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은 못 받고 모든 은행계좌 거래 정지
피해자 50대→40대→30대→20대 순으로 많이 발생

[뉴시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 보이스피싱 범죄는 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30대, 20대까지 그 피해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피해액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크지만 경찰 등 사법기관은 보이스피싱을 막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지난달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 이후 최근까지 총 152,661건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피해 금액이 무려 2조 94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015년 18,549건에서 2019년 37,667건으로 2배가 늘었으며, 피해 금액은 2,040억원에서 6,398억원으로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간 하루 평균 21.7건, 금액으로는 3억 1,928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피해자를 연령별로 분석해 보면, 50대가 36,657건(27. 33%)로 가장 높았으며 40대 36,336건(27.09%), 30대 24,123건(17.99%), 20대 20,105건(14. 99%), 60대 13,788건(10.28%), 70대 이상 3,103건(2.31%) 순으로 나타났다.

지방청별 피해증가율은 경남이 32억→207억(6.4배)으로 가장 높았으며 경북 46억→ 293억(6.3배), 대전 50억→252억(5.0배), 강원 46억→218억(4.7배), 전북 39억→156억(4.0배) 순으로 나타났다.


입금 가능하다면서

차일피일 미루더니


이해식 의원은 “보이스피싱 피해는 민생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만큼 신속한 범인 검거와 함께 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3일 추석을 앞두고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봤다.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기대출이 많았던 탓에 제1금융권에서는 대출이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제2금융권 등을 알아보게 됐고 그 와중에 한 중개업체로부터 대출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3000만 원 정도 대출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업체 측에서는 이름, 나이, 거주지, 직장, 사대보험, 기대출 내역 등을 확인하고 신용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해 주기로 했다.

A씨는 하루 뒤인 24일 관련 내용과 함께 신분증·주민등록 등본 사진을 전송해 줬다. 업체 측에서는 3000만 원 대출이 가능하다며 이자와 함께 상환 방식 등을 안내해 줬다.

그런데 일반적인 대출업무와 달리 대출업체의 입금계좌가 아닌 개인 통장으로 이자를 입금해 달라고 요청을 해 왔고 편의를 위해 체크카드를 보내달라고 요청을 해 왔다. A씨는 탐탁지 않았지만 대출이 급했던 만큼 우편으로 체크카드를 보내고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과정에서 업체 측은 택배 사진과 함께 영수증 사진을 요청했고 A씨는 관련 정보를 사진으로 전송해 줬다.

A씨는 체크카드를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평소 사용하지 않던 계좌였던 데다 잔액이 없던 상태여서 큰 의심을 하지 못했다.

문제는 체크카드를 수령한 업체 측이 대출금 입금을 차일피일 미뤘다는 점이다. 대출 신청한 고객이 많다면서 하루 이틀씩 대출일정을 미뤘고 결국은 추석연휴 전날인 29일까지도 대출인 실행되지 않았다.


본인도 모르는 새

지급정지 계좌 신고 당해


대출이 차일피일 밀리자 A씨는 29일 대출을 포기하고 혹시 모를 사고를 막기 위해서 통장, 체크카드 등의 비밀번호를 바꾸고 체크카드 분실신고 및 재발급 신고를 했다.

그런데 하루 뒤인 30일 업체 측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 대출을 실행하려고 한다며 체크카드가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A씨는 대출을 실행해 준다는 말에 체크카드 분실신고 및 재발급 신청을 취소했다.

이후 A씨의 통장에는 오후 1시경 B씨 이름으로 600만 원이 입금됐고 오후 3시경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입금액을 모두 현금으로 찾아갔다. 체크카드로 현금을 모두 찾은 업체 측은 통장거래가 정상적으로 되는 것을 확인됐다며 검수가 완료 됐다고 A씨를 안심시켰다.

대출금은 당일이 아닌 하루 뒤 추석 당일인 10월 1일에 입금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5시 경 A씨는 은행으로부터 ‘지급정지/전자금융거래제한 등록안내 통지’ 문자를 받았다. 은행에서 보낸 문자에 따르면 A씨의 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에 의해 지급정지 등이 등록됐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A씨의 은행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돼 신고가 들어왔다는 얘기였다.

A씨 추석 연휴로 인해 경찰 등에 신고를 하지 못하다 연휴가 끝난 지난 5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을 통해 사이버범죄 신청을 했다. 그리고 신고 직후 한 은행을 찾아 정확히 어떤 문제가 터진 것인지 문의를 해 봤다.

A씨가 방문한 은행은 문제의 계좌를 개설한 은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은행을 통해 현재 보이스피싱 등으로 문제의 은행계좌는 물론 A씨의 모든 계좌가 지급정지 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인터넷은행이 아닌 일반은행의 경우 창구를 방문하면 출입금과 계좌 이체가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으로 알려진 은행계좌의 돈은 당장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계좌 소유의 은행에서는 A씨에게 사고나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보내 달라고 요청을 했다. 하지만 A씨는 난감한 상황이다.

A씨는 지난 5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을 통해 피해 사실 신고 후 3일 뒤인 8일 오후 관할 경찰서를 배정 받았고 담당자의 전화 번호 등을 안내 받았다. 

통상적으로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신고를 하면 24시간 내 담당경찰서를 배정 받는다. 이후 해당 경찰서는 7일 이내에 신고자 및 피해자에게 연락을 하도록 하고 있다.

A씨는 경찰서 외에 추가로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피해 담당 부서에 신고하려 했지만 해당 번호로는 통화를 할 수 없었다.

은행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등의 혐의로 지급정지된 계좌는 최장 2달 동안 피해공시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정상적인 이용이 어렵다.

상황에 따라 법원의 판결문이나 경찰서 등에서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아 은행에 보내야 지급정지 등의 해제가 가능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