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 뿌리고 뺨 때리고···다양한 갑질 난무

폭행. [뉴시스]
폭행.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이 입주민으로부터 상습적인 욕설 및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지 약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경비원을 향한 입주민 등의 갑질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어이, ‘이 주인 행세 하지 마폭언···경비원은 울고 있다

입주민만 문제 아냐, 아파트 관리소장방문객도 경비원 괴롭힘

# 지난 7월2일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은 헬스장에 비치된 달력을 치웠다는 이유로 입주민으로부터 폭언을 들어야 했다. 입주민은 “어이, ‘종’이 주인 행세 하지 마라”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 지난 7월23일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이 주차 문제로 경비원과 언쟁을 벌이다가 경비실 출입문을 발로 차 유리창을 깼다. 지난 8월25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누수 문제로 민원을 제기한 입주민이 경비원 목에 뜨거운 물을 뿌리는 등 폭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 지난 6월4일 서울 강남구에서는 아파트 입주민이 관리 직원에게 커피를 뿌렸고, 같은 달 12일 서울 서초구에서는 아파트 입주민이 주먹으로 경비원의 가슴을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근무하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으로부터 상습적인 욕설 및 폭행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약 5개월이 지났다.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고 최희석 씨는 아파트 입주민 A씨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지난 5월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 씨는 A씨로부터 폭행과 협박 등을 당했다는 내용의 음성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검찰은 A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감금‧상해‧보복폭행)을 비롯해 무고, 강요미수, 협박, 상해 등 총 7개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당시 여론의 분노는 거셌다. 국회에서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비원을 향한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청, 갑질 신고 접수

‘폭력‧협박’이 절반 차지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5월25일~10월6일 공동주택 갑질 특별신고 기간 운영 현황, 송치사건 개요)에 따르면 경찰은 이 기간 중 85건의 ‘경비원 갑질 신고’를 접수했다.

서울경찰청은 62건을 입건, 23건은 상담 종결 처리하고 37건은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5월 최 씨의 사건 이후 공동주택 갑질 특별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범죄 유형을 살펴보면, 입건된 62명 중 폭력‧협박이 30건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업무방해 14건, 강요 10건, 모욕 4건, 기타 4건 등이 뒤를 이었다.

검찰에 송치된 37건의 사건을 살펴보면 지난 5월29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관리소장을 밀쳐 전치 3주의 경추 염좌 상해를 입혔다. 같은 달 31일에는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했다.

이 의원은 “폭언과 모욕은 기본이었고, 협박‧폭행‧직권남용 등 다양한 갑질이 난무했다”고 밝혔다.

“노동자 존중하는

사회 만들어야”

경비원들은 입주민이 아닌 관리소장과 방문객 등으로부터도 갑질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5일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의자를 들고 경비원을 때릴 듯이 위협해 특수 협박 혐의로 송치됐고, 같은 달 12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는 방문객이 경비원에게 “언론에 나온 경비원 사건 알지”라고 말하며 50분가량 소동을 벌이다가 경찰에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경비원을 향한 갑질 문제를 줄이기 위해 지난 7일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경비원을 부당하게 괴롭히는 행동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입주자 등은 경비원의 업무에 부당하게 간섭할 수 없고, 법령에 정해진 업무 외에는 시키지 못하게 된다.

경기도도 갑질 근절에 나섰다. 경기도는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개정안을 이번 달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심의위원회를 통해 확정할 방침이다. 개정안은 공동주택 내 경비원 등에 대한 괴롭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관리주체는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피해 노동자가 요청할 경우 유급휴가, 근무 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공동주택 노동자들의 정당한 보수와 안정적 고용, 부당한 업무 제한 등 열악한 노동 환경이 개선되고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갑질을 없애려면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노동자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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