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에서 비룡으로‘베이징 용트림’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가 건국 60주년이자 8·15 광복절을 맞이해 국정 운영의 터닝 포인트로 삼고 ‘거침없는 하이킥’을 보이고 있다. KBS 사태, 공기업 개혁, 규제 완화 등 강공책을 내밀며 제2의 이명박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같은 현대맨이자 CEO형 대통령을 추구하는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최고위원 선거에서 ‘버스비 70원 발원’으로 재벌 엘리트 이미지를 고스란히 내비쳤던 정 최고위원의 최근 행보가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은 일단 대중과 호흡을 하기 위해 ‘뻣뻣함’을 벗고 ‘겸손’ 모드로 돌입했다. 또한 정적들과 ‘각’을 세우던 모습에서 ‘화합형 리더’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 볼모지와 다름없는 호남 구애 작전도 들어갔다. 그러면서 한나라당과 청와대와 거리두기는 계속되고 있다. 틈새 전략이자 블루오션 전략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장이기도 한 정 최고위원이 2008 베이징 올림픽과 함께 ‘용트림’을 할 지 아니면 ‘반짝 현상’으로 머물지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변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의 한 측근의 전언이다. 그는 “자신의 텃밭인 울산 지역구를 포기하고 서울로 입성하면서 뻣뻣하다는 지적을 많이 들어왔다”며 “이제 정 최고는 귀족적 이미지를 벗고 서민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음을 실토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인사 습관이다. 지난 동작을 총선에서 지역구민들에게 ‘듣기’ 보다 ‘말하기’를 좋아했던 정 최고다.

MBC 여기자 성추행 파문 역시 그 연장선상이다. 자식 같아서 ‘톡톡’볼을 만졌다는 정 최고의 해명에도 이미지 손상을 피할 수 없었다.


골프 회동 자제 먼저 ‘인사’

이에 정 최고는 국회 내에서 변화를 모색했다. 일단 국회의원 동료 선후배는 기본으로 보좌관들과 사무처 직원, 심지어 경비 아저씨들까지 만나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먼저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에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인 그로서는 대단한 변화임이 틀림없다.

또한 평소 좋아하던 골프 회동은 줄이고 이슈와 정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정 최고는 자기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그동안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골프 회동을 통해 친분을 쌓아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2일 영국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신지애 선수와 골프 라운딩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 최고는 11일 호남 지역을 전격 방문해 광주. 전남북 당협 위원장들과 간담회를 통해 지역 현안 사업을 점검하고 호남의 민심을 수렴했다. 이후 12일에는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골프를 취소하고 상경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도 육상, 수영, 축구 등 인기 종목을 제외하고 비인기 종목들을 중심으로 친 MJ 인사들과 2박3일을 다녀왔다. 한국 축구가 8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축구와 정 최고위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기 종목 등 비인기종목 선수들을 독려하기위해 정 최고는 전여옥, 신낙균, 진성호, 고승덕 등 국회의원들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정적들을 가리질 않고 포용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 최고와 홍준표 원내대표는 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부터 최근까지 신경전을 벌여온 사이다. 특히 지난 전당대회 직후 ‘최고위원 권한 강화’를 주장하며 홍 원내대표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6월 말 내각 개편을 놓고는 ‘대폭적인 개각’을 주장한 정 최고위원을 향해 홍 원내대표가 ‘자기들이 대통령이냐? 대통령은 대폭보다 소폭을 좋아 한다’고 맞장을 뜨기도 했다. 그런데 정 최고가 먼저 홍 원내대표가 ‘원 구성’ 관련 책임론에 휩쌓이자 ‘홍 반장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재벌총수에서 화합형 리더로

정 최고는 한창 민주당과 원 구성 협상 결렬로 사면초가에 빠진 홍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개인적으로 너무 큰 걱정 말고 어려운 때일수록 여유를 갖고 자신감 있게 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상대편이 호의를 좋게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상대편이 약점으로 생각해 일이 잘 안 될 경우도 있다”고 두둔했다.

나아가 정 최고는 홍 원내대표의 팔을 덥석 잡으면서 “인내심을 갖고 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날씨도 더운데 힘내서 잘 해 달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홍 원내대표의 희색이 만연해지는 순간이었다.

당내 중립형 인사들을 껴안아 ‘화합형 리더’로 각인시키며 동시에 인적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이중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정 최고는 청와대와 한나라당과는 ‘거리두기’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 자기의 정체성 확보 차원이지만 ‘불가근 불가원’을 통해 자기 고유영역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정 최고는 지난 11일 청와대의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를 강력히 비판하며 청와대와 날을 세웠다.

그는 “인사는 두고두고 한나라당의 이미지 결정에 영향을 준다”며 “두 분의 개인적인 자질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문책성 결질 대상인데 시간 좀 지났다고 아무런 설득력 없이 이런 인사를 하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김중수 전 청재와대 경제수석과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의 공직 기용을 비판했다.

청와대는 김 전 수석을 OCED (경제협력개발기구)대표부 대사로 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 대타로 물러난 최 전 차관은 재외공관장에 내정했다.

나아가 정 최고는 당정이 추구하는 공기업 ‘선진화’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책위의장을 지낸 이한구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것을 보면 이게 무슨 공기업 개혁이냐 국민들이 속았다고 할 거다. 이래서 무슨 선진국을 만드느냐’고 했고 민주당 중진은 ‘공기업 개혁을 민주당도 반대하지 않는데 이번에 발표한 것을 보면 기준도 내용도 없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 최고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제일 중요한 개혁 과제인데도 도대체 기준도 내용도 하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이렇게 해서 도대체 어떻게 되는지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이어나갔다.

정 최고가 기존의 소폭 행보와는 달리 광폭 행보를 보이면서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정 최고가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당내 경선 경쟁자인 박 전 대표가 재차 ‘침묵’ 모드로 들어간 사이 정 최고는 당과, 청와대 나아가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100% 부각시키고 있다는 시각이다.


대통령학 박사-언론인‘TF팀’ 있다?

한편 정 최고의 본격적인 정치적 변신에 최근 꾸려진 ‘별동대’ 팀이 주도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TF 팀구성 배경으로는 매주 월, 수, 목으로 잡힌 최고회의에 모두 발언을 준비하기위한 팀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통상 여타 최고위원들이 의원실에 소속된 보좌관들이 준비하는 반면 정 최고는 자문역에는 대통령학을 전공한 교수출신의 비서실장과 일간지 출신 언론특보, 그리고 보좌진 등이 최고회의가 있는 전날 모두 발언을 꼼꼼히 챙기고 향후 대권 행보와 관련 일정까지 모두 챙기고 있는 것이다. TF 팀이 최고회의에서 정 최고위원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하면서 차기 지도자감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 최고의 이와 같은 행보에 정치권은 ‘인기 회복을 위한 일회성’으로 끝날지 재벌 총수 이미지 변신 탈피에 성공할 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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