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매우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은 왜 떨어지지 않냐"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북한의 공무원 사살 만행 이후에는 "이런 정권을 지지하는 40%는 누구냐. 어떻게 문재인 정권을 지지할 수 있냐"고 따지듯 묻는다. 요즘은 새로운 질문을 받는다. 너무나 궁금해서 시쳇말로 돌아버리겠다는 표정으로 "여권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하는 짓마다 똥볼인데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묻는다. 

조국 사태는 물론 경제정책 실패, 부동산 정책 실패, 윤미향 의혹,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의 연이은 성추행,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휴가 외압 의혹, 대북. 외교정책 실패 등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의 실정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여기에 입법부와 사법부를 통째로 갈아치워 청와대 산하기관으로 만든 지 오래됐고 언론에는 재갈을 물리고 시민들은 차벽으로 광장에서 몰아내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를 모태로 한 '민주화운동'세력이 이제 스스럼없이 '20년 집권'을 공공연이 떠들며 소위 ‘문빠 팬덤’을 동원해 사이버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권을, 촛불혁명을 지지해 온 중도층, 핵심지지층이었던 30~40대에서도 이탈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의 지지율은 강고한 30~40%대를 유지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한때 10~30%대 초반 사이에 오락가락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권의 비리의혹이 커지면 일시적으로 올랐다가 다시 내려간다. 여권에 대한 응징적 지지율 저하현상이지 국민의힘 고유의 매력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보수진영에서는 여권에게 유리한 질문을 던져 여권 지지 답변을 유도한다는 여론조사기관의 '마사지' 때문이라고 우겨 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콘크리트 지지율’의 비밀,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 주지 못한다. 

답답한 이들은 결국 주요 지지세대인 30~40대에게 묻는다. 여권의 실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그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그래도 국민의힘 보다는 낫잖아요”  지지하는 이유가 현란한 논리나 대단한 명분이 아니라 최선이 아니라 차악(次惡), 덜 나쁜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조국, 윤미향, 박원순, 추미애, 각종 금융스캔들 연루자 등등의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정권’이 아닌 ‘개인적 일탈’로 규정한다.  

30~40대는 현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뻔뻔할 정도의 아빠찬스, 엄마찬스로 평범한 50대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미안하다……’ 눈물 어린 반성문을 쓰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 밝힌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 문장을 더 믿는 것이다. 즉 30~40대 지지층은 현 여권이 비록 실수는 하지만 나쁜 정권은 아니다, 적어도 국민의힘, (꼴통)보수세력보다는 더 민주주의적이고, 더 민족적이고, 더 4차산업적인, 더 서민우호적인 정치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70년대 박정희 정부의 비상계엄 하에서, 전두환 쿠데타세력 하에서 한국 민주주의를 위하여 수많은 국민과 정치지도자들이 피를 흘리며 반독재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선거를 하면 부정선거와 정치탄압 속에 치러졌음을 감안해도 독재세력, 군부세력이 언제나 승리했다. 당시 야당과 민주화운동 지도자들 중에는 3S(스크린, 스포츠, 섹스)에 취한 국민의 의식수준을 탓하면서 미국과 서방국가들에게 (독재)한국에 대한 지원을 끊고 압력(내정간섭)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사의 기준을 1987년 6월 민주항쟁 전과 후로 나누어도 될 정도로 국민들은 세계가 깜짝 놀란 명예혁명을 성공시킨다. 그 비밀은 시대정신에 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시대정신이 빈곤 탈출, 산업화, 반공평화였다면 80년대 중반 이후 시대정신은 정치민주화와 세계화, 서민과 소외계층 보호였다. 필자는 2017년 이후 시대정신은 공정과 복지, 권력분권과 정치선진화, 다원주의와 문화선진화라고 본다.

40%대 지지율의 비밀도 80년대 정치민주화 시대정신의 마지막 세력인 문재인 정권을,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선도할 정치세력이 없는 대안 부재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과도기적 현상에 있다.  마치 60대 이상 세대가 일제식민시대와 한국전쟁, 보릿고개와 이승만 독재, 4.19혁명 이후 혼란을 겪으면서 군사정권 하의 산업화. 개발독재를 서방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보고 지지했던 것과 같다.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이 지지율이 오르지 못하는,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도 걸맞지 않은 그들의 시대정신에 있다. 아직도 70년대 개발시대에나 어울리는 내로남불식 반공자유주의나 시장경제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든다. 민주당 유사정책이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개인기로는 안 된다. 2020년 지금 이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공정과 복지, 권력분권과 정치선진화, 다원주의와 문화선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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