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수사, MBC 민영화 단초 될까?


정연주 KBS 사장이 해임된 가운데 다음 타깃은 MBC가 될 것이란 얘기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MBC PD수첩을 겨냥한 검찰의 칼날에 현 정권이 힘을 실어 ‘더 큰’ 무언가를 썰어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MBC 측의 ‘고분고분한’ 기류변화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는 듯 보인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는 소위 ‘KBS 장악 시나리오’가 시나리오가 아닌 현실이 됐듯, MBC에도 어떤 ‘칼바람’이 휘몰아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촛불에 포위돼 어정쩡하게 국정운영의 중심을 잡지 못하던 이명박 정부가 KBS-MBC 사태를 마무리하고 용트름 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보수-진보로 갈려 ‘반쪽 행사’가 된 건국 6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8·15 드라이브’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궁금하다.

“MBC 민영화 현실화 되나”

정치권에 맴도는 소위 ‘MBC 장악 예상 시나리오’의 핵심은 KBS 국영화 및 MBC 민영화 뒤 민영화된 MBC를 특정 ‘보수신문’에 넘겨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 “MBC, 민영화 두려워 말라”

보수신문 대신 재벌기업이 민영화된 MBC를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MBC의 경우는 단순히 사장 해임으로 끝나지 않고, 조직의 성격이 통째로 바뀌는 대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한나라당 진성호 김용태 의원에 이어 지난달 나경원 의원 등이 연이어 PD수첩과 관련해 엄기영 MBC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첫 신호탄을 쏘았다. 이후, 사장 퇴진 요구는 민영화로 한발 더 나가고 있다.

최근 김용태 의원은 MBC 민영화와 관련 “MBC가 공영방송이라고 하는데, KBS처럼 감사도 받지 않고 있고, 핵심 경영진의 재산공개 의무도 없다”면서 “이런 걸 하기 싫으면 민영화를 해야 하고, 민영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순한 사장 퇴진에서 직접적으로 MBC 민영화를 거론한 것이다.

그는 또 “공영방송을 원한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MBC가 민영방송이었다면, PD수첩 사태로 방송허가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사장 출신의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PD수첩 사태에 대해 “현 정권이 KBS에 이어 MBC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면서 “KBS에 이어 MBC를 굴복시켜서 자기 통제 하에 두려는 언론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민영화와 관련, “MBC 민영화는 시대를 거스르는 발상이며, 한나라당이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삼성, LG 등 재벌기업들이 대주주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방통융합시대에 맞는 방송체제 개편 봇물

그러나 ‘민영화 뒤 특정 보수신문에 넘겨 준다’는 정치권의 ‘가상도’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현실 가능성을 부정했다.

여권의 한 의원은 “MBC를 민영화한 뒤 일부 보수신문에 넘긴다는 얘기가 떠도는데, 야권에서 흘리는 명백한 물타기고 마타도어(흑색선전)”라며 “그 신문이 무슨 돈이 있어 MBC를 사느냐”고 의아해 했다.

야당 의원도 “자본규모가 크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KBS 및 MBC에 대한 단순한 방송장악 외에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을 위한 적절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여권에서 제기됐다.

한나라당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때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주저앉은 데는 KBS와 MBC의 역할(?)이 컸다. 소위 음영지역(전파가 끈기는 지역)에 갭 필러(Gap Filler, 음영지역 없애는 장치)를 설치하는 투자를 양 방송사가 거부했을 뿐 아니라 망사업자가 대신 투자하고 과금할 수 있는 방안까지도 거부했다. 양 방송사는 투자는 안하면서, 광고 수익은 독점한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DMB 관련 기술업체들이 파산했고 정부는 양 방송사에 질질 끌려 다녔다는게 여당의 판단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방송의 공영성은 1930년대에 나온 낡은 개념”이라며 “채널이 200개 이상 되고, 디지털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양 방송사가 독점적 지위를 주장할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재 지상파 구조는 방통융합시대를 막는 걸림돌”이라며 “방통융합시대에 걸맞게 방송 체제가 개편돼야 하며, 이는 대한민국이 먹고 사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은 “최근 KBS, MBC 상황을 방통융합시대 뉴미디어 관점에서 보는 데 약간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어 “그러나 IPTV 등 다매체 시대에 지상파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고, 영향력에 비해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 한 것도 사실”이라며 “뉴미디어 관점에서는 지상파의 경쟁력 및 사회적 책임 강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전 없는 검찰의 PD수첩 수사는 여전히 논란거리였다.

한나라당 모 의원은 “검찰에서 담당 PD 등에 대해 소환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고 있고, 비겁하게도 일부 비정규직 작가들을 검찰에 불려나가게 했다”면서 “검찰에서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원본 테이프를 90% 복원한 뒤 장문의 질의서를 보냈음에도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소환, 자료 제출 등을 거부하면, 불구속 기소 등의 수순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러나 “검찰이 왜 기소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공개 질의서를 MBC에 보냈는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검찰의 여론 플레이나 혹은 혐의가 불명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검찰의 PD수첩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 정권의 비수가 KBS에 이어 MBC를 겨냥할 것이란 의혹이 그저 정황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MBC는 지난 12일 PD수첩 사과방송을 내보낸 데 이어 13일 PD수첩의 조능희 책임PD, 송일준 부국장 PD를 보직 해임하고, 각각 시사교양국으로 전보 조치했다.

MBC의 전향적 자세는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검찰의 수사는 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임수빈 형사2부장)은 14일 MBC측과 PD수첩 제작진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내주 중 체포나 압수수색할 듯

소환 대상은 조능희 책임PD, 송일준 부국장 PD, 김보슬 PD, 이춘근 PD, 작가 2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 주 중에 한 차례 더 PD수첩 제작진에게 검찰 출석을 통보한 뒤, 불응할 경우 강제구인하거나 압수수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계속 수사에 불응하면 법원에서 제작진에 대한 체포영장이나 자료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PD수첩 수사가 어떤 식으로 진전되고,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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