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실형 사실 안 피고인 불복

대법원.[뉴시스]
대법원.[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도주 상태’로 처리돼 본인 재판에 참석하지도 못한 채 실형을 선고받은 마약 판매책에 대해 대법원이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공소장이나 피고인소환장 등이 당사자에게 전달됐다는 걸 입증할 수 없다면, 기소 사실조차 몰랐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마약 판매책인 A씨는 지난 2016년 2∼3월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세 차례에 걸쳐 필로폰 3그램(g)을 판매해 295만 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은 A씨가 출석하지 않은 ‘궐석 재판’ 방식으로 이뤄졌다. 법원은 A씨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내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A씨가 도주한 것으로 보고 공시송달을 한 뒤 재판을 진행했다. 공시송달은 당사자의 주거 불명 따위의 사유로 소송에 관한 서류를 전달하기 어려울 때 서류를 법원 게시판이나 신문에 일정한 기간 동안 게시함으로써 송달한 것과 같은 효력을 발생시키는 제도다.

1·2심 ‘궐석 재판’
똑같은 형량 선고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수의 동종 전과가 있고 도주해 소재불명 상태에 빠졌다”면서 징역 2년과 추징금 295만 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도 마찬가지로 A씨의 불출석 상태에서 진행됐고 1심과 같은 형량이 선고됐다.

뒤늦게 A씨는 이 사건의 재판이 열린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상고를 제기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난 다음이었다. 이에 A씨는 해당 재판을 몰랐던 데에는 자신의 책임이 없다며 ‘상소권 회복’을 청구했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대법 “피고, 재심 청구 가능”
해당 사건 ‘파기환송’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소장 등을 송달받지 못해 공소가 제기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2심 선고 사실을 알게 됐다”며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1·2심 공판 절차에 출석하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23조 등의 취지에 따라 피고인이 불출석한 채로 진행된 1심 재판에 대해 검사만 항소하고, 항소심 역시 불출석으로 진행한 후 항소를 기각해 1심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도 피고인은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재심 청구를 하지 않고 상소권 회복에 의한 상소를 제기했다고 해도 이는 형사소송법에서 상소 이유로 정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며 “재심 규정에서 정한 재심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