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북한은 지난달 22일 우리 공무원을 서해상에서 살해하고 소각했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고 해결되기도 전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가졌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선보이며 대내외에 군사력을 과시했다. 앞서 김종대 전 정의당 한반도평화본부장은 지난달 25일 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우리 군의 대응과 정부의 무능을 비판했다. 2015년 그는 국방안보 전문가로 정의당에 입당해 활동하다 최근 연세대 통일연구원 겸임교수로 임명됐다. 그리고 오는 23일 라디오 진행자로 방송데뷔를 준비 중에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14일 그를 만나 북한의 대남전략에 대한 의도와 정의당의 대북 노선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北, 작년 미사일 엔진실험 성공...우리에게 위협”

김종대 [뉴시스]
김종대 [뉴시스]

 

- 지난달 22일 발생한 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나. 
▲ 나는 북한이 2가지 이유로 이런 사태를 유발시켰다고 생각한다. 첫째, 지난 6월 이후 꾸준히 김여정 제1부부장은 남한에 대해 적대적 담화를 냈다. 둘째, 북한의 ‘방역 트라우마’이다. 북한은 코로나19가 확산이 체제의 위협으로 이어질수 있다고 판단한다.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와 같은 경제적 어려움이 두려운 것이다. 이런 북한의 판단은 결국 우리 국민의 피살로 이어졌다. 북한의 이런 행태는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남북합의를 부정하는 것이며, 야만국가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사과 통지문을 보내왔더라도 이런 행위는 결국 국제사회를 겨냥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한 전략일 뿐이다.  

 

- 청와대는 지난달 24일 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9.19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했다.
▲ 9.19군사합의를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문자적으로 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9.19합의 배경 취지를 이해한다면 그렇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9.19합의를 보면 서해 해상에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NLL일대를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만들어 합의해 가자고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서 북한이 보인 일방적 행태는 9.19합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결국 궁극적임 책임은 북한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청와대가 북한에 9.19합의를 유지할 의향이 있는지 물으며 압박을 했어야 했다.

 

-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국회에 ‘대북규탄결의안’을 제안했다. 그 내용은 무엇이며 왜 통과되지 못했나.
▲ 정의당은 대북규탄결의안에 두 가지 내용을 담았다. 첫째, 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살 만행을 규탄 둘째, 사태 수습을 위해 남북당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거대정당의 이해관계 충돌로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대북규탄결의안 통과가 남북협력을 저해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기류가 있었는데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한편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현안질문을 수용해야 대북규탄결의안을 통과시킨다는 전제를 달았다. 나도 현안질문엔 동의 하지만 우선 대북규탄결의안은 어떤 조건 없이 통과시켜야 했다고 본다. 

 

-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이 있었다. 김 교수는 그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나.
▲ 나는 북한이 다시 핵경제병진노선으로 회귀했다고 본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전략무기의 진전된 개발성과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전시했다. 그리고 또 주목할 점은 김정은 위원장이 열병식 연설에서 과거와 다르게 주적을 거론하지 않았다. 과거엔 미제국주의, 남조선 괴뢰라는 거친 말들이 쏟아졌다. 북한은 이제 스스로 위협받지 않는다면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바로 중국식 핵전략이다.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핵무기 숫자를 300기 정도에서 더 늘리지 않는다. 이와 같은 중국식 핵독트린은 최소억제전략으로 불가피할 때에만 핵을 사용하겠다는 전략이다. 

 

- 북한의 열병식에 등장에 ICBM, SLBM을 대외 과시용으로 평가절하 하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께선 북한의 미사일 기술력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진단하나. 
▲ 국제정세는 원래 현존하는 무기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잠재적인 능력을 짐작해 미래 가상전쟁의 가능성을 놓고 싸우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이 실험 발사한 미사일 중 실전 배치된 것은 없다. 현재 북한이 실전배치한 노동미사일이나 스커드는 80년대 생산한 오래된 미사일이다. 하지만 북한은 작년 12월경 동창리 발사장에서 중요한 전략무기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미사일에서 제일 중요한 엔진실험이 성공했다. 북한 열병식에 나온 무기는 모형이지만 엄연히 발사대가 있고 작년 실험도 성공 했으니 현실성 있는 위협으로 평가해야한다.

 

- 지난 9일 선출된 김종철 정의당 새 대표에 대해 북한이 이례적으로 비판을 했다. 김 교수께선 북한의 이런 행태를 어떻게 판단하나. 
▲ 북한이 이번 정의당 비판에서 언급한 민주당 2중대 발언은 부당한 내정간섭이다. 북한이 언급은 안했지만 정의당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낸 이유가 최근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관해 ‘대북규탄결의안’을 제안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정의당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내 사견임을 전제로 이야기 하겠다. 정의당은 국가, 민족 이런 식의 가치가 아닌 인류보편가치인 민주주의, 인권, 평화에 입각해 진보적 주장을 펼쳐야한다. 북한이 우리 민족이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과거 진보의 관성에 불과하다. 그런 과거 담론에 매달려 있으면 인류보편가치를 추구하기 어렵다. 앞으로 진보세력은 ‘북한인권’, ‘북한의 국제법위반’ 문제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한다. 

 

-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 최근 연세대 통일연구원 겸임교수로 임명돼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세대 간의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고 국가의 미래,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같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는 23일 CBS에서 ‘김종대의 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방송도 진행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특정 진영에 편중되지 않는 건강한 공론의장과 생산적인 비판, 견제가 있으면서도 재미와 의미가 있는 방송을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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