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건이후로 강쇠는 어른들은 성에 관해선 무조건 감추려들고, 함부로 발설했다간 발랑 까진 놈 취급을 받기 십상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알 건 다 알면서 남자보다 여자가 더 내숭을 떤다는 사실도. 강쇠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의 손에 끌려 동네 목욕탕에 갔을 때였다. 그날따라 여탕에는 손님이 북적거렸는데, 무심코 강쇠의 고추를 본 여자 손님이 꽥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어머머 망측해! 저렇게 큰 아이를 어떻게 데려와.”그 말에 어머니는 민망한 표정을 짓더니 조그맣게 대답했다.“크긴요. 이제 겨우 3학년인데요 뭘.”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아주머니가 눈을 휘둥그레 치뜨며 소리쳤다. “우와 3학년짜리가 저렇게 커. 우리 남편 거시기보다 더 크잖아.”그 말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때를 밀다 말고 일제히 강쇠의 고추를 쳐다보았다.

“세상에 어쩌면!” “어떻게 저럴 수가. 저게 정말 어린애 고추야?” 탄성인지 탄식인지 모를 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쏟아져 나왔다. 자신을 향한 뭇 시선에 강쇠가 어쩔 줄 모른 채 우두커니 서 있자, 나이 지긋한 한 아줌마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복도 많지. 얘, 너 나중에 장가가면 색시 좋아 하겠다.”강쇠는 그 말에 담긴 뜻의 숨은 의미를 10년 후에야 알게 되었다. 10년 뒤 해병대를 지원한 강쇠가 첫 휴가 때 기차 안에서 만난 묘령의 30대 여성과 7박 8일에 걸친 대혈전을 치르면서였다. 그때까지 동정이던 강쇠에게 여자와의 체험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강쇠의 물건을 본 여자는 기절초풍했다. 이어 교접이 시작되자 여자는 눈을 허옇게 뒤집고 그만 까무라쳐버렸다. 이때부터 여자는 강쇠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여자는 옹녀 기질이 다분해 어지간해선 만족을 못하는 여자였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요구를 해왔지만 강쇠의 물건은 지칠 줄 몰랐다. 능숙하게 강쇠를 리드하던 여자가 마침내 항복을 선언한 것은 꼬박 7일을 넘긴 다음날 새벽이었다. 여자는 축 늘어진 채 강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 “대단해. 자기 정말 대단한 변강쇠야. 지금까지 자기 같은 남잔 처음 봤어. 어때 군인 총각. 나랑 같이 살지 않을래? 나, 제대할 때까지 매일같이 면회갈게. 군인 마치면 내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원하는 건 뭐든 다 들어줄테니까 나랑 같이 살어. 엉?” 첫 동정을 바친 여자였다. 게다가 금쪽같은 첫 휴가를 몽땅 반납한 여자였다. 그래서 더 여자의 제의가 솔깃했지만 강쇠는 미련없이 훌훌 털고 부대로 복귀했다. 이유는 딱 하나. 여자의 그곳이 소문으로만 듣던 ‘화이트’였기 때문이었다. 미신을 믿지 않는 강쇠였지만 그래도 풀한포기 없는 황무지를 계속해서 개척한다는 것이 여간 찝찝하지 않았다.첫 경험의 여자로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른 강쇠는 이후 실전을 거듭하면서 성의 오묘한 경지를 한 단계 한 단계 깨쳐나갔다. 강쇠의 관심은 오직 하나, 어떻게 하면 강해지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실전 못지않게 이론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고삐리 시절 구석방에서 몰래 훔쳐보던 빨간책에서부터 중국의 유명한 성 고전서인 ‘소녀경’ 인도의 ‘카마수트라’를 탐독했고, 성의 천국 일본의 ‘고사기’ 등에 나타난 성애담을 철야 통독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강쇠는 스스로 한국 최고의 변강쇠로 우뚝 선 뒤에, 나아가 평범한 남성도 변강쇠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고민하는 뭇 남성들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 주려는 원대한 포부를 꿈꾸었던 것이다.일본 상공에 진입한 항공기는 빠른 속도로 활강하기 시작했다. 이어 기장의 안내 멘트가 울려나왔다. 5분 후 랜딩 기어가 바닥에 닿는 둔중한 느낌이 전해졌다. 강쇠는 반사적으로 창 밖을 내다봤다. 나리타 공항이었다. 입국 수속을 마친 강쇠는 서둘러 청사 밖으로 나왔다. 눈앞에 야사시해 보이는 남녀들이 바삐 오갔다. 강쇠는 눈빛을 빛내며 도전적으로 중얼거렸다. ‘저들이 바로 ‘섹스 에니멀’로 소문난 일본의 남녀들이란 말인가. 기다려라. 진정한 섹스의 세계가 어떤 건지 이 오강쇠가 한 수 가르쳐 주마.’ 청사 밖에 서서 주위를 살펴보던 강쇠는 공중전화박스를 발견하곤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다음 곧바로 수첩을 꺼내 다이얼을 돌렸다.

