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단체 연꽃아래 회원들이 지난 2018년 3월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베트남 하미 마을에서 민간인 135명을 학살한데 이어 퐁니 마을과 퐁넛 마을에서 70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밝혔다. 2018.03.09.[뉴시스]
청년단체 연꽃아래 회원들이 지난 2018년 3월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베트남 하미 마을에서 민간인 135명을 학살한데 이어 퐁니 마을과 퐁넛 마을에서 70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밝혔다. 2018.03.09.[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과 관련,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국가정보원이 가진 정보를 공개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4-1부(부장판사 김재호·이범균·이동근)는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임재성 변호사가 국정원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에 대한 무효를 확인해 달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임 변호사가 소속된 ‘민변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는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중부 퐁니·퐁넛마을에서 발생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 관련자를 조사하며 작성한 문서들의 목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조사자들의) 생년월일 정보를 삭제하고 나머지 목록 부분만 공개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것만으로도 대한민국 정부가 학살 사건에 관해 관련자를 조사했는지 여부 등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료로서 의미가 있어 공개할 가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학살 사건을 일으켰던 청룡부대 소속 베트남전 참전군인 3명(최모 중위, 이모 중위, 김모 중위)을 조사한 뒤 신문조서와 보고서 등을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임 변호사는 2017년 8월 처음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뒤 1·2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국정원이 상고할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은 애초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처분을 했지만 그 뒤 소송에서 지자 “제3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조사를 받은 당사자들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또 비공개 처분을 했기 때문이다. 

임 변호사는 “50년 전 (중앙정보부가) 작성한 목록조차 공개하지 않고 긴 싸움을 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국정원이 무용하게 상고할 것이 아니라 행정부로서는 이를 존중해 목록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퐁니·퐁넛 학살사건은 1968년 2월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 74여명에 대한 학살사건이다. 이 사건은 당시에도 ‘제2의 미라이 학살’이라고 불렸을 만큼 학살 규모나 양태가 매우 처참해 외교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임 변호사가 청구한 정보는 지난 12일 민간인 학살사건 피해자 응우옌 티 탄이 지난 4월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도 관련 있다. 

퐁니 마을 학살로 어머니와 동생 등을 잃고, 배에 총까지 맞은 응우옌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은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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