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 35
[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 35
  • 온라인뉴스팀
  • 입력 2020-10-16 16:33
  • 승인 2020.10.16 16:35
  • 호수 1381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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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경찰서 수사본부 문동언 경위 앞에 네 번째로 불려온 이경만은 수사팀이 압수한 자료와 증거물을 들이대고 추궁하자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는 장 사장이 부탁해서 도와준 것뿐입니다.”

“낚시 동호회 사이트에 가입하면서부터 알게 된 것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언제 가입했고 몇 번이나 모였나요?”
문동언 경위는 진술 조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서너 달 전입니다. 참돔 낚시를 두 번 따라 갔습니다.”
“핸드폰 복사는 몇 개나 했습니까?”

문동언 경위가 발신용 리모컨을 내놓으며 말했다.
“세 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똑 같은 번호, 010-888-7452란 번호의 핸드폰을 세 개 복사해 주었다는 말이지요?”
“예. 끝 번호는 2, 3, 4였습니다. 그 중에 두개는 010 88을 단축번호로 내장했기 때문에 실제는 뒤 번호 다섯 자리만 누르면 발신이 됩니다.”
“그러니까 끝자리가 7452, 7453, 7454란 말인가요?”

“예.”
그 중 87453 번호로 움직이는 핸드폰은 원자력발전소 안에 설치돼 있던 폭탄에 장치돼 있었다.
“다른 하나는 어디에 있나요?”
“저도 모릅니다.”
문동언 경위는 안토니오 2호에서 발견한 리모컨을 꺼내 놓았다.
“본인이 만든 게 이것 맞습니까?”
“맞습니다.”

“다른 하나도 이것과 같습니까?”
“색깔이 다릅니다. 검정색이지요.”
“이 핸드폰 번호로 이경만 씨와 여러 번 통화했던데 복사해서 폭탄에 쓰기 전이었나요?”
“예.”
“돈 받은 것 없습니까?”
“없습니다.”

이경만은 문동언 경위의 눈치를 흘끔흘끔 보며 대답했다. 문동언 경위는 책상에서 달러 뭉치를 꺼내 이경만의 턱 앞에 들이댔다.
“1만5천 달러, 이게 당신 집 침대 밑에서 발견되었는데 이건 무슨 돈입니까? 장 사장이 준 게 맞잖아요?”
문 경위가 추궁하자 이경만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핸드폰 복사해 주고 대가로 받은 겁니다.”

“핸드폰 복사비가 이렇게 비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솔직히 말해요. 장 안토니오와 함께 테러 행위에 가담한 거지요?”
“테러라니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모르다니요? 말이 됩니까? 이 전화 폭발 장치는 누가 만들었습니까? 당신이 만든 것 아닙니까?”

“폭발 장치로 쓰는 줄은 몰랐습니다. 큰돈을 준다기에 열심히 일해준 것뿐입니다. 폭약에 관해서는 조명진이라는 사람이 좀 아는 것 같았습니다.”
문동언 경위는 조명진이라는 말에 귀가 쫑긋해졌다.
“클라크 테일러와 함께 해외로 나간 조명진 말인가요?”
“예. 해군에 있을 때 폭파 업무 담당했다고 합니다.”

문동언 경위는 조명진의 신상 정보 서류를 꺼냈다. 서울에서 학원 사업을 하는 조명진은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다. 통장에는 해외에서 송금된 정체불명의 돈이 많이 들어 있었다.
“조명진과 장 안토니오는 어떤 사이인가요?”
“전부터 잘 아는 것 같았습니다. 서로 말을 놓는 사이였어요.”

조사는 아침 10시에 시작해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터빈실 폭파 시도 사건도 안토니오 낚시 클럽의 소행이라는 게 핸드폰 번호로 인해 드러났다. 그러나 장 안토니오가 무슨 목적으로 원전에 폭발물을 설치하려고 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장 안토니오의 핸드폰 통화 내역을 보면 중국 쪽과 자주 통화했던데, 혹시 낚시클럽 회원 중에 중국 사람이 있었나요?”

문동언 경위가 이경만에게 물었다.
“모릅니다.”
“지난번에 말한 아나톨리의 정체는 뭡니까?”
“저도 잘 모른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도 알고 있는 대로 말해 보세요. 수사에 도움을 주어야 정상 참작을 해줍니다.”

문동언 경위의 회유에 이경만은 한참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정말 아나톨리가 누군지 잘 모릅니다. 어쨌든 장 사장은 아나톨리한테서 전화만 오면 무척 깍듯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영어로 통화했나요?”
“아뇨. 한국말로 하던데요.”
“그럼 아나톨리가 한국 사람이라는 말이오?”
“그건 저도 몰라요.”

사건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었다. 장 안토니오만 해도 특이한데 아나톨리는 또 누구란 말인가.
결국 이경만은 앞으로 불법단체 가담, 외화 불법 소지, 전기통신법 위반 등으로 구속 영장이 발부되었다. 

장 안토니오의 행동은 여러 가지 면에서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아나톨리란 자의 심복으로 일하고 있었다는 것과 그 아나톨리가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은 밝혀졌다. 그가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는 불분명했다. 다만 중국에서 주로 연락을 시도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001 86 13822100xxx.’

장 안토니오에게 전화를 건 사람 중 아나톨리로 추측되는 번호는 국내 이동통신 전화번호가 아니었다. 중국의 전화번호였다. 86은 중국 국가번호고, 138은 중국의 핸드폰 번호였다.
문동언 경위는 국제 전화번호 전문 기관에 자문을 구했다.
“중국 핸드폰이 맞습니다. 그러나 국제 로밍을 신청했다면 한국 내에서도 발신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답변이었다.
 

작가 소개 /

이상우는 추리소설과 역사 소설을 40여 년간 써 온 작가다. 40여 년간 일간신문 기자, 편집국장, 회장 등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를 날카롭고 비판적인 필치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그의 소설은 4백여 편에 이른다. 한국추리문학 대상, 한글발전 공로 문화 포장 등 수상.

주요 작품으로, <악녀 두 번 살다>, <여섯 번째 사고(史庫)> <역사에 없는 나라>, <세종대왕 이도 전3권> <정조대왕 이산>, <해동 육룡이 나르샤>, <지구 남쪽에서 시작된 호기심> 등이 있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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