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때아닌 동교동계 복당설이 더불어민주당을 뒤흔들었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한창인 와중에 터져나온 동교동계 복당설로 민주당이 시끌벅적했기 때문이다. 권노갑·정대철 전 의원 등 과거 동교동계를 주름잡았던 노정객들이 복당을 타진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민주당 최대 주주인 친문진영이 거칠게 반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폭발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난처한 인사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였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파격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한 만큼 정치적 뿌리는 동교동계에 속한다. 다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실세 국무총리를 역임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신임과 친문진영의 폭넓은 지지를 바탕으로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다. 복당을 희망하는 동교동계와 반발하는 친문진영 사이에서 이 대표가 정치적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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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교동계 원로 민주당 복당설 솔솔..“부끄럽지 않느냐친문 반발
-진퇴양난이낙연 일단 선긋기 정치는 생물대선정국 복당론 재점화

교동계와 친문진영은 결코 화합할 수 없는 물과 기름의 관계다.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얽히고 설킨 양측 갈등은 여권 안팎의 해묵은 난제다. 멀게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교체를 둘러싼 논란은 물론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 대북송금 특검은 물론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에 이어 대통령 탄핵사태를 거치며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특히 201620대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 창당에 나설 때 동교동계 원로들이 친문 패권주의를 비판하면서 집단 탈당하자 완전히 등을 돌렸다. 갈 길 바쁜 이 대표로서는 또하나의 숙제를 받아든 셈이다. 다만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선은 물론 20223월 차기 대선 국면에서 진보·보수가 팽팽하게 맞설 경우 여권 대통합과 선거승리를 명분으로 극적으로 화해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동교동계 복당설 친문 부끄럽지 않으냐직격탄

동교동계의 민주당 복당설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421대 총선 과정에서 유야무야됐던 문제가 또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총선 당시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복당을 타진했다. 권노갑, 정대철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은 총선 직전 종로에 출마했던 이낙연 대표지지 선언과 더불어 우리는 지난날 같은 꿈을 함께 꿨고 그 꿈을 함께 이뤘던 더불어민주당에 오늘 복귀한다고 밝혔다.

다만 총선 이후 당내 반발에 막혀 좌절됐다. 최근에 흘러나온 복당설은 언론보도를 통한 여론 떠보기다. 특히 정 전 의원은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 동교동계 원로들의 복당 문제는 물론 주요 정치적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은 본인의 복당 문제와 관련, “금방 복당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이 대표에게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선 자기 주장도 철저히 하고 당 내에 새로운 인재 영입도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동교동계는 상도동계와 더불어 과거 한국정치의 양대산맥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울 동교동에 거주해 김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을 동교동계로 불렀다. 동교동계는 과거 97년 대선 정권교체의 주역으로 현 민주당의 원류다. 다만 민주당 대주주인 친문진영은 물론 참여정부 시절 친노진영과도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섰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동교동계 원로들의 민주당 복당 문제는 늘 뜨거운 감자였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이었다. 상황은 이 대표가 민주당 수장이 되면서 다소 달라졌다. 친문과 동교동계 양측의 정치적 앙금은 여전하지만 이 대표와 동교동계의 정치적 인연을 고려하면 복당문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상황은 정반대였다. 친문진영은 강력 반발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재인 대통령을 버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선택했던 배신자들은 용납할 수 없다는 논리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울 때 민주당을 떠났다는 점에서 동교동계 원로들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특히 영남 친문의 반발은 초강경이었다. 친문 핵심인 최인호 의원이 작심한 듯 나섰다. 최 의원은 특히 민주당 복당을 타진하는 정대철 전 의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정계 대선배였지만 최 의원의 비판은 거칠 게 없었다. 최 의원은 정대철 씨는 민주당에 관심을 갖지 말아달라당과 지도부가 복당 추진 사실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복당 논의가 있는 것처럼 언론에 흘리는 것에 강한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복당에 대한 자가발전을 멈춰라. 원님 덕에 나팔 불 생각을 거둬달라후배 정치인에게 부끄럽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친문진영의 거센 반발은 20대 총선과 19대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동교동계의 정치적 행보 때문이다. 최 의원은 온갖 험담을 쏟아부으며 당을 떠난 이후 다른 당 대선후보 당선에 매진하면서 사실상 정권교체를 거부했던 것을 우리 당원들은 똑똑히 기억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재수 의원 역시 불과 몇 년도 지나지 않은 적대행위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은 흔쾌히 문제삼지 않겠다면서도 이쯤되면 잊혀졌으면 잊혀진대로 사는 법을 배우셔야할 듯하다고 조언했다. 동교동계의 정치적 영향력이 없는 만큼 올드보이의 복당은 당 외연확장은 물론 선거승리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다는 판단이다.

