베레토 자유의 종'을 들고 있는 조성길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 [뉴시스]

[일요서울] 한국에 정착한 조성길 전(前)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가족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 북한에 한국 정착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8년 11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잠적한 후 8개월간 스위스, 프랑스, 동유럽 국가를 거쳐 지난해 7월 국내에 들어왔다. 조 전 대사대리의 부인도 2년간 행방이 묘연하다가 한국 정착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과 하태경 국민의 힘 정보위 간사가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입국을 확인하는 발언을 하면서 북한에도 정보가 노출됐다. 

美 전문가들은 지난 7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정보가 공개된 조 전 대사대리와 가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조 전 대사대리 부부의 한국 정착 관련 정보를 공개한 한국 국회의원의 책임이 크다”며 “북한이 이미 한국행 사실을 1년 이상 알고 있었다. 당 선전선동부가 이 사건을 한국의 잘못으로 비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들의 발언이 조 전 대사대리 부부와 북한에 있는 이들 부부의 딸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조 전 대사대리 정보가 공개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이들 부부와 딸, 조부모 및 다른 가족들이 더 큰 위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 전 대사대리는 CIA의 보호 아래 타국으로의 망명을 시도했지만, 지난해 2월 북한대사관이 없는 동유럽 국가 A국의 한국대사관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이 씨가 이탈리아에 두고 온 딸의 신변 안전 확인을 위해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다가 북한 당국에 소재지가 노출됐다. 

이에 북측은 “딸이 잘 지내고 있다”며 부인 이 씨의 북송을 설득했다. 이에 이 씨가 딸 걱정에 한국행 거부 의사를 밝히고 북한에 돌아가고자 했었다며 몇몇 언론에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이로써 1년3개월간 정보당국이 함구해 온 조 전 대사대리의 귀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탈리아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미성년 딸은 지난해 2월경 북한으로 송환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해져 북한 고위층이 조국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사건을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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