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뉴시스
국회의사당, 뉴시스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어느덧 절반 가까이 왔다. 의원실마다 자료 검토하랴, 질의서 쓰랴, 독회하랴 휴일도 잊고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이면 국회는 불이 꺼지지 않는다. 덩달아 피감기관 직원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휴일을 잊고 국회가 요청한 자료를 작성하느라 바쁘고, 기자들도 넘쳐나는 보도자료에서 옥석을 가리느라 눈이 아프다고들 한다.

국정감사 기간 중 ‘갑중갑’은 기자들이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국회의원들 입장에서 어떤 매체에 얼마나 보도되었는가 만큼 명확하게 측정 가능한 지표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좌진들은 자료 검토해서 질의서 작성하는 것 이상으로 기자들에게 공을 들인다. 국감 앞두고 국회 출입하는 기자들에게는 밥 같이 먹자는 보좌관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감을 마치고 나면 원내대표가 상임위별로 우수의원을 선정한다. 방송에 보도된 횟수, 중앙일간지 1면에 보도된 횟수가 가장 많은 점수를 받고, 그 밖에 지역신문, 인터넷 신문 등에 보도된 횟수까지 합산해서 우수의원을 선정한다. 당의 투톱 중 하나인 원내대표가 평가하고 선정하는 우수의원이라 경쟁도 치열하다.

그런데 이 우수의원 선정 기준이 하루 아침에 바뀌어 버렸다. 국정감사 시작하면서 평가기준에서 언론보도 항목은 빼버리고, 질의서와 보도자료, 정책자료집, 온라인 정책활동과 카드뉴스로 평가하겠다고 한 것이다. 국정감사하다 말고 카드뉴스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당연히 민주당 의원실마다 원성이 들끓었다. 

국감을 진행 중인 국회의원이나 보좌진 입장에서는 당이 평가를 하겠다는 데 말릴 방법은 없다. 사실 당 말고도 여러 곳에서 국정감사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나름의 기준에 따라 잘했다고 평가하는 의원들에게 상을 준다. 국감이 끝나고 나면 이런저런 단체에서 주는 상을 받았다고 자랑스레 SNS에 올리는 의원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국정감사를 치르는 국회의원들을 성적표 매기듯 객관적인 지표를 가지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눈에 띄는 의원들 골라 낼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객관적인 잣대에 따른 것이기보다 눈에 띄는 질의로 언론의 조명을 받은 경우가 많다. 옷차림으로 주목 받다 국회를 무단으로 출입하던 삼성전자 상무를 잡아낸 정의당 유호정 의원처럼 말이다.

한 인터넷 매체에서는 의원들마다 별점을 매기기도 하지만 요즘 국감에서는 더 이상 ‘스타의원’은 나오지 않는다. 별점 많이 받는다고 스타의원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매년 국감 우수의원을 평가, 시상하는 어떤 시민단체는 이런저런 구설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이 시민단체 평가는 구애 받지 않기로 한 의원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수의원을 선정하는 원내대표나, 별점을 매기는 언론이나, 국감을 모니터링해 상을 주는 시민단체나 본질은 똑같다. 국회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국회의원들은 시민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견제받아야 한다. 국정감사 평가가 국회 권력을 견제하는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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