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21代 국정감사가 오는 25일 국감 종료를 앞두고 중후반으로 넘어가고 있다. 언론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도 한결같이 소위 ‘한방 없는 국감’을 대하는 태도들이 ‘김빠진 맥주’를 대하는 듯하다. 현장 취재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재미없는 국감은 처음 본다’ 는 말들이 나온다고 한다.

주요 정치 현안과 쟁점 이슈 관련 여당의 증인채택과 야당 공세에 ‘철통방어 벽’을 친 여당이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추미애로 시작해 라임. 옵티머스로 끝나는 야당의 반복되는 ‘18번 애창곡’ 열창 탓도 크다 할 것이다. 그 이슈가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게 없다는 것이 문제다.

‘맹탕 국감’을 탈피하기 위한 야당의 몸부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요 정치 현안 관련 증인채택이 무산되자 요즘 유튜브 핫이슈 이근 前 대위 증인채택까지 요구했던 야당이다. 이근 前 대위 증인 추진도 결국 당사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이어지면서 없던 일로 된 것 같다.
20代 동물, 식물국회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21代 첫 국감에서 야당은 야심 차게 “이제부터 야당의 시간”이라며 의욕을 보였지만 국감 현장에선 여야가 낯설지 않은 고성과 욕설들만 주고받는 모습만 보여줬다.

정부 여당을 견제하고 예산 낭비와 부정부패를 들춰내어 법과 제도의 맹점을 개선 보완한다는 국정감사의 취지와 원론적 의미는 차지하고라도, 매년 국감에선 그래도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할 몇 건은 터뜨려 온 게 야당이었다. 국감 스타도 탄생하고 정치 신인들이 전국적 지명도를 획득하는 등용문이기도 했다. 아직까진 단 며칠이라도 국민의 귀와 눈을 모은 정치인과 한방은 없다. 그렇다고 엄청난 예산 낭비나 부조리를 폭로한 것도 없다.

국감 현장에선 역대 국감에서 ‘정부 여당이 가장 속 편한 국감’이라는 말조차 나온다고 한다. 하나 마나 한 국감이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거대 여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여당에서 한방이 나온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당연히 국감은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가장 강력한 제도라고 본다면 ‘야당의 시간’이고 ‘야당의 무대’ 임이 국감의 진면목일 것이다.

지금 야당엔 첫째 정보가 없다. 결정적 제보나 정보가 모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소위 줘도 별 ‘영양가가 없다’ 고 보는 것이다. 소수 야당이라는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당 차원에서 집요하게 파고들고 죽기 살기로 이슈파이팅 하거나, 이를 리더하는 ‘조직적인 스타 플레이어’도 없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야당은 억울하겠지만 국민에겐 ‘무능한 야당’으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를 집권 여당의 유능함으로 치부하기는 아직 이르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야당의 공세차단엔 능한지 모르지만, 정작 집권 후반기에 접어는 마당에 부동산 등 정책적 오류, 개혁과제 표류, 민생 현장의 고통을 지적하고 바로잡고자 하는 여당의 ‘위민 국감(爲民國監)’ 의지도 약하기에 국감 무능의 대열에서 예외는 아닐 듯 싶다.

국정감사가 인기영합적 이슈와 현안에 매몰되어 ‘한방’에만 집착해도 안 되겠지만, 어느 정부나 무결점 정부는 없다. 그래서 국감은 여당에 대한 기대보다 야당의 ‘건전한 견제와 감시 역할’과 그 능력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적 평가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그래서 늘 야당에게 더 아픈 것이다.

중반에 접어든 국감이 국회 의정활동의 꽃으로 평가받고 국민이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국감이 되기 위해선 ‘유능한 여당’ 보다 ‘유능한 야당’이 더 돋보여야 함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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