뚜우 신호음이 가자 귀에 익은 굵직한 음성이 울렸다.“모시 모시?” “여보세요 대근이? 나야 강쇠. 오강쇠라구.”“뭐? 오강쇠? 너 지금 어디냐 엉?”대근이 대뜸 소리쳐 물었다. 반가움이 잔뜩 묻어나는 음성이었다. 강쇠는 얼른 대답했다.“여긴 나리타 공항이다. 널 만나려고 서울에서 부웅 날아왔지.”“그래? 잘 왔다. 그러잖아도 좀이 쑤셔 죽을 판이었어.”“좀이 왜 쑤셔. 도장이 파리 날리나?”“뭔 소리. 한국 태껸을 우습게 보냐. 두고봐라. 나 이대근이 멀잖아 일본 땅에서 가라데 도장을 초토화시킬 테니. 그게 아니라 실은 게이샤와 치렀던 무용담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었다구.”“게이샤? 일본 기생을 후렸다구? 흠…재미가 어땠어. 별미였나.”“별미라니. 게이샤 따윈 여기서 간식거리밖에 안돼. 하지만 한국 토종에 비하면 뭐랄까 독특한 데가 있긴 하더군.”“그게 뭔데.”“음…뭣보다 절정에 달해 내지르는 교성이 희한하더군. 야. 오강쇠. 그 얘긴 나중에 하고 지금 당장 공항으로 달려가마. 꼼짝말고 있어 알겠냐.”“아냐. 내가 거기로 찾아갈게. 위치만 가르쳐 줘.”통화를 끝낸 강쇠는 택시를 타고 대근이 일러 준 장소를 댔다.

운전기사는 ‘하이’ 하고 친절하게 대답하고는 곧장 차를 발진시켰다. 차창 밖으로 키 큰 플라타너스가 휙휙 스쳐지나갔다. 그 풍경을 보며 강쇠는 문득 군 시절 대근을 처음 봤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대근은 이름값을 하느라 그랬는지 몰라도 동료 군바리들 사이에서 물건이 크기로 소문나 있었다. 샤워장에서 그의 물건을 훔쳐본 이들은 한결같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그 크기가 가히 탁구공만하다는 거였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탁구공은 귀두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그 또한 얌전할 때 얘기지, 일단 성이 났다 하면 왕란(달걀)을 방불케 한다는 거였다. 그런데 급기야 그 소문을 전해들은 부대 선임하사가 대근을 불러 대뜸 명령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야 이대근. 까봐라.”“까보라니요? 느닷없이 뭘 까라는 말씀입니까요.”“짜식이 능청은. 소문 다 들었어. 너 그게 탁구공만하다며. 진짜냐.”

“아이고 선임하사님도. 쪽팔릴 정도는 아닙죠. 그런데 갑자기 그걸 가지고 왜 이러시는 겁니까.”대근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묻자, 선임하사가 목소리를 잔뜩 낮춰 말했다.“실은 말이야. 나는 아직까지 내 물건보다 큰 놈은 못 봤거든. 그런데 소문을 듣자 하니 네 그것이 탁구공만하다고 해서 구라인지 아닌지 한번 볼려고 그래.” 선임하사는 대근이 그래도 쭈빗거리자, 눈알을 부라리며 소리쳤다.“0.5초 내로 후다닥 깐다 실시!”대근은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혁띠를 풀고 바지춤과 팬티를 동시에 깠다. 이어 출렁 하고 튀어나온 물건을 보는 순간, 선임하사의 입이 떡 벌어졌다. ‘으음…’ 신음 비슷하게 중얼거리던 선임하사의 얼굴 표정이 차츰 흙빛으로 변해갔다. 대근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잔뜩 주눅이 들어 안절부절 못했다. 말없는 침묵에 고개를 처박고 있던 대근은 한참만에 용기를 내 여쭸다.“저어…선임하사님. 그만 팬티를 올려도 될까요?”물으며 선임하사를 올려다봤는데, 선임하사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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