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자진 사퇴 의혹 [뉴시스]
손혁 자진 사퇴 후폭풍 [뉴시스]

[일요서울 | 곽영미 기자] 가을 야구를 향한 프로야구 중위권 팀들의 순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 있는 키움 히어로즈는 손혁 감독 사퇴 후폭풍으로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다.

히어로즈는 현재 리그 팀들 중 가장 많은 139경기를 치른 상태다. 정규 시즌을 5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5위를 기록 중이다. 시즌 후반 손혁 감독의 사퇴 후 김창현 감독대행 체제에서도 패배 수가 많아지며 3위였던 순위가 5위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KT 위즈와의 3연전 중 2승을 따내며 가을 야구의 불씨를 살렸지만, 향후 남은 경기는 3위 순위를 끌어올린 두산 베어스와의 4경기만 남은 상태다. 잔여 경기 성적에 따라 준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히어로즈는 힘을 결집하고 오롯이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손혁 감독의 의문스러운 자진 사퇴 후 프런트 운영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며 키움은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11월 2년 계약으로 히어로즈의 제5대 사령탑에 올랐던 손혁 감독이 계약 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난 배경에 대해 다수의 야구 관계자는 ‘성적 부진’보다는 허민 이사회 의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허민 의장은 그동안 선을 넘어선 개입으로 ‘구단 사유화’ 의혹을 받아왔다. 경기 관여를 비롯해 원정 경기 중인 손 감독을 호출하기도 했으며, 2군 선수를 상대로 자신의 너클볼을 시험하기도 했다. 손 감독의 자리에 프로선수 경험이 전무한 30대 김창현 퀼리티 컨트롤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한 부분 역시 프런트 야구를 강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견도 다수 존재했다. 이와 관련해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는 “전혀 그럴 일이 없다. 허민 의장과 손혁 감독 사이에 어떠한 갈등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손 감독에게 키움이 내년까지 연봉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 알려지며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만약 손혁 감독이 단순히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요한 순간 ‘중도 포기’를 결정한 것이다. 매 경기 승패가 포스트 시즌 진출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중도 포기’를 선언한 감독을 구단이 결코 달가워 할리 없다. 그럼에도 구단이 내년 연봉까지 책임져 준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 때문에 히어로즈의 수상한 감독 교체 과정이 허민 의장의 ‘구단 사유화’ 의혹과 맞물리고 있다. 허 의장이 구단 내에서 이러한 비상식적 행동을 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횡령 배임 혐의로 실형(징역 3년6개월)을 받고 복역 중 이장석 전 대표가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장석 전 대표는 실형 선고 후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영구 제명됐다. 그럼에도 히어로즈의 대주주로서 여전히 구단 운영에 개입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KBO는 허민 의장의 ‘구단 사유화’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조사 결과 허민 의장이 구단운영에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면 중징계한다는 방침이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항간에 떠도는 이장석 전 대표와 허민 의장 사이의 밀약설 등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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