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원장 상임고문 위촉 후 고문료 지급...연수 내용도 부적정

금융위원회 전경. <뉴시스>
금융위원회 전경. <뉴시스>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유관기관 중 3곳(금융결제원, 금융보안원, 금융연구원)이 방만경영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이들 유관기관은 지난 5년간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무위원회 산하 공공기관들로부터 운영을 위한 분담금을 받았는데 허술한 조직관리로 예산이 줄줄 샜다. 또한 이들 기관의 정기적인 감독체계에는 공백이 있어 이 단체들에 대한 감시 기능의 강화가 요구된다.

 허술한 조직관리 예산 낭비...출장 경비도 '제 맘대로'
 평균 3~4년에 한 번 감사, 체계적 감독 기능에 공백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3개 기관이 공공기관들로부터 받은 분담금액은 약 1226억 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금융결제원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총 6개의 공공기관으로부터 799억 3300만원의 회비를 받았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160억원의 지원을 받은 셈이다.

금융연구원도 지난 5년간 6개 공공기관으로부터 223억4800만 원을, 금융보안원은 8개 기관으로부터 202억7800만원을 받아 기관 운영에 썼다. 연평균으로 환산해도 각각 약 45억원과 40억원씩 지원을 받았다.

수십억 분담금 지원...방만 운영

문제는 이들 3개 산하기관에서 무분별한 예산 운용과 허술한 조직 관리 등 다수의 방만 운영 사례가 적발됐다. 우선 금융결제원은 자금결제와 정보유통 체계를 구축해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된 지급결제 전문기관이다.

결제원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전임 원장이 퇴직한 후에도 매년 1년 단위로 3년간 상임고문으로 위촉하여 결제원 운영에 관한 자문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고문료 월 390만원, 업무추진비 월 120~150만원, 전용차량 및 유류비, 본인 및 배우자 종합건강검진비를 매년 1인당 100만원 이내에서 지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의 경우로 산출해도 1인당 연간 약 6200만원 가량의 금액이 자문을 이유로 전직 회장들에게 지급된 격이다. 반면 실제 자문실적은 2017년의 경우 개별 부서의 질의사항 36건에 대한 자문을 한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전 회장들은 이미 퇴직 시 1억 7천만원 이상의 퇴직금을 지급받았던 상황이어서 과도한 지급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금융결제원은 해외연수 예산 사용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 결제원은 2014년부터 17년도까지 글로벌챌린지 해외체험연수 과정을 진행하며 총 153명의 연수를 지원했는데, 여기에 들어간 비용만 3억 6백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당시 결제원은 부서장이나 노동조합의 추천을 받아 별도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 없이 전원을 연수대상자로 선발했다.

연수의 내용도 부적정했다. 연수 과정은 해외 ATM 기기 및 신용카드 사용 체험 등 단순체험이 대부분인 데다, 유명 관광지 위주의 동선으로 짜여졌다. 또한 여행사 패키지 관광상품 이용, 가족 및 지인 동반 여행 일정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심지어 연수 종료 후 지출 증빙이 미비하고, 결과보고서도 지연 제출하거나 미제출하는 등 연수 과정의 전반적인 관리에서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유일의 종합 금융전문 연구기관인 금융연구원에서도 방만한 운영 실태가 적발됐다. 연구원의 경우 직원의 국외 출장 시 규정상 국외여비에서 숙박비는 출장 중 숙박 일수에 따라 지급해야 함에도 숙박 일수가 아닌 여행 일수에 따라 지급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137회에 걸쳐 259일치에 해당하는 숙박비를 초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연구원의 임직원은 국외 출장 시 체재비를 지급받고 있음에도 섭외성 경비를 사용 한도에 대한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25건의 출장에서 임직원들은 약 6580만원의 체재비가 지급됐음에도 업무협의를 사유로 1640여만원의 경비를 추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의 연구장려금 집행에서도 허술한 행태가 드러났다. 연구원은 장려금에 대한 별도의 산출근거 없이 연말이 되면 가산금으로 일괄 지급했다. 2018년에는 휴직자가 4명이 있어 연구장려금 잔액은 내년도 예산으로 이월하여 사용해야 함에도 당해 연구장려금 7억9600만 원 중 40%에 달하는 3억2100만원 잔액 전부를 가산금으로 집행했다.

반면 연구원 본연의 기능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2015년부터 18년도까지 4년간 사업계획에 반영한 총 134건의 과제 중 74%에 달하는 99건의 과제가 사업계획 미준수로 지적을 받았다. 세부적으론 연구기간 종료 이후에 완료한 과제가 29건, 사업폐기 승인을 받은 과제가 33건, 연구기간 연장승인 없이 미완료된 과제가 37건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유일의 금융보안 전담기관인 금융보안원 역시 안이한 경영 실태가 드러났다. 금융보안원의 위탁교육과정에는 대부분 국외연수가 포함되어 있어 국외연수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보안원은 2016년 이후 총 19명의 연수대상자에게 국외연수비와 별개로 국외여비를 명목으로 총 1076만원의 일비 및 부대비용을 중복 지급했다.

또한 보안원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인건비 증가, 보안시설 확대, 노후장비 교체 등을 이유로 연평균 9.3%씩 42억원 가량을 증액했다. 그러나 연 평균 6.2%에 해당하는 연 30억원 내외의 불용액이 발생하면서 과도한 예산편성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시 기능 강화 촉구

이처럼 금융위 산하기관마다 방만한 운영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 기관들에 대한 상시적 감독체계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우선 금융결제원과 금융연구원, 금융보안원 3개 기관은 금융위원회 소관의 비영리법인으로 금융위원회에 검사‧감독 권한이 부여된 상태다.

하지만 이들 기관에 대한 평균적인 종합감사 주기는 3~4년이었다. 금융위원회에서는 금융위 소관으로서 등록 인가를 받는 단체만 약 150개에 달해 이 중 일정 규모 이상의 단체만 선별해 감시할 수밖에 없으며, 통상 감독을 통한 징계시효가 3~4년 정도기 때문에 이처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제주시 갑) 의원은 “금융위 산하기관은 공공성의 역할을 지니면서 국회의 피감대상인 공기업이나 공공기관들로부터 매년 수십억 수백억원씩의 분담금을 지원받아 운영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민 세금이 기관 운영에 쓰이는 격”이라며 “그런데 이러한 기관들에서 예산을 방만하게 사용하는 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민 세금이 새는 것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위원회의 감독 능력으로만 이 기관들을 효율적으로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국회와 정부도 이러한 산하기관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관리 감독이 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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