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 ‘충격’···“지금 저희가 겪는 이 고통, 당신 자녀라도 강요하시렵니까?”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께 묻고 싶습니다.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 문구는 지난달 22일 북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우리나라 해수부 소속 공무원 이 씨의 고등학생 자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손편지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北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강행하면서 북핵(北核)의 최정점인 신형 전략탄도미사일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모습을 나타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10.11.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모습을 나타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10.11. [뉴시스]

 

-前 국정원·靑 안보전략관 모두 ‘우려’···文·與 “종전 선언 하자”?

‘北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이 지난 10일 北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강행된 가운데, 그것의 숨은 의도를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벌어지고 있다. ‘북극성’으로 불리는 ‘수중전략탄도탄’까지 노출시킨 가운데, 정작 ‘책임자 처벌’은커녕 ‘남녘 동포’라는 말을 운운하기까지 했다. 일요서울이 ‘北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의 왜곡된 실상과 그 의도를 추적했다.

우선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이라는 용어는 명백한 역사왜곡의 산물이다. 일요서울은 北 열병식의 의도 분석에 앞서 ‘창건 75주년 맞은 조선노동당’이라는 북한의 선전(宣傳)이 ‘北 김일성 우상화 의도’가 숨어 있는 날조 용어임을 밝힌다.

북한 조선노동당은 지난 1949년 6월30일 ‘북조선노동당(1946년 8월29일)’과 ‘남조선노동당(1946년 11월23일)’의 합쳐진 결과다. 지난 1945년 10월10일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이 결성됐는데, 당시 당 분국 책임비서는 ‘김용범’이라는 자였다. 정작 北 김일성은 집행위원에 선출됐다. 북한의 역사서이기도 한 ‘조선통사(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1958년판)’에도 해당 내용이 등장하는데, 이에 따르면 1945년 10월10일을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북조선조직위원회라고 표현) 창건일로 기술한다. 결국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이라는 말은 北 김일성을 ‘조선공산주의 운동의 효시(嚆矢)’로 만들기 위한 교묘한 ‘선전 전략’인 셈이다.
 

조선통사_역사연구소과학원_모습_정경희 국민의힘 의원 연구자료.
조선통사_역사연구소과학원_모습_정경희 국민의힘 의원 연구자료.

 

이번 북한의 열병식에 앞서 드러난 대남 전략의 목표는 무엇일까. 먼저 北 김정은의 대남 전략의 정수는 바로 北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서 드러난다. 해당 규약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데 있다”고 밝힌다. 이것이야말로 북한 지도부의 최종 목표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열병식’에 숨겨진 북한의 속내는 무엇일까. 일요서울은 지난 14일, 15일에 걸쳐 서울 반포구 일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전성훈(58) 前 통일연구원장, 30년 동안 국가정보원에서 북한분석관으로 근무했던 곽길섭(60) 前 북한체제연구실장이 분석한 ‘北 열병식의 숨은 의도’를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전 前 원장과 곽 前 실장과의 인터뷰 전문 일부다.
 

북한 노동신문이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형'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10.11.[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이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형'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10.11.[뉴시스]



청와대 前 안보전략비서관 “말은 언제나 그럴듯”

- 북한이 지난 10일 열병식을 공개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노출시켰다. 정치권에서는 ‘유화 국면’으로 분석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는가.
▲ 北 김정은은 이번에 ‘남녘동포’라는 단어 하나를 쓰면서 사과는커녕 ‘책임자 처벌’은 언급조차 안했다. 그런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해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불과 3개월 전 있었던 北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비롯해서 지난달 우리나라 공무원을 사살(射殺)하지 않았는가. 국제관계는 말보다는 행동을 봐야 한다. 언제나 말은 그럴듯하게 말하는 게 저들이다. 그 말이 맞는지는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남북의 70년 분단도발사를 언급하기에 앞서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된다. 이런 상황에 열병식을 했다. 사과는커녕 무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가 있으니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달라는 게 북한의 의도 중 하나로 모아진다. 일종의 ‘저강도 무력 시위’라고 보면 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을 비롯한 1백여 장의 사진을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10.11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을 비롯한 1백여 장의 사진을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10.11 [뉴시스]

 

국정원 前 북한분석관 “종전 선언은 미몽(迷夢)”

- 북한의 열병식이 ‘무력 과시’를 위한 ‘저강도 도발’이라는데, 그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 틈새를 찌른 행위라고 보면 된다. ICBM·SLBM을 공개한 것은 첫 번째, 핵(核)을 운반할 미사일의 실전 단계화 강행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두 번째는 위력 과시용이다. 기술적으로 작동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지금 보여주지 않으면 ‘전략적 위용’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해 ‘충격행동을 보이겠다’고 으름장을 쳤으니 그걸 늦출 수가 없는데다 미국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 일종의 ‘저강도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 ‘저강도 도발’이더라도 ‘무력 시위’를 하게 되면 북한이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 북한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꼴이 됐다. ICBM·SLBM을 보여준 것은 대외적으로 그들이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인데, 이는 미국 대선에 은근히 영향을 주게 된다. 대내적으로는 강한 군사 이미지를 쌓으면서 체제 결속을 다지게 된다. 실제로 미사일을 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역공격을 덜 받게 되는 일종의 ‘틈새’를 찌른 것과 같은 행위를 한 것이다.

