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제공=공동취재사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제공=공동취재사진]

[일요서울 | 양호연신유진 기자]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청와대·여당 인사 연루 의혹으로 번지면서 ‘권력형 비리 게이트’라는 논란이 가열됐다. 사건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던 당시만 하더라도 ‘단순 금융사기 사건’으로 금융감독원의 부실 감독 의혹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피아(재무관료+마피아) 관행’의 확장 형태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판의 규모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진 모양새다.

논란이 지속되자 청와대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빠른 의혹 해소를 위해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또다른 일각에서는 ‘면피성 정치적 수사’가 아니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에 나서야 한다는 촉구의 목소리도 높아진 상황이다.

- ‘모피아’ 연루 의혹, 권력형 비리 게이트 논란...정치권 공방 가열
- 금융권 외 정·관계 수사 범위 확대...입 연 대표들, 폭로전 이어가나



올해 국정감사가 열흘 가까이 진행된 가운데 여전히 쟁점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다. 일명 ‘라스사태’로 불리는 이번 사안은 단순히 금융사기 사건을 넘어 정‧재계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가 올해 국감 핵심 이슈로 사모펀드 감독과 금융사 내부통제를 꼽기도 한만큼 금융사의 부실판매 문제에 따른 지적과 함께 금융당국의 책임론, 여권인사 연루 의혹에 대한 지적으로 국감장은 한층 과열된 양상을 띠고 있다.

관전 포인트 ‘라스사태’
‘권력형 비리’ 공방 확대


이를 둘러싼 일차적 핵심 관전 포인트는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켜 거액의 투자 손실이 발생한 라임펀드 사태와 옵티머스 펀드 등의 ‘사모펀드’다. 우선 라임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투자자들에게 펀드 부실을 고의적으로 숨긴 채 증권사와 은행 등을 통해 금리가 1~2% 수준일 때 연 5~8%의 수익률을 약속하고 상품을 판매해 환매 중단에 이른 사건이다. 이와 함께 옵티머스 사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정부 산하기관, 공공기관 등 매출 채권에 투자해 안전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뒤, 수천억 원을 받고 서류를 위조해 대부업체와 부실기업 등에 투자한 금융사기 사건으로 일컫는다. 두 사건에 따른 피해액은 각각 5000억 원대에서 1조6000억 원대에 이르는 등 피해 규모가 막대한 수준이다.

라스사태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여야 공방으로 확산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권력형 비리라며 정부 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단순 금융사기 사건을 두고 실체도 없이 의혹만 부풀린다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진위여부 논란의 핵심이던 내부 문건이나 관계자 진술의 신빙성이 높아지면서 검찰의 움직임도 예의 주시되고 있다.
 

[뉴시스]
[뉴시스]

계속되는 연루 의혹
檢 수사 확대 불가피


이미 라임사태의 경우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여권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다. 여기에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김재현 옵티머스 전 대표가 거액의 펀드 사기를 벌일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금융권 외 정·관계로 수사 범위를 넓힐 예정으로 전해졌다.

우선 윤석호 옵티머스 사내이사의 아내인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비롯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직원 A씨가 옵티머스 사태에 일부 연루됐다고 판단해 추가 수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 외에도 ‘펀드하자 치유’ 문건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해당 문건에는 옵티머스 경영진들이 펀드 부실 사태를 미리 인지하고 게이트화를 우려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그간 일부 실명이 기재됐을 뿐 청와대나 정계 인사의 이름은 없다고 밝혀왔지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양호 전 옵티머스 고문(전 나라은행장) 등의 연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번졌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과 함께 펀드 수익자 명단에 정부·여당 관계자의 이름이 포함되면서 공방은 더욱 거세졌다. 진영 장관은 증권사 지점에서 권유 받아 투자를 했고 환매 중단으로 인해 큰 손실을 봤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이내 ‘권력형 비리 정황’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통해 “행안부 장관은 본인의 주장대로 ‘단순 피해자’일 뿐인지 국감장에서 해명해야 한다”며 “진 장관이 본인, 배우자, 아들 명의로 5억 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는데 많은 물음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신생 펀드에 5억 원의 거금을 투자하는 데 확신을 가질 수 있냐는 의문이다. 또한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의원이 옵티머스에 1억 원을 투자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해 있다’던 옵티머스 내부 문건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일’이라며 여당의 특검 수용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진영 장관이 정말 모르고 (투자)한 선의의 피해자인지 이용하려고 했던 그런 권력의 한 부분인지는 수사가 진전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라스사태’를 ‘시간이 지날수록 끝없는 고구마 줄기’에 비유키도 했다. 이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등이 라임 사건에 연루됐다”며 “이 사건이 아니면 어떤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냐”고 강조했다.

입장 밝힌 대표들
폭로전 향방 촉각


사태를 둘러싼 국감장 안팎의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16일 각각 언론과 재판을 통해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봉현 전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옥중 입장문을 공개하며 사건과 관련한 로비 의혹에 입을 열었다. 김 전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라임 사태와 관련해서 야당 인사에게 금품 로비를 했고, 현직 검사에게도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해 청와대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며 회유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 출신 A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서울남부지검의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는 내용을 밝혔다.

김재현 대표 측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입장을 밝혔다. 한쪽 입장만 언론에 보도되면서 마치 김 대표가 정관계에 로비하고 펀드 운용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나와 고통받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김 대표의 변호인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다툴 것은 변론을 통해 법정에서 얘기할 것”이라며 “언론에서 보도하는 정계와 금감원 등을 상대로 한 로비에 관해 언제든지 방어권을 행사하고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자료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며 “자료열람을 통해 알게 된 진술이나 증거자료를 유출하거나 단편적인 일부 내용만 확대하는 행동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방해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