진퇴양난 이낙연, 선긋기 나선지만 숙제 여전

동교동계와 친문진영의 정면충돌에 난처해진 건 이 대표였다. 양측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이 대표로서는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정치적 자산이다. 이 대표는 과거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시절 동교동계를 담당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창당 합류를 거부하고 당시 꼬마민주당 잔류를 선택했다.

다만 친노·친문진영과의 인연도 적잖다. 이 대표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이후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최장수 총리를 역임할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과 신임을 받으며 차기 주자로 우뚝 섰다. 21대 총선 이후 40%대 초반의 지지율로 차기 대세론을 구가했지만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와 용호상박의 대결을 이어가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더구나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부산시장 보선은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치러지게 된다는 점에서 승리 전망도 밝지 않다. 차기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과 동교동계의 든든한 지원도 필요한 것은 물론 현 여권의 대주주인 친문진영의 폭넓은 지지도 필수적이다.

다만 친문진영의 초강경 반발에 이 대표는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동교동계 원로들의 복당설에 직접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대표는 당내 논란과 관련, “동교동계 원로들은 민주당 바깥에서 원로다운 방식으로 민주당을 도와주시리라고 믿는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 특유의 절제된 화법이지만 본인의 임기 내에는 복당 불가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사실상 2선후퇴를 선택한 것은 더 이상 갈등을 방치하다가는 영남 의원을 포함한 친문진영의 봇물 터지는 반발이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동교동계는 김대중 전 대통령와 연결됐다는 정치적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 게다가 이 대표로서는 차기 대권 도전과 관련해 친문진영의 지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정치적 배경도 깔려있다. 무리하게 동교동계 원로들의 복당을 추진했다가는 친문진영의 반발로 당 대표 리더십 약화는 물론 대선후보 지지율도 하락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추미애도 복당동교동계도 복당 불가피

민주당 안팎의 상황을 정리하면 현재로서는 동교동계 원로들의 복당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격언이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3당합당을 거쳐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DJP연대를 통해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손을 잡은 바 있다. 호남 기반의 동교동계는 과거 정치적 격변기에 친문진영과 적대적이었지만 내년 이후 전개될 유동적인 정치지형을 고려할 때 동교동계 원로들의 복당 문제가 오히려 손쉽게 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시간이다. 다시 말해 양측이 과거 감정의 앙금을 풀고 다시 화해의 손을 맞잡기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하다는 것이다. 권노갑·정대철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원로들의 경우 현실정치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아예 없고 공천 등 정치적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도 전무하다. 향후 선거국면에서 당의 외연확장을 위해 복당하겠다고 하면 양측이 감정적 반대를 넘어 대승적 차원에서 화해와 연대를 선택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대통합의 계절은 선거 직전이다. 특히 진보와 보수는 물론 영호남 맞대결 구도에서 초박빙 승부가 이어지는 판세에서는 한 표라도 아쉬운 게 현실이다. 주요 정치세력, 법조계, 학계,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등 각 분야의 지지선언이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정기국회 종료 이후 여야의 정치일정은 그야말로 급물살을 타게 된다.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서거와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분기점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부산시장 보선은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서울시장 보선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게다가 차기 대선 역시 박빙의 승부가 연출된다고 전제하면 호남 상징성이 있는 동교동계의 복당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 대표의 최대 정치적 기반이 호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동교동계 원로들의 복당 문제와 관련해 친문진영을 의식해 언제까지 외면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험대에 오른 이 대표의 리더십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여권 사정에 정통한 한 고위관계자는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2002년 대선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당시 여권 주류인 친문 지지층의 기대를 저버린 행동으로 오랜 기간 미움을 산 바 있다동교동계 원로들에 대한 감정이 좋지는 않겠지만 차기 대선국면이 가까워질수록 어떻게든 양측이 손을 잡고 화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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