- 北 김정은의 ‘눈물의 연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워낙 이례적인 일인데···
▲ 기획·연출된 쇼(Show)다. 열병식에 조미료를 쳤다고 보면 된다. 악어의 눈물이면서 악마의 한숨이 더해진 하나의 기획극에 불과하다. 북핵(北核)을 실어나를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 ICBM·SLBM을 ‘전략적으로’ 공개하면서 ‘북과 남이 마주 손을 잡자’는 게 무슨 뜻이겠는가. 그야말로 ‘악어의 눈물’이다.
 

1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0.10.11. [뉴시스]
1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0.10.11.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종전(終戰) 선언’을 언급했는데···
▲ 지금 현 정부가 ‘종전 선언’을 거론했는데, 이번에 그것을 진전시키지 못할 경우 이번 정부 임기가 끝난다는 ‘마지막 배수진’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미몽(迷夢)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 열병식만 보더라도 99% 이상이 군사력 강화 측면이고 그나마도 1%가 ‘남녘’을 속삭이는, ‘전략전술적 연설’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해서라도 ‘남북대화의 끈을 유지하겠다’는 일종의 ‘집념’으로 강행하는 것 같다.

- 왜 그런다고 보는가?
▲ 이번 기회에 어떻게 해서든 북한의 핵무기 체계에 대해 비판하는 것보다는 ‘어차피 벌어질 일이니 남북 대화 국면으로 끌고 나가려는 ‘모멘텀(Momentum)으로 만들자’는 것 같다. 도무지 지적을 안 할 수가 없다. 현 정부에서 종전선언을 제시한 만큼 나름 대북 접촉선을 추진했을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대화의 끈을 이어가면서 美 대선 이후 한반도의 남북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시도 같다. 순서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 지난달 22일 우리나라 공무원을 사살해 놓고 지금 ‘남북 대화 시도’는 좀···
▲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께 묻고 싶습니다.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습니까?”라는 피살 공무원의 고교생 아들의 손편지가 나오겠는가. 이번 사태의 본질과도 다르지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결국 우리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올 텐데, 이 정부는 마치 자기 일이 아닌 듯이 보고 있는 것 같다. 자기 아들이면 이렇게 대처하겠는가. 자기 일이라고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 전체가 북한의 위협에 완전히 노출된 것이다. 정말 어떻게 이렇게 넘어가는 것인지···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9.23.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9.23. [뉴시스]

 

북핵 고도화 위협 가중···與, 종전선언 타령?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미국 현지시간 9월22일)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를 거론하며 “한반도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도 지난 6월15일 이낙연·신동근·홍익표·박정·도종환·윤미향·송영길·김홍걸·설훈·송갑석·고민정 의원 등 174명이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의안번호 2100461)”을 지난 발의한 상태다. 결국 ‘종전 선언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뜻으로 모아진다. 한편 일요서울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해당 결의안 발의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정의당·무소속 의원 174명의 명단을 밝힌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6.1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6.1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168명

김경협·조오섭·전혜숙·김용민·노웅래·한준호·기동민·김원이·윤후덕·강병원·이용선·이개호·남인순·진성준·김승남·강선우·신동근·이성만·민형배·윤재갑·이수진(비)·신정훈·문정복·김주영·김민철·김민석·고영인·이용우·강준현·박찬대·안규백·최종윤·임종성·홍익표·이형석·허영·송재호·김회재·오영환·전용기·서삼석·김남국·전재수·김정호·정성호·서영석·박홍근·문진석·한정애·권인숙·박정·권칠승·홍정민·이규민·도종환·이용빈·정일영·맹성규·안민석·황운하·정태호·이장섭·민홍철·우원식·윤미향·이수진·윤호중·소병훈·김윤덕·박상혁·송영길·황희·천준호·이해식·김승원·송옥주·박성준·홍성국·신현영·박재호·오영훈·유기홍·김병기·박완주·이낙연·김성주·어기구·김한정·유동수·설훈·이인영·장경태·김두관·조승래·전해철·민병덕·고용진·이원욱·진선미·홍영표·안호영·이동주·윤영찬·윤건영·한병도·임오경·이상직·윤영덕·위성곤·서영교·소병철·양이원영·김병욱·백혜련·김철민·김민기·주철현·정필모·이재정·이소영·박용진·허종식·우상호·김영호·김병주·이학영·박주민·신영대·김성환·김경만·김종민·윤준병·이원택·홍기원·송기헌·고민정·오기형·김영배·양향자·박영순·임호선·양기대·양경숙·이병훈·이정문·박범계·인재근·이상민·강득구·박광온·최기상·최혜영·이광재·송갑석·장철민·서동용·최인호·정청래·정정순·정춘숙·김교흥·김수흥·변재일·윤관석·유정주·이상헌·김영주·김상희 의원.

열린민주당 2명
최강욱·김진애 의원.

정의당 2명
이은주·배진교 의원.

무소속
김홍걸·양정숙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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