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두 배 오른 확장 비용”...입주 앞두고 갈등 증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최근 일부 아파트 건설사의 발코니 확장비 등 과도한 옵션 비용 책정을 문제 삼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같은 논란은 이미 수차례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대개 적지 않은 건설사들은 ‘합당한 이유에 따른 책정 비용’이라고 설명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핑계로 건설사들이 과도한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7월 분양을 마친 삼성물산의 래미안 엘리니티도 분쟁의 중심에 오른 모양새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 소재 래미안 엘리니티 아파트의 예비 입주자 협의회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삼성물산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골자는 시공사가 발코니 확장비와 같은 옵션비로 과도한 마진을 취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담이 고스란히 예비 입주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 “정부의 분양가 규제 핑계로 옵션 비용만 늘어...부담은 입주자 몫”
- 유상옵션 가격 부풀리기 ‘사각지대’...“관련 기관‧지자체 검토 시급”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협의회 소속 A씨는 최근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를 통해 과도한 옵션비 책정을 제한하고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카페 회원들에게 국민 청원글에 대한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국민청원에 게시된 해당 글은 15일 기준 1200여 개의 청원 동의를 넘어섰고,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이를 둘러싼 공방은 지속되고 있다.

A씨는 글을 통해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실생활의 불편을 이유로 베란다 확장을 100% 확장하도록 반강제적으로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설계 당시부터 방 모양이 반듯한 사각형으로 구성되지 못하도록 해 가구를 넣을 수도 없이 좁아지는 등 실용성이 없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시공사는 강제가 아니라고 안내하지만, 실생활의 불편함과 추후 거래 불가 등을 이유로 발코니를 확장하도록 요구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청원글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과거 많은 사업장에서 발코니 확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 발코니 확장비를 1000만 원 선에서 제시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간 84B 타입 기준 분양 아파트에 책정해온 발코니 확장비용 대비 2배가 넘는 확장 비용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A씨는 “시공사가 특별한 근거 없이 2000만 원 수준의 과도한 발코니 확장비를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대로라면 비확장 아파트를 시공 완료 후 철거 및 확장해도 1000만 원 선인데, 신규 건축 중에 확장을 하는 경우라면 500만 원 선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며 “신규 건축 중에 확장을 위해서는 난방용 배관을 베란다까지 연장하고 내부 인테리어만 조금 추가하면 가능하다는 점에서 2000만 원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거리두기 2.5단계에도
대면 계약 행사 강행?
공공기관 향한 비판도


해당 글에 따르면 현재 해당 아파트 예비 입주민 일동은 삼성물산 측에 1000만 원 이상 높아진 발코니 확장비 근거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협의회 측은 이마저도 삼성물산으로부터 모호하거나 회피성 답변만 안내받을 뿐이라고 했다. A씨는 “삼성물산 측은 분양가 심사기준이 비공개 대상이니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며 “발코니에 사용된 창호가 고급이며 자동 빨래 건조대를 설치해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발코니 미삭제 아파트로 1평 정도 시공을 더 해 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는 등 모호한 답변만 했다”고 덧붙였다. 논점은 구체적인 자재 비용을 공개하지 않는데다가, 사용된 자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알려진 바 없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삼성물산이 지난달 8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황에서도, 옵션에 따른 대면 계약 행사를 강행한 점을 문제로 꼽기도 했다. 입주 일정이 2년 정도 남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민원에 따른 잡음을 없애기 위해 행사를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을 비롯한 관련 승인 기관을 향한 비판도 이어갔다. 확장 공사에 따른 비용 책정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을 문제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과도한 비용에 따른 집단 검토 요청에도 개선은커녕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고, 민원을 동대문구로 이관하는 등 ‘책임 돌리기 식’ 대응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국토부, 공정위, 서울시, HUG에 수없이 많은 민원을 넣었지만 모든 민원을 동대문구 앞으로 이관하는 등 승인된 비용에 대한 검토를 거절하고 있다”며 “국토부, 공정위, 서울시, HUG 또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함께 세우고 실현하는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동대문구청으로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성 없는 옵션 사항
“계약 일정은 ‘미정’”


이번 래미안 엘리니티를 둘러싼 잡음이 고조되자 삼성물산 측은 확장 여부는 옵션 사항인 만큼 선택에 따라 진행해도 되는 부분으로 강제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단지별 확장 면적과 옵션, 계약 형태에 따라 확장 비용이 다르게 책정되는 만큼 단지 별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다른 단지와의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사용된 자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온라인 등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B2B 상품일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상옵션 계약의 경우 팸플릿 등을 통해 상품명과 옵션 범위 등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공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재 비용 등 공사원가는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공개가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했다. 이와 함께 분양 승인 이후 입주자 공고를 통해 비용이 공지된 상황인 만큼 확장 비용 재검토 가능성도 사실상 불가하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에서도 대면 계약 행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행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는 “대면 계약 관련 통보 일자는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인해 실제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 강화로 인한 유상옵션 비용 증가 우려는 이미 수차례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심의 과정이 있다고 해도 건설사의 원가절감에 따라 유상옵션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제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옵션 가격 부풀리기가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관련 승인 기관 및 지자체의 세부적인 검토가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며 “옵션에 따른 규제가 이뤄질 경우 또 다른 피해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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