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림시장 입구 전경 [사진=신수정 기자]
우림시장 입구 전경 [사진=신수정 기자]
시장 풍경 [사진=신수정 기자]
시장 풍경 [사진=신수정 기자]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서울에는 다양한 명소‧장인, 독특한 지역 상권 등이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상권을 만들고, 지역 특색을 가꿔 온 가게들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하나둘씩 문을 닫는 추세다. 역사적 배경이 있는 공간과 이를 지켜 온 인물들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지역을 떠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서울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명소‧인물, 그리고 각 지역의 전문가와 독특한 지역 상권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여섯 번째로 서울특별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을 찾았다.

나만 알고 있던 동네 맛집이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맛집이 자리를 잡는다. 한 지역에 오래 살다 보면 사라지고 새로 생겨나는 가게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주인과 가끔 나누던 안부 인사, 음식들을 사 먹던 계절의 풍경, 그 시절의 나를 추억하는 가게는 이제 추억 속에만 남아 있다. 

망우동 토박이들이 추억할 수 있는 우림시장은 어떤 곳일까. 또 주민들만 알고 있는 우림시장 맛집은 어디일까. 일요서울이 지난 7일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50여 년간 골목 지켜 온
'우림시장’

망우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우림시장은 1970년대 초 영세 점포들이 들어서면서 전형적인 골목형 재래시장으로 약 50여 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국내 1600여 개 재래시장 중에서도 가장 현대화를 모색한 시장으로 재래시장 리모델링의 첫 사례로 손꼽힌다. 그래서인지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을 주는 재래시장이다. 현재는 196개 영세 점포가 들어서 운영 중이다.

보통 재래시장 주변에 대형 할인마트가 있으면 시장에 인적이 드물어지고 문 닫는 가게들도 늘어나 한적한 시장 풍경을 이루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림시장은 다르다. 시장 주변으로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같은 대형 할인마트가 6개나 있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이미 주민들의 삶에 밀접하게 들어와 앉은 공간이 된 것이다.

특히 시장 고유의 역할을 잃지 않으면서 시장 가운데 길로는 식품 부스들이 자리해 방문객들의 허기를 달래주기도 한다. 보통 유명 관광지 코스로 정해진 시장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서울시 전통 재래시장. 북적거리는 시장 풍경은 과거에의 향수를 불러온다. 

주민들만 아는
‘주전부리 맛집’

우림시장 빵집 [사진=신수정 기자]
우림시장 빵집 [사진=신수정 기자]
진열된 빵들 [사진=신수정 기자]
진열된 빵들 [사진=신수정 기자]
호떡집 주인이 녹차호떡을 구워 포장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호떡집 주인이 녹차호떡을 구워 포장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우림시장을 입구에서 곱창 가게들을 지나면 나오는 빵집이 있다. 이곳의 빵들은 저렴하지만, 맛도 놓치지 않아 주민들이 찾는 빵집이다. 피자빵 등 서구적인 최신 빵들을 따라잡으려는 노력과 동시에 팥빵 같은 투박하지만, 옛날 맛을 고스란히 살린 팥빵도 있다. 

빵집에서 10m 정도 올라가다 보면 녹차호떡을 파는 골목 상인을 만날 수 있다. 겨울철 길거리 음식 중 별미로 꼽히는 녹차호떡. 통통하고 기름진 호떡 안에는 상인들의 마음처럼 따뜻하고 달달한 꿀 앙꼬가 채워져 있다. 

주민들이 우림시장 안에서 손꼽는 맛집으로 가장 많이 지목한 곳은 꽈배기 집이었다. 못생긴 생김새를 갖고 있지만 개당 500원으로 저렴하고 맛있다. 특히 마지막 반죽에 옥수수 가루를 겉에 바르는 것이 차별화된 특징이다. 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쫀득하고 달달한 맛을 낼 수 있다. 

주민들은 꽈배기를 맛보고 “겉은 엄청 바삭하고 속은 빵과 과자의 중간 감도가 느껴진다”, “기름도 깨끗해서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꽈배기를 맛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림시장 중간쯤 망우동 근방에선 보기 힘든 왕만두 가게가 있다. 우림시장의 정중앙엔 신선한 닭을 즉석에서 볶아주는 닭강정 집 ‘아리아리 닭강정’도 있다.

가게들은 짧게는 5~6년, 길게는 10년까지도 장수하고 있었다. 전통시장 길거리 음식은 음식 품질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맛으로 신뢰를 견고히 쌓아 온 결과다. 

과거 엄마 손을 잡고 거닐며 저녁 장을 보다가 허기진 배를 길거리 음식으로 달래며 수다 떨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게 만드는 망우동 우림시장. 쌀쌀해지는 가을에 가족·연인과 함께 재래시장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림시장
주소 서울특별시 중랑구 망우로62길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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