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소유 500억원 양도성 예금증서(CD) 있는 줄 알았다”

‘춘자엄마’가 윤씨에게 박지원 의원 외조카를 사칭하던 조씨를 소개시켜준 과정을 기술한 확인서.

YS와 DJ정권 시절 잘 나가던 마당발 윤순자(가명)씨, 모 유력인사의 사면과 관련해 김현철씨와 얽혀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던 윤씨가 이번엔 박지원 의원(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외조카를 사칭하는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의원 소유의 500억원권 양도성 예금증서(CD)와 10조원 상당의 미화를 양성화 해주면 두둑한 사례금을 주겠다는 브로커의 장단에 놀아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부근에서 아담한 식당을 경영하던 윤씨는 이 사건 피해자들로부터 고소를 당해 재판도중 법정구속됐다. 과연 윤씨는 자신의 주장대로 ‘순진한 순자씨일까?’, 아니면 ‘관련자들의 주장대로 사기꾼에 불과할까?’ 이 기막힌 사연을 <일요서울>이 단독 재구성했다.

윤순자씨가 DJ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의 외조카를 사칭한 조모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2년 6월이었다. 윤씨는 이날 동부이촌동에서 의상실을 하는 ‘춘자엄마’(가명)에게 놀러갔다가 춘자엄마의 초등학교 동창인 김모씨의 소개로 조모씨를 만난다. 조씨는 당시 권력의 정점에 있던 박지원 비서실장의 외조카이며 논현동에서 방송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어 사업자 명의는 다른 사람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사채업자에게 1억원 받아 전달

윤씨는 그 후 조씨와 알고 지내던 중 2003년 3월 초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 페닌슐라 커피숍에서 모종의 제안을 받는다. 조씨는 이날 윤씨에게 “외삼촌인 박지원 소유의 500억원권 양도성 예금증서(CD)를 김00에게 맡겨두었다”면서 “고위층 CD이기 때문에 은밀하게 할인해 주면 수수료로 12%인 60억원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윤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명동의 사채업자 송00에게 연락해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세 사람이 함께 만난다.

조씨는 이날 ‘박지원 등 고위인사의 CD, 자기앞 수표, 구권 달러 등을 양성화하기 위해서는 00기동수사대 0반장,00청 00부장검사 등 수사기관 및 정부기관의 협의를 받아 처리한다며 자필 메모하며 설명했다’고 윤씨는 주장했다.

조씨의 말을 믿은 송00은 이날 조씨로부터 500억권 예금증서 1장을 받는다. 그리고 즉시 여의도 증권예탁원에 확인해 보지만 위조된 CD란 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증권예탁원의 신고로 조씨와 송00 등은 밤늦게까지 경찰조사를 받는다.

그런데 이틀 후 윤씨는 박지원 의원의 외조카를 사칭한 조씨의 연락을 받는다. 조씨는 “조사를 받고 나온 것을 보면 예금증서가 위조된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강변하는 바람에 윤씨는 다시 조씨를 믿게 된다.

그래서 윤씨는 4월 말 코리아나호텔에서 또 다른 사채업자 금00을 만나 “박지원의 외조카가 박지원의 500억원권 CD를 할인해 주면 12%수수료를 준다고 하니 할인해 달라”고 부탁한다. 윤씨는 전 K대 교수 황모씨 소개로 2003년 1월경 사채업자 금씨를 만났다.

그 후 금씨와 조씨는 할인 수수료율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그러던 중 이해 5월 금00은 “조씨에 대해 알아봤더니 CD금액이 너무 크고 고위층에서 나온 돈은 자금추적을 당해 안 되겠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다.

그러자 조씨는 윤씨에게 ‘CD를 할인해 이익금을 나눠줄테니 경비를 보태달라’고 제안한다. 윤씨는 금00에게 같은 부탁을 해 금씨로부터 경비조로 십 여 차례에 걸쳐 1억여원을 받아 조씨에게 건네준다.

윤씨는 또 조씨로부터 ‘박지원 실장이 재수감되어 박 실장의 처가 미국에서 나와 병원에 가야하는데 돈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금씨로부터 현금을 받아 조씨에게 준다. 이렇게 해서 현금도 4천여만원 가량 조씨에게 전달한다. 그렇지만 500억원권 CD거래는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윤씨는 조씨에게 속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씨는 이같은 윤씨의 주장과 500억원 CD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입장이다.

그는 오히려 “윤씨가 CD를 할인할 수 있다고 해서 500억원권 CD를 소유하고 있는 김00씨를 집으로 불러 500억권 CD를 전달받은 후 윤씨에게 연락을 했다”며 “윤씨가 CD할인작업을 하는 송00과 함께 왔고, 이들에게 CD를 전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조씨는 수사기관과 정부기관의 협의를 위한 자필 메모와 관련해서도 “윤씨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000대출 메모지에 기재된 내용을 불러주면서 써달라고 하여 써준 사실이 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윤씨는 곧이어 2003년 10월에 10조원 상당의 미화 양성화 작업과 관련된 또 다른 사기사건에 휘말린다.

윤씨는 이 무렵 조씨로부터 ‘30억원이 입금된 잔고증명서를 가져오면 그 통장을 달러 매입자금에 대한 증거로 달러보유자에게 제시해 달러 1박스를 26억원에 구입할 수 있고 이를 32억원에 외환은행 등에 매도하면 그 차익에 상당하는 이익금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10조원 상당 미화 양성화사기사건에도 연루

순자씨는 000수도회 후원회 일을 하는 한모씨에게 조씨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윤씨는 ‘그 비용을 빌려주면 이익금 중 300억원을 한씨가 후원하는 000수도회에 기부하겠다’고 해 한씨로부터 3천만원을 받아 쓴다. 그러나 이 건 역시 “조씨의 거짓말이었다”고 윤씨는 주장한다. 결국 윤씨는 사채업자 금씨와 한씨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하게 된다. .
그리고 재판을 받던 중 법정구속을 당한다.

순진한 순자씨가 사기꾼 순자씨로 둔갑한 것이다.

윤씨는 상고에 앞서 그 동안 박지원 전 실장의 외조카를 사칭한 조씨와의 관계를 <일요서울>에 모두 털어놓았다.

과연 ‘순자씨의 눈물은 진실할까?’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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